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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인권영화 : 여섯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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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제작한 6편의 단편영화 <여섯개의 시선>시사회가 있었다. 이 인권영화 프로젝트에는 기본적 인권의 하나인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을 주제로 유명 감독 6명이 참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정하고 있는 18가지 차별의 유형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병력(病歷)등이다. 6명의 감독들이 이와 관련된 주제를 선정해 각 주제에 맞는 단편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함께걸음이 전주 영화제 개막작으로 첫 선을 보일 영화 <여섯개의 시선>을 만나봤다.

▲인권영화

영화를 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일까. <여섯개의 시선> 시사회를 보고 나오는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영화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영화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을 주제로 각각의 단편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된 이야기다. 6명의 감독이 장애, 외국인 노동자,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취업차별, 영어지상주의, 외모에 관한 차별과 편견을 다루고 있다.
우선 여균동 감독이 만든 <대륙횡단>은 장애우의 이동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으로는 장애우 연극인인 김문주(뇌성마비 1급)씨가 직접 출현했다. 영화는 가족의 대소사로부터 소외되는 장애우의 모습, 친구, 광화문 횡단을 위해 예행연습을 하는 등 장애우의 일상이 1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마지막 에피소드로는 주인공이 광화문 4거리를 가로질러 무단횡단 하는 실제상황도 연출했다. 리프트 없는 지하도로는 건널 수 없고 횡단보도도 없는 광과문 4거리를 통해, 장애우에게는 선택이 없다는 의미의 무단횡단(대륙횡단)을 감행하는 것이다. 다소 황당하지만, 경찰에 의해 끌려나오는 주인공의 묘수(?)가 무산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는 부분이다. 장애우들의 이동권은 단순한 이동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적인 차별과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재은 감독이 만든 <그 남자의 사정>은 성범죄자로 신상이 공개된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아파트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오줌싸게 아이뿐이다. 오줌을 싸고 소금을 얻으러 온 아이에게 주민들은 이런저런 구박을 하고 결국 아이가 선택하는 것은 성범죄자인 ‘그 남자’를 찾아가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환상주의적으로 그려진 ‘그 남자’의 분위기라든지, 주민과 ‘그 남자’를 반대에 놓고 그린 점등은 신상공개의 부당성을 그리기에 인권적 해석이 모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는 주민들은 무식하고, 선량해 보이는 "그 남자"에게 일방적인 가해지는 것이라는 식의 단순한 묘사는 또 다른 논란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박찬욱  독이 만든 영화로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네팔에서 온 찬드라는 공장에서 말다툼을 하고 무작정 길을 나섰다가 길을 잃고 만다. 돈을 잃어버린지도 모르고 라면을 시킨 찬드라는 한국인과 비슷한 외모  문에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어리버리한 한국어 실력과 ‘네팔’이라는 말만 반복하는 점, 한국 경찰과 의사들의 몰이해로 결국 찬드라는 6년이 넘도록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신세로 만든 것이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몰이해를 그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목대로 ‘믿거나 말거나’싶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문제가 외국인에 대한 이해부족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좀더 욕심이 나는 작품이었다.
<신비한 영어나라>는 박진표 감독의 작품으로 엘(L)발음과 알(R) 발음을 구분하기 위해 유치원아이에게 혀 아래를 찢는, 설소대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수술장면을 통해 얼마나 잔인한가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영어가 중요한 능력이 되면서 나타나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권영화
박광수 감독의 <얼굴값>과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는 외모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과 차별을 그리고 있다. <얼굴값>은 예쁜 주차장 여직원을 본 주인공이 ‘이런 일 하긴 아깝다’에서 ‘얼굴값 하네’라는 말로, 결국 그녀의 죽음을 놓고 ‘죽기에는 아까운 얼굴이야’라는 말로 외모에 대한 선입견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그녀의 무게>는 좀 못생기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상고졸업반 여학생을 통해 외모중시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술집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한 쌍커풀 수술로 망쳐진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관객과 출연진은 웃었지만, 영화 뒤에 남겨진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상으로 <여섯 개의 시선>을 살펴봤다. 다소 평등이나 차별이라는 점에서 벗어난 관점도 있지만 6편 모두 인권의 시각에서 문제삼을 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어떤 영화도 만들어지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하물며 인권을 주제로 한 차별의 영화라고 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장애차별의 이야기만 해도 더 심각한 문제도 있고 좀더 리얼한  접근이 필요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밝히고 있듯이 <여섯개의 시선>은 ‘대중들의 인권감수성을 발전시키고 쉽고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는 의도에는 어느 정도 접근한 듯 싶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누구나 웃고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러나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가 얼마만큼 평등과 차별을 생각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글 서현주(객원기자)

작성자서현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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