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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여행은 하나

함께 가는 나와 당신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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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갠 뒤의 해파랑길 
 
 
다시 여기 바닷가
2019년, 그전 해에 대외활동에서 친해진 하은(가명)이와 함께 강원도에 여행을 가게 됐다. 여행계획서 를 제출해서 1차 통과가 돼야 여행 경비가 나오는 여행 공모전에, 하은이의 강원도 여행계획서가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하은이는 그때, 날 설득하려고 했다. 이번 여행 주제를 배리어프리로 하면 독특 하기 때문에 반드시 통과될 것이고, 그렇게 되기 위 해서는 내 협조가 꼭 필요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하은이는 날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난 여행을 좋아한다. 하은이를 처음 만난 것도 여행 관련 대외활동에서다. 또, 당시 일상에 찌들대로 찌든 나는 바다를, 꼭 가족이 아닌 친구와 함께 보며 자유를 만끽하는 힐링을 원했는데, 이 여행이 딱 내가 원하던 바로 그 힐링을 제공한 것이다. 당시 대학생활에 바쁘고 또 열심이던 나는 잘 알지 못했다. 가족이 아닌 친구랑만 함께하는 강원도 여행을 무료로 가게 되었고, 그래서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더 가까워진 평창
우리의 강원도 여행은 평창에서 시작됐다. 평창까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갔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어떻게 시외버스를 탈 수 있을까? 먼저, 내 휠체어가 접혀 버스의 짐칸에 쏙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뇌병변 장애인은 전동휠체어 구입 시 국가에서 장애인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시 더 작 고 접히는, 그리고 재정지원이 되지 않는 수입산 전동휠체어를 사서 타고 있었다. 둘째, 그때 내가 재활이 되어있어서 휠체어 없이 버스에 올라 앞 좌석에 앉을 수가 있었다. 재활 치료 없이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휠체어와 분리돼 행동하기란 몹시 어렵다.
 
 
고속/시외버스를 타지 못하더라도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에게는 KTX라는 대안이 있다. 2017년 12월부 터 KTX 강릉선이 개통되었기 때문이다. KTX는 이전 연재에도 밝혔다시피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가 격면이나 시설면에서 꽤 합리적이다. 장애인 할인이 되고, 휠체어 리프트도 갖추었기 때문이다. 하지 마비 장애인를 포함한 다양한 장애 유형의 장애인들이 속한 필자의 학교 장애학생 인권위원회도 별도의 도움 없이 KTX만으로 평창 패럴림픽을 관람하고 왔을 정도이다.
 
 
게다가 이제는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한 고속/시외 버스가 운행되어(코버스 홈페이지에서 예매 가능: https://www.kobus.co.kr/wchr/mrs/rotinf.do) 장 애인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물론 아직은 버 스 노선이 서울과 강릉, 당진, 전주 및 부산 간에만 존재하지만, 이제 시작은 했으니 희망이 있다.
 
 
 
▲  평창의 장애인 콜택시
 
누구나 똑같이, 여행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당시 여행을 마치고 곧바로 쓴, 여행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한 나의 소감문과 하 은이의 소감문을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나는 당시, 심사위원도 이 글을 읽는다는 생각에 꽤 나 스스로를 검열하고 너무 답답한 부분을 제외하고 썼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소감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하은이에 대한 나의 부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 다. 또한 나 자신에 대한 질책이 가득했다. 첫째 날 묵었던 모텔이 다음날 묵은 숙소와 비교해 현저히 나쁘자 나는 숙소를 예약한 나 자신을 매우 원망했다. 또,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나는 그날 저녁 메뉴 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메뉴를 고른 나 자신에게 불평했다. 둘째 날에는 전동휠체어를 타다가 내가 넘어져 피가 났는데, 넘어질 수밖에 없게 행동한 나 자신을 질책하고 여행에 누가 되어 하은이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썼다. 나에 대한 동정심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후회로 점철된 소감문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하은이가 장애인 콜택시에 짐을 두고 내려 다시 찾는 과정을 기술하며 나는 하은이 의 성격이 얼마나 좋은지, 또 그에 비하면 내 성격 이 얼마나 열등한지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소감 문은 전체적으로 하은이에 대한 열등의식으로 가 득했던 셈이다. 그런데 전혀 낯설지 않다. 나는 아마 오래전부터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여 내 부족한 점을 발견하는 일을 해 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점이 그 소감문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
 
 
지금에 와서 나와 하은이의 소감문을 다시 살펴보면 명백한 차이가 보인다. 나는 관광지들이 각각 얼 마나 배리어프리한지에 주목한 반면 하은이는 관광 지들의 학문적인 면을 부각했다. 예를 들어 속초의 한 호수를 끼고 도는 산책로를 따라 걸을 때, 나는 이 길이 평지이고 그래서 휠체어로 다니기 편하다는 사 실만 강조했지만, 하은이는 해파랑길이라는 그 길의 정확한 명칭과 함께 그 길의 역사적 사실을 언급한다. 소감문의 차이는 하은이와 내가 다른 사람임을 보여준다. 누가 더 열등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이 모든 사실이, 내가 그 당시에 쓴 소감문을 다 시 읽으며 새롭게 느낀 사실이다.
 
 
그러니 다들 아직 여행의 기억이 남아있을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되도록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글로) 여행을 기록하는 게 어떨까. 장애인은 여행하기가 비장애인보다 불편하다. 하지만, 장애인들 은 그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여행을 하려 한다. 그렇다면 이런 여행의 목적은 대체 뭘까? 어디에선가 들은 적이 있다. 여행의 목적은 ‘일상에서의 탈피’다. 물론 그것도 맞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일상으로부터의 탈피를 통해 일상에서의 나 자신을 발견 하려 여행을 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그 점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그러니까 결국 나는 여행의 본질은 장애인에게나 비장애인에게나 같다는 생각이다.
 
 
 
 
▲  전동휠체어로 관람이 가능한 월정사
 
 
 
강원도의 힘
여행지로서 강원도는 장애인, 특히 휠체어 이용 장애인인 필자에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앞서 밝혔다 시피, 나는 여행을 할 때 그것이 실제로 제공하는 경험보다는, 그 경험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가 더 중요 하다. 예를 들어,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행위 자체보다는, 그 바다를 내가 본다는 게 내게 어떤 의미인지 가 더 중요하다. 내가 이동이 불편하다는 사실이 이러한 의미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어찌 되었든 내 여행에서는 이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난 모든 장소에 아주 가까이는 아니더라도 모든 여행자가 접근할 수 있게 한 강원도 여행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가 방문한 강원도의 관광지가 대부분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갔던 월정사는 석조 계단 옆에 경사로를 마련해놓아(위 사진 참조) 휠체어로 절 내부까진 아니어도 안마당까진 갈 수 있다. 그 외 에도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강원도의 한옥으로된 절들은 대부분, 전국의 다른 많은 절과는 달리, 휠체어로 안쪽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 대관령 양떼목장의 풍경 
 
 
처음 도착해서 본 대관령 양떼목장 또한, 전체가 흙 길로 되어있어 비록 휠체어로는 이동하기 힘들었지만, 계단이 없어 진입 자체는 가능했다. 게다가 진입 후에는 컴퓨터 배경화면과도 같은 탁 트인 목초지와 그곳에 사는 양 떼를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정동진 바다를 조망할 수 있었던 정동진 레일바이크와 데크길이 해변 가까이 나 있어 휠체어로 꽤나 자유로움을 체험할 수 있었던 강릉의 경포 해변이 기억에 남는다.
 
 
필자는 예전에 배리어프리 방법이 나와 있으리란 기대로 지체장애인이 쓴 유럽 여행기 책을 읽고서는, 그 내용이 뜻밖에도 비장애인이 적은 기행문과 다르지 않아 몹시 실망하고 책을 덮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알아야 했다. 여행을 가능하게 하기만 한다면,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가 그 여행 을 통해 느끼는 정도는 다르지 않다. 이 사실을 유난히도 배리어프리 했던 강원도 여행이 내게 알려 주었다. 
 
 
작성자글과 사진. 원소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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