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며 요리하며]마음2 : 맛도 과하면 좋지 않아 > 문화


[수행하며 요리하며]마음2 : 맛도 과하면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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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양간에 들어선지 어언 두 달이 지났군요.(그래 참 오래도 했다?) 두려움은 조금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감을 못잡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그 속에 새로움과 즐거움이 보이더군요. 아침 밥을 해서 밥 뚜껑을 열 때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그 구수한 김과 냄새는 정말 환상적입니다. 그리고 야채와 무우, 버섯과 두부를 만지는 것이 얼마나 감촉이 좋은지 몰라요. 그리고 방배동 텃밭에서 심어놓은 배추, 열무, 시금치, 상추 등이 봄비 속에 파릇파릇 올라오는 것을 보면 너무도 신비롭고 감동적입니다. 세상에 그 먼지 터럭같은 작은 씨앗속에 어떻게 그렇게 파란 잎파리가 오롯이 움터올 수 있는지, 단지 사람은 흙만 고르고 씨만 뿌려주고 물만 적당히 주었을 뿐인데 말예요. 나머지는 햇빛이 해주고, 비가, 바람이, 벌레가 다해준 거지요. 하물며 별빛마저도 이 작은 씨앗을 움트게 하는 힘을 준 겁니다. 그걸 보면 배추가 자라는 이 작은 일까지도 우주적 사건이지요.

전통적으로 파, 마늘, 부추, 달래, 홍거 등, 오신채를 넣지 않는 사찰요리의 맛은 아주 특별합니다. 일전에 시장을 보고 돌아오면서 늦는 바람에 밖의 음식점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파, 마늘, 양파를 듬뿍 넣은 요리를 먹는데, 김치를 먹고 반찬과 밥을 먹으면서 정신이 혼미해 집디다. 정말 맛에 탐닉하게 되더군요. 빠져드는 거예요. 평소에 그런걸 안먹다 먹으니까 더더욱이나 그랬습니다. 아하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오신채는 향이 강해서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고 평정심을 흩트려 뜨리며, 몸에 냄새를 나게 만들어 청정한 몸과 마음을 유지 할 수 없기 때문에 불교에서는 금해 왔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양념들은 그야말로 ‘탐닉’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맛에 빠져들게 하여 마음을 혼미하게 하는 약인 거지요. 그런데 현대사회는 파, 마늘, 양파뿐 아니라 혀끝을 강하게 자극하며 녹이는 화학조미료가 있어서 더욱더 탐착하게 만든다는 사실도 새삼 알았습니다.
음식 맛은 손끝에서 나온다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미료 맛이고 향료 맛입니다. 최근 대부분 요리는 더욱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데치고 밀가루 묻히고 튀겨서 소스를 뿌리고 찍어서 먹는 등 더욱 복잡한 절차를 거칩니다. 그러다보니 실제 채소 고유의 맛이라기 보다는 덧씌운 양념 맛인 경우가 많은 거지요. 그러나 사찰에서의 요리는 정말 최소한의 양념만을 넣습니다. 그 바탕에 깔린 철학은 모든 식물의 고유한 그대로의 특성과 맛을 살려서 음미하고 그 향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양념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사찰음식의 양념은 소금, 간장, 설탕 정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튼 불교의 요리는 다른 요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 갈수록 혀끝의 단맛이 강화되고 있고 그것에 익숙해집니다. 맛이 달라지는 것은 성품과 기질이 달라지는 것이고, 개인의 마음만 아니라 사회의 마음도 달라지는 겁니다. 일전에 미국에서 과자를 먹은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단맛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맛이 굉장히 강합니다. 절 음식은 맛있지만 탐닉하게 하는 맛은 아닙니다. 적당히 맛있는 거지요. 그래서  항상 정신없이 먹게 하지 않고 많이 먹어도 적당히 먹게 하는 뭔가가 있는 거 같아요. 맛도 지나침은 좋지 않기 때문인가 봅니다.


▶덧대기 글
제가 공양간으로 간다니까, 많은 도반들이 나의 몸매를 놓고 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에나) 법운 유정길법사가 3개월(100일)이후 현재보다 살이 찔것인가, 빠질 것인가이지요. 모든 사람이 양편으로 갈렸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먹는 것 옆에 둔 공양간에서 살빠진 사람을 못봤다” 더구나 “법운법사가 누구냐, 모든 탐욕은 끊었다지만 식탐만 끊으면 성불한다는 사람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내가 몸이 더 불는 것을 기정 사실화 해나갈 때, 고마운 몇 몇분(법륜스님과 난승법사님을 위시한 소수 - 이분들에게 많은 복이 있으라)들은 내가 살이 빠지는데 걸었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 마저도 나에 대한 심리적인 위안을 생각한 동정 어린 배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아무튼 두고 보라, 정토회 수많은 도반들이여 ! 살이 찌길 기대하는 그대들에게 땅을 치는 실망감을 돌려 드리겠노라.

법운 유정길 두손모아 꾸벅
 
 

 

작성자유정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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