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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당신이 노래로만 말한다면!"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사랑을 담을 영화 <에이미>

본문

  영화 에이미는 노래로 세상과 대화하는 여덟 살 소녀의 이야기다. 에이미는 네 살 때 세계적 락 스타인 아빠가 공연 중 감전사고로 죽는 모습을 본 이후 갑자기 침묵해 버린다. 사랑하는 아빠를 지키지 못했다고 스스로 믿으며 세상과의 대화를 단절한 것이다.
  그 후 아무도 에이미의 상처를 아는 이가 없고, 아무도 에이미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에이미는 아빠와 엄마를 따라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수다를 떨던 명랑한 아이였는데 아빠가 죽은 후 여덟 살이 되는 오늘까지 에이미는 자폐증에 걸린 듯 말을 못하는 것이다.
  에이미의 엄마는 말을 잃어버린 여덟 살짜리 딸의 목소리를 찾아주려는 눈물 많은 모성을 보이지만 모두가 헛수고일 뿐이다. 아직은 기억 속의 상처로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에이미의 마음 속까지 들어오지는 못한 것이다.
  새로 이사온 동네에 옆집에 사는 삼류 가수 로버트는 어느 날부턴가 에이미가 침묵을 깨고 자신의 노래를 한 소절씩 따라 부르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나 로버트가 말을 건넬 때 에이미는 대답하지 않는다. 노래를 부를 때만 에이미는 화답한다.
  이제 친절한 이웃인 로버트는 에이미와 대화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부터 두 사람은 노래로 대화하기 시작한다. 에이미를 따뜻하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로버트, 에이미의 엄마에게 에이미가 말을 한다고 전한다. 엄마는 로버트의 말을 믿지 않지만 어느 새벽, 작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하는 딸의 모습을 본다. 4년 만에 들은 딸의 목소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미가 사라졌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배우 전원이 뮤지컬 속의 주인공처럼 하나 되어 노래를 부르며 에이미를 찾는 장면이다. 모든 사람들이 에이미를 찾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어두운 밤 손전등을 든 수십 명의 경찰과 고집 센 할머니, 소년, 엄마, 이웃집 아저씨들까지. 닫혀져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어느새 에이미가 노래로 대화한다는 것을 믿기 시작한다. 누구도 노래로 대화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없다.
  대규모 야외 콘서트장에서 아빠의 노래가 들려 왔을 때 에이미는 "아빠!"를 부르며 뛰어간다. 흐느껴 울며 소리지르는 에이미. 뒤 쫓아간 엄마는 "아빤 나 때문에 죽었어. 아빤 나 때문에 죽었어!" 하고 외치는 에이미를 보며 비로소 에이미의 침묵의 비밀을 읽어낸다.
  어린 에이미는 자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라고 지금까지 믿어 왔던 것이다. 엄마는 에이미를 꼭 껴안는다. 아빠가 죽은 것은 너 때문이 아니라고, 이제야 비로소 에이미는 아픈 기억의 상처로부터 벗어나 말할 수 있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에이미. 따뜻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한 이웃들에게 "고생 시켜서 죄송해요."라는 말로 고마움과 반가움을 표시한다. 이 영화는 사랑으로 치유 못할 상처는 없다는 확신을 준다. 가족과 이웃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에이미는 이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 아무도 당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고 세상 무엇도 당신을 필요치 않는다고 느낄 때, 혹은 살아가는 것이 점점 눈물 겨워질 때 순수한 희망과 따뜻한 세상이 그리워진다면 혹 이 영화가 지쳐있는 당신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라스트 씬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미덕은 음악이다. 강렬한 비트의 락에서부터 락큰롤, 부드러운 모던 락까지 오가며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아름다운 영상과의 완벽한 조화를 꾀한다. 특히, 에이미의 진실을 알게 된 후 후반부의 복고적 사운드에 에코가 겹친 환상적인 모던 락 선율은 영화가 끝나도 귓가에서 지워지지 않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이름다운 목소리의 에이미가 부르는 "스탠 바이 미" 또한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고 귓가를 맴돈다.

 

글/ 김정희 객원기자

작성자김정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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