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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동화책 "유리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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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약하신 유리 어머니는 며칠 전부터 감기로 방에 누워 계시기만 했습니다.
"참! 내 인형." 유리는 아침에 서랍 깊숙이 숨겨 놓았던 인형이 생각났습니다.
"엄마아∼!!"
"왜 그러니 유리야."
"오빠가 또 내 인형 가져 갔나봐요."
"오빠 어디 있니?"
"몰라, 으앙∼ 내 인형."
오늘도 유리의 방은 온통 어질러져 있습니다. 하지만 유리는 별로 놀라지 않습니다.
"유리야 어디 가니?"
엄마와 함께 오빠를 찾으러 나간 유리는 골목길에서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친구들과 마주친 유리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오빠를 보면 안 되는데…"
오빠 승리는 장애우입니다. 그래서 유리보다 나이도 많고 몸집도 크지만 항상 어린 아이처럼 행동했습니다. 늘상 집을 어질러 놓고 어떤 때는 혼자 집 밖으로 나갔다가 길을 잃어 온 식구들이 혼이 난적도 있습니다. 유리는 그런 오빠가 무척 싫었습니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유리 엄마 몸도 안 좋은데, 승리 때문에 걱정이 크겠어요." 멀리서 수퍼마켓 아주머니가 오빠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아이구 승리야."
"글세, 애가 우리 가게 앞에서 울고 있더라니까요."
수퍼 아주머니는 자랑하듯 크게 말했습니다. 유리는 동네 친구들이 오빠를 이상한 눈으로 구경하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엉망이 된 인형을 보니 더욱 화가 났습니다.
"오빠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그날 밤 어머니와 아버지는 오랫동안 얘기하셨습니다.
"여보 도저히 안되겠어. 아이도 아이이지만 당신 건강도 생각해야지."
"전, 괜찮아요, 유리가 더 걱정이에요. 승리한테 신경 쓰느라 유리한테는 통 신경을 못쓰고 있어요."
"내가 알아봤는데 요즘은 시설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라구. 일주일에 한 번씩 면회도 갈 수 있고, 음식도 괜찮고, 환경도 좋다고 하더라구. 당신 건강해지고 유리가 클 때까지만 승리를 시설에 맡깁시다." 
"그래도 어떻게…"
"승리를 위해서도 그게 나을지 몰라. 매일 가둬놓고 지낼 순 없잖아."
어머니와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얘기하셨습니다. 며칠 후 유리 오빠 승리는
"유리야 안녕!" 하며 큰 가방을 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그 날 저녁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만 돌아오셨습니다. 커다란 가방도, 오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와∼"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유리는 너무 깨끗한 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네 집은 이제 달라졌습니다. 왠지 낯설기는 해도 유리는 깨끗해진 집이 놓았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새 인형이 유리를 더욱 기쁘게 했습니다. 유리는 처음으로 친구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모처럼 나들이도 갔습니다. 며칠동안 청소를 안 했더니 유리방은 마치 오빠가 어질러놓은 것처럼 엉망이 됐습니다. 오빠가 없어도 청소를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집니다. 청소를 하던 유리는 헌 인형을 발견했습니다. 유리는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그 인형을 좋아하던 오빠 생각이 났습니다. 항상 식구들을 힘들게 하던 오빠. 집안이 깨끗해지고 식구들도 편해졌지만 오빠가 없는 집은 왠지 허전했습니다. 식구들 구두를 닦는다며 새까만 얼굴로 웃던 오빠. 그 모습을 떠올리며 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유리는 오빠가 보고 싶었습니다.
"엄마 내일 미술시간에 가족 사진 가져오래요. 식구들 얼굴 그리기를 할 걸래요."
유리 어머니는 앨범을 꺼내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오빠랑 다같이 찍은 사진이 어디 있더라…?"
가족 사지을 보던 유리는 식구들과 떨어져 혼자 쓸쓸히 있을 오빠 생각이 났습니다.
"오빠…"


 

"오늘은 우리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릴 거예요. 식구들의 특징을 잘 나타내 그려보세요." 
"예∼"
식구들을 그리던 유리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자상한 아빠얼굴, 다정한 엄마 얼굴. 예쁜 제 얼굴은 그렸지만 도저히 오빠 얼굴은 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유리는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선생님은 유리를 불렀습니다.
"왜 그러니 유리야?"
"…"
"괜찮아, 얘기해봐." 유리는 또 눈물이 났습니다.
"선생님…오빠가 너무 불쌍해요. 저 대문에 식구들과 떨어져 외롭게 시설에서 지내고 있어요…"
"저는 나쁜 동생이에요"
"그렇지 않단다. 유리야 불편한 오빠를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유리는 가졌는걸!" 선생님은 유리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따르릉...
"뭐라구요. 승리가 없어졌다구요?"
어머니는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나가셨습니다. 오빠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수업시간에도 유리는 선생님 말씀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영영 오빠를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동안 오빠에게 못되게 굴었던 일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 때 아이들이 운동장을 내다보며 소리 쳤습니다.
"어? 경찰아저씨다."
잠시 후 담임선생님이 유리를 불렀습니다. 교무실로 내려간 유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오빠가 경찰아저씨와 함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가 길에서 울고 있어서 물어보았더니 집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림의 뒤에 학교랑 몇 학년 몇 반인지 적혀 있어 일단 이 학교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 그림은 지난번 미술시간에 유리가 그린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오빠에게 편지보낼 때 같이 보낸 것인데 오빠는 그걸 보고 집 생각이 났었나 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도 학교로 달려오셨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도 모두 나와 구경했습니다. 하지만, 유리는 더 이상 오빠가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우리네 식구는 모처럼 활짝 웃을 수 있었습니다. 유리는 이제부터 오빠와 사이좋게 지내겠다고 달님에게 굳게 약속했습니다.

 

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편집부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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