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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당신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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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된 지는 꽤 오래된 작품이지만, 우리 사회를 둘러싼 억압상황과 인간내면의 의식을 우화적으로 예리하게 분석해내어 아직도 성실한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작가는 구분(舊本)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 다시 새판을 내놓았다. 이 작품은 "소록도"라는 실재하는 나환자수용소(수용소라는 표현은, 요즘은 그렇지 않겠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 될 시점에서는 그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를 소재로 하여 씌어진 것이다. 그러나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이야기는 소록도의 실제와는 관계없는 허구이며, 장애인 문제라는 특정한 시각에서 씌어진 것도 아니다.

소록도, 시인 한하운을 통해서 더욱 알려진 곳이자 우리 사회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여기에 조백헌이란 인물이 새 원장으로 부임해오고, 때 맞춰 원생 두 사람의 소록도 탈출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원장은 탈출사건의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섬을 둘러보면서 "작은 사슴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섬의 풍취와 조경이 퍽 아름답다고 느낀다. 섬 전체가 하나의 공원 같다고 얼핏 느끼는 이 피상적인 아름다움이 그에 대비되는 어떤 처절한 섬의 비극을 암시하고 있다. 원장은 직선적이면서도 신념에 찬 성격의 인물로 섬사람들에게 생기와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 줄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격리된 삶에서 오는 소외감과 건강인들로부터의 멸시라는 천형(天刑)에 찌들은 사람들에게, 미래의 낙원을 보장해 줄 거대한 간척사업을 꿈꾼다. 그러나 그의 선량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섬사람들의 반응은 죽음과 같은 침묵뿐이다. 그러한 약속에 대해 섬은 슬픈 과거의 배신과 상처를 안고 있었다. 과거에도 그런 일을 벌인 원장이 한 사람 있었으며 섬사람들에게 천국을 만들어주겠노라 하였으나, 결국 그는 자기의 천국을 꿈꾸다가 자기의 동상을 세우고 섬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당신들의 天國"이란 제목이 풍기는 묘한 어감을 여기서 감지할 수 있다.(섬을 찾는 사람 중에는 자기의 삶을 감당하지 못해 봉사라는 명분으로 도피처를 구해오는 감상적인 부류도 있었다.) 작가는 이상욱이란 섬사람의 입을 빌어 꼬집고 있다. 그 의도의 선악과는 상관없이 이 섬을 나환자만의 천국을 만들려하는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좋은 수용소를 건설해 줄 테니까 환자답게, 딴 생각하지 말고 운영을 수용하면서 살아다오라는 사고방식, 건강인이 사는 사회와 너희들이 살 수 있는 곳은 엄격하게 분리된다는 생각이 전제가 되는 한, 다시 말해서 운명공동체가 아닌 사람이 만들어주려는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당신들의 천국"은 결코 천국일 수 없으며 따라서 그것은 거부할 수밖에 없노라고 한다. 문둥이도 인간이기에 인간 속에서 인간대접을 받으며 살고 싶은 그 원초적인 욕구를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지극히 당연한 물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간척사업 마무리를 보지 못하고, 자기와 섬사람의 운명의 간격을 미해결의 숙제로 남겨둔 채 원장은 섬을 떠난다. 그리고 7년 후, 원장이 부임해 온 이후의 일의 전말을 소상히 아는 기자 한 사람이 취재 차 소록도를 방문했다. 섬에서는 아직도 탈출사건이 계속되고 섬사람들은 결코 그곳이 천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않고 있다. 원장은 2년 전에 이제는 개인으로서 섬사람들과 운명을 같이하고자 섬으로 돌아와 있었다. 소록도는 예전의 규제와 억압에서는 상당히 자유로워지고 다양화되어 가고 있었지만 극적인 해결 같은 것은 여전히 없었다. 단지 섬사람과 한 건강인 여성의 결혼식이 곧 올려진다는 사실이 희망의 씨앗이라면 씨앗이랄까.
소록도의 문제는 소록도 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소록도 밖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건강인과 그렇지 못한 사람 모두가 관련된 공동체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가 소록도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여러 인간형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여러 모습을 한 우리들 자신의 자화상을 볼 것이다. 인간끼리의 화해가 전제되지 않는 일방적인 시혜나 동정은 자칫 문제자체를 은폐하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올림픽같이(물론 이런 행사가 갖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때 전혀 무의미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공허하게 요란스럽기만 하지 않을까. 올림픽이 끝나면 "당신의 천국"이 오는 것처럼.

작성자전동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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