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 상담실 1] 삶의 고통을 더는 길 > 문화


[함께걸음 상담실 1] 삶의 고통을 더는 길

본문

삶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삶의 고통은 좌절, 분노, 억울함, 모욕감, 수치감, 죄책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들을 가슴에 묻어두든지 아니면 어떠한 형태로든 털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음에 간직한 채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런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가 없거나 대상이 없는 것이다.
마음을 터놓고 말한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비밀스런 이야기와 그것 때문에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자신의 약점을 보이는 일로서 두렵고 어려운 행위이다. 용기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그것은 모험이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실험이다. 그러나 그 결과 우리는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마음을 열어서 털어놓는다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째는 자신의 고통거리와 관련된 이야기(story)를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를 사실 그대로 소개하는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단편소설이요, 자서전의 한 줄거리가 될 수 있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상대방의 고통이 어떤 것이며 그 연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의 소개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로, 더욱 필요한 일은 자신의 고통과 관련되어 있는 무겁고 한 맺힌 감정(feeling)을 쏟아 놓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는 며칠 혹은 몇 달 몇 년을 감금당해 온 억울하고 가슴아픈 감정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무참한 평가와 공격으로 인해서, 선천적인 결핍에 의해서, 갑작스럽게 당한 사고에 의해서, 깨어진 인간관계 등에 의해서 쌓여 가는 감정들이다. 이렇게 억압된 감정들은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하고 삶을 더욱 형편없이 만들어 간다. 감정을 쏟아놓는 것을 감정의 노출(feeling-disclose)이라 한다. 억압된 감정을 다 쏟아 놓을 때에 마음의 병은 치유되는 것이다. 이 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 놓기 위해서 상담 자를 찾아가거나 가까운 친구를 만난다.

그러나 이성적인 머리 작업에만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감정의 표현이 얼마나 어렵고 또 불편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차라리 의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남의 이야기를 하듯이 한다.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얼굴에는 슬픈 기색이 없으며 행복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어두운 얼굴을 한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감정처리를 부당하게 하고 있다. 감정처리란 나의 감정을 내가 소유하는 것으로 감정과 언어, 감정과 표정, 감정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속과 겉을 일치시키는 행위로서 인격이 분열되는 것을 막아준다.
우리는 말할 때에 자신의 감정에 직면하는 것이 필요하다. 머리에 떠오른 자신의 사건이나 이야기를 가슴의 그릇 속에 고여있는 감정의 심연 속에 "첨벙" 담기었다가 꺼내어서 말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우리는 감정의 묻어 있는 이야기를 전하게 되고 또 들을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서로에게서 만나기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감정의 알맹이들이다. 우리가 만나기 원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고 가슴이 아닌가? 가슴과 가슴이 열리고 감정과 감정이 만나는 관계를 원하고 있다.
삶의 의미는 인간과 인간의 진정한 만남 속에 있다. 유명한 상담 자이자 신경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V.Fraukl)의 상담사례를 소개한다.

그가 깊은 잠을 자던 새벽 세시 경에 어느 소녀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 소녀는 삶에 비관을 하고 자살을 결심하였는데, 유명한 상담자인 빅터 프랭클이 그런 자기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 줄 것인지 궁금하여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었다. 빅터 프랭클은 모든 지식과 상담의 경험을 총동원하여 삼십여 분간 최선을 다해 그녀가 죽지 않도록 설득하였다. 그러나 그녀가 죽기를 유보하고 다음날 거의 사무실을 찾아 왔을 때에 빅터 프랭클은 자신이 들려 준 온갖 이야기 때문에 소녀가 죽음을 유보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녀가 자살하지 않기로 결심한 유일한 이유는 깊은 밤에 그의 안면을 방해하면서 장시간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지 않고 참을성 있게 성의를 다해서 자신의 말을 들어 주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처럼 자신의 속사정을 진심으로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세상이라면 이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작성자김중호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