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작은 새가 온날 / 이웃에 온 아이 > 문화

이와사키 치히로. 일본의 국보급 화가로 불리는 이 사람을 처음 알게된 것이 지난 1999년이었으니 벌써 만 3년이 다 되어 가는 셈이다. 혹 알게되었다는 표현에 오해할 독자들이 있을까 싶어 해명하자면, 그는 이미 1974년 8월, 5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따라서 그와의 만남은 그가 남긴 그림을 통해서 이뤄진 일방적이고 간접적인 것이었음을 분명하게 밝혀둔다.

1999년 여름, 매주 베스트셀러 차트를 집계하고 동향에 대한 분석 기사를 쓰던 나는 매우 낯선 출판사의 책과 마주하게 되었다.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라온 대부분의 책들이 신문 출판면의 대대적인 리뷰나 광고에 힘입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이 책처럼 광고나 리뷰의 후원 없이 상위권에 올라온 책들을 보면 당연히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었던 것.

창가의 토토. 일본 TV 토크쇼 진행자이며, 아시아 최초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임명되었던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쓴 자전적인 이야기인 이 책은 그 투박하고 거칠면서도 진솔한 감동이 담겨있는 내용만큼이나 인상적인 삽화를 가지고 있었다.

하얀색 표지에 덩그라니 그려져 있는 한 소녀의 그림. 그 넓은 면에 그 그림과 책 제목이 박혀 있을 뿐이었지만 그 어떤 장식과 치장보다 강렬하고 인상적인 느낌을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겨놓았던 그 그림.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바로 이와사키 치히로였다.

자신의 예술적 지향을 어린이로 정하고 평생을 살았던 화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서 죄의식을 가진 양심적인 지식인이었으며, 공산주의적 성향의 반전인권운동가였던 그의 그림은 그림의 독특함만큼이나 특별한 과정을 통해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은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함과 소박함이 생명이다. 서양의 수채화적 기법과 동양의 수묵화적 기법을 더해 창조해낸 독특한 화법. 표면적인 형상보다는 이면적인 느낌과 감동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와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사로잡는 신비로움. 이런 특별함 덕분에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은 많은 세계인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이미 10여개국 이상이 그의 화집을 번역 출간했을만큼 예술적인 완성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창가의 토토로 독자들에게 예상치 못했던 좋은 반응을 얻었던 출판사가 이번에는 그 호응에 대한 보답, 제대로 만들어낸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책을 소개하겠다는 소신과 욕심, 그리고 약속을 버무려 손해를 감수하고 총 6권의 치히로 아트북 시리즈 중 1차분 2권 작은 새가 온 날과 이웃에 온 아이를 내놨다.

출판사는 치히로의 원작 그림책과 가장 근접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 현지에서 인쇄하고 홍콩에서 제본해 책의 꼴을 갖췄으며, 한정된 수량밖에 찍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 책은 홀로 숨겨놓고 아껴가며 보는 그런 그림책이 아니다. 내가 아닌 남에게 주고 그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다. 백번 듣느니 한번 보는 편이 빠르다. 이 두 권의 그림책을 직접 보고 난 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면 당신도 이제 이와사키 치히로가 쏟아놓은 사랑과 양심, 감동의 삶과 그림에 사로잡힌 중독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글 이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