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셜록홈즈 전집/ 아르센 뤼팽 전집1,2 / 아르센 뤼팽 전집 1 > 문화


[신간안내] 셜록홈즈 전집/ 아르센 뤼팽 전집1,2 / 아르센 뤼팽 전집 1

셜록홈즈 전집 / 황금가지 펴냄 / 1·2권 7,000원 3·4권 8,000원 아르센 뤼팽 전집 1, 2 / 까치 펴냄 / 각권 8,000원 아르센 뤼팽 전집1 / 황금가지 펴냄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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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냉전시절. 철없던 어린 학생들은 틈만 나면 모여 앉아 내기에 내기를 거듭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멋진 두 강대국의 첩보원들. CIA와 KGB 중 어느 쪽이 멋있는가 혹은 뛰어난가를 두고 설득력 있는 증거와 이유를 서로에게 들이대면서 말이다.

 생각할수록 우스운 일이다.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두 나라의 첩보요원들, 어쩌면 우리 근현대사의 한 자락에 더러운 전쟁의 부스러기를 흘렸을지도 모를 그들을 두고 왜 그리 열광했던 것인지.

 시간을 조금 더 어린시절로 돌려보면 그곳에는 한 도둑과 탐정이 등장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

 명쾌한 추리와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멋진 탐정과 신출귀몰 부자들의 보물만을 노리며 뛰어난 변장술과 무술 솜씨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괴도 뤼팽.

 편을 갈라 싸움하기에는 정말 좋은 인물들이었다. 과도한 도덕의식에 사로잡힌 일부 몰지각한(?) 친구들이 끝끝내 뤼팽은 도둑일 뿐이고 마지막에는 정의의 사도인 홈즈가 뤼팽을 잡아 감옥에 가둘 것이라고 우겨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주먹다짐으로 사태를 해결해야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른다. 누가 이겼느냐고? 쓸데없는 관심 제발 좀 참아달라. 나름대로 아픈 기억이니까.

 현역에서 은퇴했어도 진작에 했을, 그래서 이제는 지난날의 영광이나 곱씹으며 너무나 변해버린 현실에 놀라움과 아쉬움의 눈길이나 던지고 있어야 어울릴 것 같은 이 두 인물들이 21세기 최첨단의 시대에 오히려 전성기보다 더 세련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예전처럼 엉성하기 짝이 없는 번역판의 재탕이 아니라 원작의 의도와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낸 완역판으로 출간되었으니 어린 시절 그들에게 혼을 빼앗겼던 나 같은 어른들을 기꺼이 사로잡고도 남을만한 일이 아닌가.

 셜록 홈스 전집의 경우 출판사 한 곳에서 전집 1차분 네 권이 출간되어 있으니 별 고민 없이 선택해 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르센 뤼팽의 경우는 좀 복잡하게 이것저것 따져봐야 할 상황이다.

 루팽 전집 혹은 선집을 출간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출판사는 현재 총 네 곳. 이 중 두 곳의 출판사는 똑같은 전집을 거의 동시에 내놓은 덕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며, 한 곳의 출판사는 "선집"을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전집이 아니라는 이유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는 6월에는 또 다른 출판사에서 전집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똑같은 책이 여러 곳의 출판사에서 쏟아지고 있으니 어떤 책을 골라야 후회 없는 책 읽기를 즐길 수 있을지 독자들로서는 행복하면서도 짜증스러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드는 책이 있기는 하지만 괜한 오해에 휩싸이고 싶지 않은 관계로 여기서는 밝히지 않고 넘어가려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불어닥친 판타지소설의 인기를 단숨에 앞지르면서 또 다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추리소설의 강풍. 누군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네 사는 세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배배 꼬여 있어 명쾌하고 이성적인 추리와 설명으로 그 꼬인 매듭을 풀어 미궁의 늪에서 꺼내줬으면 하는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도 말한다. 단순한 복고 열풍의 반영일 뿐이라고. 그리고 제대로 번역된 문학작품을 읽어야겠다는 독자들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진 까닭이라고. 세상사 모든 일이 이렇게 거창하고 그럴싸한 이유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닐진대.

 초등학교 동창회는 언제나 아련한 긴장과 기대감 그리고 아쉬움을 동반한다. 오래된 친구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애절함과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나는, 하지만 언제 만나도 반가울 수 있고 편안할 수 있는.

셜록 홈즈와 아르센 뤼팽을 대하는 내 마음, 아니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난 시절 자신을 사로잡아 밤을 꼬박 넘기며 매달리게 만들었던 소중한 영웅들. 이제와 들춰보니 조금은 촌스러워도 그것이 크게 흠이 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런 책들.

 준비되었는가? 자, 이제 그 새로운 감동의 세계로 출발할 시간이다.


 

 

 

글 이우일(웹진 "부꾸 www.bookoo.co.kr"기자)

작성자이우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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