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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몸은 어떤 의미인가?

창녀와 소아마비 소녀가 나누는 서로에 대한 치유그린 단편 영화 바디

본문


 

 

 

 

 

「바디」   줄거리

 

소아마비로 뼈만 앙상한 소녀는 앞집에 살고 있는 40대의 뚱뚱한 창녀를 훔쳐보며 자위를 한다. 그리고 창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를 느끼지만 오늘도 몸을 판다.

자신이 앞으로 섹스를 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인 소녀에게 섹스는 환상과 두려움이고, 트럭에서 몸을 파는 창녀에게 섹스는 생활 수단일 뿐이다.

오늘도 어제 같은 하루를 살아가던 그들이 목욕탕에서 만났다. 처음 소녀는 몸이 불편한 자신을 도와주려는 창녀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탕 속에 빠진 소녀를 창녀가 구해주면서 두 사람만의 교감이 시작된다.

처진 가슴과 아랫배, 탄력 없는 피부를 가진 창녀의 몸도, 밋밋한 가슴과 앙상한 하체를 가진 소녀의 몸도 서글프기만 하지만 창녀는 소녀의 몸을 씻어주고, 소녀는 창녀의 머리를 말려주면서 서로의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보듬어간다. 서로의 몸을 통해서…

 

"서글픈 육체의 따뜻한 교감"

지난 1월부터 2월 말일까지 인터넷 극장에서 섹스를 주제로 한 옴니버스 영화 사자성어(四者性語)를 유료상영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네놈이 풀어내는 성에 관한 이야기"라는 뜻의 사자성어는 이지상, 이송희일, 유상곤, 김정구 네 독립영화 감독들이 모여 "성"이라는 주제 하에 네편에 단편들을 모은 옴니버스식 장편영화다.

작품내용을 살펴보면, 「원적외선」을 만든 이지상 감독은 번번이 "검열" 때문에 곤욕을 치르느라 이번에는 표현의 수위를 어디까지 할지 고민했다고 하지만 네 작품 가운데 가장 적나라하다.

실제로는 노동일을 한다는 소리꾼을 섭외해 뽑아낸 텁텁한 노래자락을 배경에 깔고 춘향과 몽룡, 변강쇠와 옹녀에게 흥건한 정사를 코믹하게 벌이게 한다. 춘향이가 변사또를 유혹해 질펀하게 놀다가 암행어사로 출두한 몽룡을 농락하는 에피소드 앞뒤로 에로비디오 뺨치게 방사를 벌이게 하는 식이다.

▲단편영화-바디

「마초 사냥꾼들」은 커밍아웃한 영화감독 이송희일 씨의 정체성이 흠뻑 묻어나는 작품이다. 남성우월주의, 남근중심주의에 대한 조롱이자 경고다.

「하지」의 제목은 중의적이다. 가장 낮이 긴 여름날을 뜻하는 동시에 "(섹스) 할까?" "그럼, 하지." 라는 대사를 뜻하기도 한다. 맞선에서 만난 평범한 남자와 여자가 쑥스러워하며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한 뒤 자연스레 섹스를 시작한다. 상상으로 가능할 영화 속의 이런 세계에서 섹스는 너무나 일상적이기만 하다. 맞선 본 두 남녀는 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만나는데,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면서도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만지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 건조해진 인간관계를 상징한다.

4개의 에피소드 중 짜임새와 이야기의 자기완결성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로는 유상곤 감독의 「바디」를 꼽을 수 있다. "바디"는 섹스의 대상으로서의 몸에 대한 연구보고서다. 소아마비 소녀와, 몸을 팔며 사는 40대 중년 여성이 앞집 뒷집에 산다. 각자의 몸은 소녀에게는 수치스러운 존재일 뿐이고, 중년 여성에게는 생계수단으로 전락했다. 이 둘이 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난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지만, 중년 여성이 소녀의 목욕을 도와주고 서로 몸을 씻어 주며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이들의 목욕은 잠시 동안이라도 각자의 몸에 대한 열등감을 씻어내며 서로에 대한 치유를 그린다.

특히 소아마비 소녀가 자기 몸 속에서 솟아나는 성적 욕구를 느끼고 표현하는 장면 등은 그동안 여타의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장애여성의 성문제를 솜씨 있게 들춰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장애우, 비장애우이라는 구분을 떠나서 성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기본 욕구이며 권리인 동시에 인간관계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성적 표현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하나의 의사소통 방법이다.

그러나 장애우는 비장애우와는 달리 제한된 환경속에서 제한된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제한 된 성 역할을 학습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 표현이나 역할은 미숙하고 부적절하게 보여지기도 한다. 영화 「바디」 안에서는 이러한 장애우의 미숙하고 부적절하게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장애여성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우리가 성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과 새로이 인식해야 할 것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연 몸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는 몸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기 전에 시각적 의미에서의 몸을 생각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혹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자신의 육체가 아름답게 보이길 바란다. 즉, 현대인들은 몸의 본질적인 의미보다 섹스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바디」는 현대인들의 이런 생각에 문제제기를 해서 몸의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두 여자가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안 받아 가는 과정을 통해서 보여준다.

장애우 여성도 성적욕구를 느끼고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고 싶어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듯이 30대 중반에 몸을 파는 여성에게 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환상이나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며 동시에 따분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비교하며 화면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우리에게 성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의식인가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우 여성과 몸을 파는 여성에게 성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다른 위치에서 성을 바라보는 두 여성이 서로의 몸을 통해 자신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성"의 진실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섹스를 상상하는 여성과 섹스가 일상일 뿐인 두 사람이 단순히 섹스(행위)를 통해 일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몸을 통해 "성"을 느끼고 알아 가는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든 유상곤 감독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한 몸들이 한순간이나마 어느 지점에서 상호이해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는데 감독의 의도가 섬세한 영상 속에서 스며들어 실감을 높이고 있다.

「바디」를 포함한 네편의 단편영화 사자성어는 온라인 개봉에 이어 3월 즈음에 극장에서도 관객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바디」 제작한  유상곤  감독  인터뷰

 

왜 각종 매체에서는 장애우를

 

이야기할 땐 겉포장만 할까요?

 

 

 

 

유상곤 감독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파리에서 영화연출 전공한 후 1992년부터 「푸른 밤하늘」, 「7248」, 「표류」, 「길목」, 「체온」등 독립영화만을 고집스럽게 만들어온 감독으로 꼽힌다.

유감독은 방송이나 문화 등의 전반적인 매체들이 장애우이야기를 그려낼 때 무조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승리를 거두는 겉모습만 표현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애우의 성에 대해서는 감추고 언급조차 회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유감독이 「바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고, 그가 장애우에 대해 어떤 견해들을 가지고 잇는지 들어보았다.

 

- 성을 주제로 네 개의 단편영화로 만들어진 <사자성어> 가운데서도 "바디"는 소아마비 소녀와 늙은 창녀의 만남 속에서 이들이 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상호 이해하는 순간을 담아낸 영화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 이외에도 장애를 가진 소녀가 성적 욕구를 느끼는 장면 묘사 등과 같은 그동안 쉽게 보지 못한 표현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특별히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들려주시죠.

"성에 대한 영화를 의뢰받고 무척이나 고민을 많이 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했습니다. 저도 웬만큼은 성에 대해 환상적인 볼거리나 가벼운 터치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하지만 그런 기대는 기대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어긋나는 지점이 무척 많이 드러났고, 결국 저는 그나마 제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마음먹고 이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전 이 영화에서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경계나 대립적인 사회적 입장만을 담고자 하진 않았습니다. 제게는 그런 메시지보다 영화 속 인물을 여성 혹은 인간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제가 알고 지냈던, 혹은 제가 상상하는 인물에게 인간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삶을 눈여겨보고자 하는 것이죠. 그것이 저와 관객의 인생이기도 하니까요. 비록 극단적인 삶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중에 창녀와 장애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벌거벗은 몸과 마음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의 다면적인 입장을 바라보자는 것이죠."

 

- 늙은 창녀와 소아마비장애를 가진 소녀이야기를 통해 감독님이 표현하고 싶었던 주제나 의미는 어떤 것이었나요?

"영화 속 두 여성은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자의든 타의든 사회적 약자임은 틀림없습니다. 따라서 마땅히 열등감이 그들속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드러나는 상황이지 그것이 모든 현실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이 처연하고 비루해 보일지라도 그들의 삶은 그들의 것이고, 동정받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여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기 위주로 타인을 규정해버립니다.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도 모른체 말입니다. 영화속 그들이 그런 사람들의 편견을 넘어 잠시나마 따뜻해지기를 바랍니다."

 

- 시나리오를 받아 읽어봤습니다. 시나리오 내용 중에 실제 영화 속에서는 많은 부분이 삭제되었던데요. 특히 시나리오에는 장애여성의 성적욕구에 대한 표현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시나리오에 씌여 있는 표현들이 여성장애우의 성에 대한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시나리오 중에 많은 부분을 삭제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말씀하신대로 시나리오에선 보다 구체적인 표현이 많았지만 영화의 러닝타임 때문에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는 일이었죠. 처음 편집을 해보니 1시간이 훨씬 넘는 분량이었으니까요. 그대로 했다면 아마도 저 혼자만의 장편영화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결국 단편영화의 장점인 함축성으로 주제에 근접한 내용과 장면을 간추리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 두 주인공 여성은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나 변방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보면 이 두 여성의 교감을 통해 서로 몸에 대한 열등감을 씻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비장애우 일반인 여성은 장애여성의 몸을 씻어주고, 장애 여성은 일방적으로 씻김을 당하는 수동적인 입장에 놓인 느낌이 드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으로 <바디>속의 두 여성 주인공은 어느 누가 더 낫고 모자란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육체적인 불편 때문에 장애 여성이 누워서 씻김을 당하지만 그것은 곧 역전 내지 공감으로 인해 화합합니다. 그것이 이 영화를 통한 제 입장임은 분명하니까요."

 

- 영화 중후반부를 보면 소녀와 창녀가 서로의 몸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 가운데는 이런 두 여성의 교감이 동성애적 표현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혹시 관객들이 동성애적 코드로 이해할까 무척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그런 문제는 아니거든요. 인간 상호간의 이해가 우선입니다. 오히려 동성애적인 코드로 해석되고 있는 것은 이 사회가 어느 정도 다변화되고 있고 관객들의 해석도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한 예가 되겠죠."

 

- 이 영화를 촬영하시면서 특별히 장애여성의 성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고민하시거나 따로 공부하신 게 있나요?

"어린시절 제 아버지는 뱃사람이었습니다. 어느날부터 신경통이 생기셔서 큰 수술을 받고는 한쪽 다리를 저시게 되었죠. 그리고 몇 년전 돌아가실때까지 그 분의 고뇌와 분노와 절망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것이 제가 알고있는 장애우의 삶입니다."

 

- 우리 사회는 일반적으로 장애우의 성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금기시합니다. 장애우를 유아취급하면서 그들의 성적욕구를 억압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인데 이에 대한 감독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에 대해 저는 화가 납니다. 왜 각종 매체에서는 장애우를 이야기할땐 겉포장만 할까요? 왜 그들은 무조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인간승리 해야하는 것일까요? 그 중에서 특히 장애우의 성에 대해서는 감추고 언급조차 회피합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장애우를 바라보는 올바른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장애우를 정말로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여긴다면 보다 의연하고 게다가 객관적인 시각이 절실히 요구되리라 믿습니다.

 

- 앞으로 어떤 영화를 계획하고 계신지 들려주십시오.

"<바디>까지 여덟 번 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주위의 지인으로부터 영화적 스타일을 규정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매번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적 스타일이나 이야기 혹은 제작 시스템에 대해서도 마찬가집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 가운데 장편 상업영화도 시도중입니다.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이면 일반 극장에서 제 영화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 이나라 기자(n2906@hanmail.net)/ 사진제공 (주)외눈거인

작성자이나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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