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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개의 일기

개의 일기 / 유리 브레잔 지음 / 오늘의책 펴냄 / 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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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농촌활동을 들어갔던 충청도 한 마을에 매우 특별한 개가 살고 있었다. 이 개의 별명은 "철학하는 개".

때는 장마철, 열심히 수박밭을 매고 있던 일행들은 비를 피해 밭 주인 할머니의 집에 들어섰고, 그 넓은 마당 한 귀퉁이에 마련된 간이 축사에서 후에 "철학하는 개"로 명명된 그녀석과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간이 축사 안에는 시멘트 블록이 한 장 놓여있었는데 아마도 바닥이 질척거리니 그 위에 올라가 있으라는 할머니의 배려인 듯 싶었다. 그녀석은 할머니의 배려를 십분 이해한 듯 블록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문제는 그 자세였다.

블록 위에 올라선 녀석은 뒷발로 일어서서 축사 뒤편 담장을 집고 서 있었다. 자세가 이러니 고개는 저절로 뒤로 젖혀질 수 밖에. 게다가 녀석은 빗방울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치 장맛비를 원망하는 농부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묘한 자세와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 일행들이 아무리 소리쳐 부르고 주의를 끌어봐도 녀석은 아주 가끔 힐끗 돌아볼 뿐 결코 흔들림 없이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개의 표정과 행동이 아니었다. 세상을 달관하거나 포기한 사람들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표정과 행동이었다.

이런 표정과 행동 덕분에 우리들은 녀석에게 "철학하는 개"라는 그럴싸한 별명을 지어줬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녀석이 왜 비 오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런 기묘한 표정과 행동을 보여줬는지 알 수가 없다.

언제고 여름이 돌아오면 인간의 보신을 위해 제 한 몸 아낌없이 바쳐야한다는 운명에 서글펐던 것일까? 아니면 축생으로 태어나야 했던 죄 많은 전생이 한스러웠던 것일까? 내가 직접 그 개가 되어보지 않는 한 어찌 그 속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아무렴 못하는 게 당연하지. 당연하고 말고.

장황하게 "철학하는 개"의 이야기를 끄집어 낸 이유는 이 책 「개의 일기」의 주인공 "키프코" 때문이다. 사냥견으로 잘 알려진 어린 닥스훈트종 강아지 키프코의 솔직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개가 사람을 키우는 건지, 사람이 개를 키우는 건지 혼동될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

자신은 "막스"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키프코"라는 이름을 제멋대로 붙여주었다며 툴툴거린다. 또 꽃을 종이라고 말해 골탕먹이는가 하면, 발이나 꼬리를 밟아놓고도 키프코가 비키지 않아 그렇게 되었다며 오히려 타박을 놓기 일쑤다. 그 뿐이 아니다. 조금만 트집 잡을 일이 생기면 걸레를 휘둘러 때리기도 하고, "한 방 먹이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너무나 사소하고 당연해서 별 볼일 없는 일들도 강아지 키프코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엉뚱하고 이해하지 못할 한심하고 별스러운 일이 되고 만다. 사고뭉치 장난꾸러기에 교활하고 대책 없는 닥스훈트 키프코의 좌충우돌 인간세상 적응기는 "모든 사물은 생각한다, 고로 가끔은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라"는 익살스럽지만 중요한 생각의 단초를 제공한다.

글 이우일 (웹진 "부꾸www.bookoo.co.kr"기자)

작성자이우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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