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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반지의 제왕

반지의 제왕(전6권)/ J.R.R 톨킨 지음/ 한기찬 옮김/ 황금가지 펴냄/ 각권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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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두 편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현실에는 없는, 하지만 어쩌면 있을 지도 모르는 환상의 세계를 그 주무대로 삼고 있는 영화. 이런 유사성 덕분에 두 편의 영화는 피해갈 수 없는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악의 화신 "볼드모트"와의 운명적인 대결을 타고난 꼬마 마법사 "해리 포터"와 친구들의 모험담을 그린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무성한 소문의 틈을 비집고 한발 앞서 개봉됐습니다. 영화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던 백수 친구의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딱 그만큼"이라는 수수께끼같은 말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수수께끼는 의외로 쉽게 풀렸지요. 전세계 어린이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학교를 빼먹게 만들었던 원작을 한치의 어긋남 없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놓기만 했다는 그런 의미였으니까요. 한마디로 영화만의 독창적 상상력이 부족했다는 것이지요.

한껏 부풀었던 기대감이 슬그머니 실망감으로 바뀔 무렵 영화 "반지의 제왕"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힘의 상징인 절대반지를 없애기 위해 주인공 프로도와 반지원정대가 겪는 흥미진진한 여정이 원작 출간 50여 년만에 드디어 영상으로 재현되었으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자칭 영화 전문가인 백수 친구가 그냥 넘어갈리 만무했지요. 며칠을 벼른 끝에 무료 시사회 관람권을 거머쥔 친구는 그 길로 달려가 영화를 봤고 어김없이 한껏 교만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나 또 한번 선문답 같은 평을 내렸으니, "예습한 만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습? 그럼 원작을 먼저 읽어야 영화의 재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그런 뜻인가? 뜨악한 내 표정을 본 백수 친구는 더욱 기고만장한 표정을 지으며 몇 가지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의 원작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정확히 말해 1954년 첫 권이 발표된 이래 장장 12년에 걸쳐 완성된 대작이다. 지은이 "J.R.R 톨킨"은 옥스퍼드 대학의 문헌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족을 위해 신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호비트의 모험」을 지었는데 이것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얻어 쓰게 된 것이 바로 「반지의 제왕」이었다.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폭발적인 인기와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제까지는 한번도 묘사된 적이 없었던 전혀 새로운 세계, 전설과 민담 속에서만 어렴풋이 존재해왔던 판타지의 세계와 인물들을 마치 눈으로 보고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고 완벽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톨킨의 「반지의 제왕」 이후 등장한 온갖 판타지 문학들은 모두 톨킨과 「반지의 제왕」에게 큰 빚을 지고 있으며 명실공히 판타지 문학의 아버지, 원전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설명까지 마치고 난 친구는 만족스런 웃음을 입가에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잘난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독교인이 성경을 읽지 않는 것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반지의 제왕을 읽지 않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제법 근사한 말까지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또 이 작품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가 판타지라는 가상의 공간을 빌어와 현실에 존재하는 모순들, 예를 들면 전쟁과 권력의 추악함을 향해 통쾌한 한방을 날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고 일러줬습니다.

백수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한시라도 빨리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판타지의 원전, 아버지, 고전을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지적 욕망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을 반영하는 뛰어난 거울의 실체를 몸소 체험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백수 친구를 향해 타오르는 부러움과 시기심, 이유 있는 적개심을 해소하고 싶어서였다고 말입니다.
 
 

글 이우일(웹진 "부꾸"기자) www.bookoo.co.kr

작성자이우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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