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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더 레인
(Before the Rain)


  이 영화는 마케도니아의 아름다운 자연과 투박한 돌집이 만들어내는 수채화 같은 영상이 매우 뛰어나다. 그리고 만체프스키의 섬세하고 치밀한 연출이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보여진다.

  밀코 만체프스키(Mklcho Manchevski)가 직접 쓰고 연출한 이 영화는 우리가 사는 불안정한 세상을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의 분쟁을 통하여 보여준다.
만체프스키는 늙은 신부의 입을 빌어 금언과 같은 대사를 관객에게 던진다. "원은 둥글지 않고, 결코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원은 가장 안정된 형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원은 둥글지 않다고 하는 것은 세상의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변화의 지속성을 의미한다. 이렇게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변화의 지속성을 의미한다. 이렇게 만체프스키는 영화의 도입부에서부터 자신의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를 시사한다.
  그래서 그는 이야기의 시간적 질서를 파괴한다.
이 영화는 세 개의 소 재목을 붙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에피소드는 말(words), 얼굴(face), 사진(pictures) 이라는 소제목으로 나누어져 있으나 유기적인 연결을 맺고 있다. 단지 시간적인 질서를 연출자가 의도적으로 깨뜨린 것 때문에 관객은 잠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그렇게 은밀하지 않다. 그는 이 시간적 질서를 농락함으로써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자신의 금언적 선언을 강조하려고 한 것이다. 마케도니아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영원히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객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보아야만 "말" 이라는 소재목이 붙여진 첫 번째 에피소드가 "사진" 이라는 세 번째 에피소드의 다음 이야기란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 세 가지 소 재목 혹은 부제목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해석해도 만체프스키의 의도를 곡해하지는 않는다. "말" 은 언어를 의미하고 언어는 족속마다 다르다. 젊은 수사"키릴" 은 이년간의 침묵서약을 "자미라"의 출현으로 깨뜨린다. 침묵의 서약에서 풀려난 그의 말은 자미라의 사랑을 이끌어내지만 동시에 그녀의 죽음을 야기한다.
  "얼굴"은 대면을 뜻하기도 하고 인간의 감정을 뜻하기도 한다. 앤은 그녀 남편의 주검 앞에서 "당신의 얼굴..얼굴.."하며 말을 맺지 못한다. 마케도니아나 보스니아에서만 불안정함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런던의 한복판에서 그것도 한 식당에서도 그 불안정함은, 민족적 분쟁은 존재하는 것이다.
  "사진"은 현실을 가장 객관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하여 포착된 허상이다. 알렉스는 이 현실의 허상으로 분쟁의 현장을 세상에 알리는 퓨리쳐상을 받은 사진기자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포로의 죽음을 야기한 자신의 직업과 그것을 찍은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자신은 사촌 미토의 죽음을 목격하며 반사적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주먹을 불끈 쥔다. 자신은 여전히 현실의 방관자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이 어릴 적 사랑했던 알바니아인인 한나의 딸을 구해달라는 하나의 부탁으로 현실에 참여하게 된다. 그는 실존적 의미의 "앙가줴"를 감행하고 자신의 죽음을 맞는다.
  이 영화는 매우 단순한 줄거리 위에 기초한다. 만체프스키의 시간적 왜곡을 바로잡고 이야기를 살펴보자. 퓨리쳐상 수상자인 사진기자 알렉스는 별거 중인 유부녀 앤과 마케도니아로 가자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과의 이혼을 매듭짓기 위해 그와 함께 떠나지 못한다. 그러나 앤은 남편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목격한다. 마케도니아에 돌아온 알렉스는 한나를 만나지만 그는 그녀의 집을 방문하면서 알바니아인과 마케도니아인과의 종교적, 민족적 분쟁의 심화를 목격한다. 그러던 중 그의 사촌 미토가 한나의 딸 자미라에게 살해되고 자미라는 그의 또다른 사촌 자그레브의 손에 납치된다. 한나는 알렉스에게 찾아와 자미라를 구해줄 것을 부탁하고 알렉스는 자그레브에게 가서 자미라를 구출하려고 한다. 자미라를 데리고 떠나는 알렉스에게 자그레브는 총을 쏘겠다고 위협하나 알렉스는 쏠 테면 쏘라고 자미라를 데리고 떠난다. 자그레브는 알렉스를 사살하게 되고 자미라를 데리고 떠난다. 도주한 자미라는 젊은 수사인 키릴의 방에 숨어들고 침묵의 서약 중인 키릴은 그녀를 숨겨준다. 자그레브는 자미라를 잡으러 교회를 수색하나 자미라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키릴은 자미라와 함께 교회에서 쫓겨나게 되고 안전한 곳을 찾아 도주하나 자미라의 할아버지에게 붙잡혀 키릴은 구타를 당하고 추방된다. 떠나는 키릴을 부르며 쫓아가는 자미라를 그녀의 가족들이 사살한다. 키릴은 그녀의 주검 옆에서 망연자실하여 앉아 있는다.
   이렇게 이야기는 두 집안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것도 사랑했던 두 남녀의 가족들이 얽혀 있는 이야기이고 두 가족의 일원들이 어처구니없이 살해되는 이야기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 즉, 공산주의의 기치 하에 강제로 통일된 국가의 체제로 묶여있던 서로 다른 언어와 종교를 가진 민족들이 그 체제의 붕괴로 다시 분쟁을 겪고 있는 것이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전면적 분쟁은 아니지만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의 분쟁은 이렇게 이웃 간의 그것처럼 더 비극적인 것을 만체프스키는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마케도니아의 숨막힐 듯한 공기는 비를 기다리고 있다. 알렉스의 주검 위로 그들이 바라던 비가 내린다. 그의 귀향은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지만 그는 처음으로 그의 조국의 현실을 방관자가 아닌 참 여자로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마케도니아의 아름다운 자연과 투박한 돌집이 만들어내는 수채화 같은 영상이 매우 뛰어나다. 그리고 만체프스키의 섬세하고 치밀한 연출이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보여진다. 물론 그리스정교의 "아이콘"들이 발산하는 많은 의미들은 우리로서는 파악하기가 용이하지 않지만 그것의 적절한 사용은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영호 / 시각장애우이며 영화인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EBS라디오 "사랑의 가족"을 진행하고 있다.

작성자이영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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