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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한 권

<숨바꼭질>

본문

저자 : 방귀희 / 출판사 : 도서출판 <이유> / 발행: 2001년

 <숨바꼭질>은 2년 전에 읽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희망동화> 시리즈 1권이다. 이 책을 삼각관계사랑 이야기라고 분류하면 작가가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책표지에 눈에 띄는 두 가지가 있다면 뇌성마비소녀가 주인공 이라는 것과 책 수익금의 일부가 중증장애우 생활시설 설립에 쓰여 진다는 것이다.
수아와 소아는 쌍둥이 자매다. 수아가 2층 방안에 하루 종일 갇혀있는 동안 소아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다른 삶을 사는 자매다. 수아를 기쁘게 하는 한 가지는 섬소년 지민이와 오고가는 편지사랑이다. 하지만 지민이가 수아를 만나러 서울에 오게 되고 수아의 동생 소아가 언니를 대신해서 지민이를 만나면서 둘만의 편지사랑에 소아가 끼어들게 된다. 언니를 대신한 소아와 지민이의 사이가 더욱 가까와지면서 2층 방에 숨어있어야만 하는 수아, 정작 편지속의 주인공이 자기라는 말 한마디 못하는 수아, 그리고 지민이가 자매의 집에 머물면서 지민이를 두고 수아와 소아와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어느 날 정치에 뛰어든 아빠의 선거가 시작되자 수아는 2층 보다 더 깊숙한 시골 별장으로 숨겨지게 된다. 그곳에서 수아는 자신을 돌보던 언니를 통해 운동을 하게 되고 말하기 연습도 하면서 피나는 재활훈련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찾아가는 동안, 아빠는 장애 있는 딸을 숨겼다는 여론으로 선거에서 자진사퇴를 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수아가 학교에 가게 되고 전교1등은 물론 학예회 연극대본을 쓰는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마침내 못생긴 <신데렐라의 꿈>이라는 학예회가 끝나고 지민이가 수아에게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하모니카로 연주하면서 동화는 끝을 맺는다.
동화에 빠져있는 동안 주인공 수아를 따라가다 보면, 멋진 소년을 두고 팽팽히 줄다리기하는 두 소녀의 사랑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밀려드는 중증장애아동의 현실은 머릿속에 남아있는 수아를 쉽게 동화속으로 다시 보내고 있었다.
나는 매일 장애아동을 치료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다지 곱게 들리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의 장애는 나의 밥벌이인 셈이다. 사실 의료직이라는 것이 병이나 장애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직업일 테니까 말이다. 흔히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꿈은 뭐니? 라고 묻곤한다. 하지만 매일 장애로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씨름하고 치료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꿈을 묻는다는 것은 치료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장애가 어떤 것이고 그로인해 주어질 아이들의 현실을 객관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밥벌이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쉽게 꿈을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2년이 지난 요즘도 가끔은 <숨바꼭질>표지를 보면서 2층 방안에 숨겨진 수아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리고 2년전 방안에 숨어있던 수아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떠올려보다가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숨어 있었던 것은 수아가 아니라 내가 아니었나, 그래서 숨바꼭질 술래는 수아였고 숨어있던 건 어른이라고 하는 나 자신이지 않았나.    
장애로 힘들어하는 아이든, 힘들어하지 않는 아이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꿈을 묻고 찾아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이시대의 어른들은 모두 아이들을 피해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술래가 되어 숨어있는 꿈과 미래를 찾아 울고 있을지 모를 이 땅의 수많은 수아를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주고 조금씩이라도 준비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수아에게 조심스런 약속을 해본다..    

 
글 이철상
작업치료를 전공하고 「예슬아동발달센터」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중증장애우의 일상생활은 치료로 그 사람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보다,
주변환경의 개선과 발전이 더욱 필요하다 믿어 유니버셜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다.

작성자이철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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