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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는 동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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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랑 별로 친하지 않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집에 있으면, 리모콘을 손에서 떼지 않고 티브이 채널 돌리기에 여념이 없다.  원래 일이 되면 하지 않던 것도 새로이 보게되고, 결국엔 습관이 되어버려 또 하나의 무덤파기가 시작되는 법.
장애우방송모니터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 TV는 가장 가까운 벗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난 원래 TV 드라마, 다큐 등 프로그램보다 광고를 더 즐겨봤다. 인상적인 광고 카피는 종종 생활의 소소한 기쁨이 되하니까.
요즘 맘에 드는 문구는 "99%의 실천, 1%의 마음으로 표현하는 사랑은 동사다".
명사나 형용사도 아닌 동사가 사랑뿐만 아니라 "모니터"와도 어울리는 듯하다.
모니터 안에서 "장애"를 고민하고 생동생동한 운동으로 확장시키는 것, 그래서 모니터는 동사가 아닐까? 

방송에서의 1초, 평생 상처가 되기도
‘장애우방송모니터’는 TV 방송에서 보여지는 장애 차별의 사례을 찾고 이를 개선코자 2001년부터 시작되었다. 2003년 12월 현재까지 4기의 모니터 요원을 배출했는데, 모니텨 요원들은 기본적인 교육을 받은 후 방송에서 소재나 주제로 나타나는 장애에 대해 토론하고 정히란다. 그리고 시정할 내용이나 대안이 있으면 방송사나 언론 단체에 보내 기선활동도 진행한다.
애초 장애우방송모니터단의 포부는 모니터를 무기로 운동한다였다. 그러나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모니터 활동 자체는 자본주의 세상을 향한 해결하기 어려운 싸움이자 자기 자신과의 지리한 싸움이기도 하다.
시청률 경쟁에 시달리며 비장애우 중심으로 만들어진 방송은 공공성을 담보하라는 모니터단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모니터단은 변치 않은 방송 프로에 같은 내용을 매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비록 방송이 끝까지 모니터단의 추궁에 무관심할지라도 사회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한 장애우 당사자에게는 평생이 걸린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두드러진 활동이 없어도,  ‘장애우방송모니터’가 여태껏 이어왔던 건 모니터단 스스로의 욕구와 장애차별을 넘어선 공존공생의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주변의 객체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참여로 자연스런 사회 구성원임을 이야기하고 싶은 바람, 작은 것 같지만 전부일지도 모르는 그것이 모니터단의 활동을 이끄는 힘이다.

다름을 하나의 가치로 만드는, 동(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인정한다" 내지 "이해한다"란 의미는 적어도 타인의 다름을 문제로 보지 않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개는 다르다"라는 판단에서부터 나의 주관적인 잣대나 편견이 개입되어서 쉽게 규정짓는 게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기도 하다.
특히 장애 차별을 얘기할 때 다르기 때문에 차별을 조장하는 불합리한 "사회"를 비판하기 전에 나 스스로 "장애란 무엇인가? 반차별적이고 친장애적인 사회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주장할 것인가?" 등 꼬리를 무는 물음표로 머리가 복잡하다.  막상 모니터 활동에서도 개인적인 고민은 집단으로 옮겨간다. 
매주 1번씩 꼬박꼬박 모여도  장애유무, 장애정도, 장애유형이 다르고 각자 삶의 환경과 경험 또한 달라서 토론이 끝이 없다.

관점 만들기
난 해 모니터단은 연예 및 오락 프로그램에 강한 SBS(서울방송사)에서 내놓은 휴먼다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매주 토, 밤 11:55~12:55)을 모니터링하였다.
보통 장애로 인해 어려운 개인을 클로즈업하여 어려운 현실만을 부각시켜 불쌍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거나,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차원에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인데, 이 프로는 차별화된 접근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주인공과 가족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솔루션 위원회가 특징이다.
그런데 다카야쓰 동맥염에 걸린 미경이의 이야기 <18살 미경이의 다시, 처음>(2003. 9.27일자 방송)중에 집나간 큰오빠를 제작진이 찾아가 술을 마시면서 큰오빠가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을 고백하면서 현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장면이 있었다. 모니터단에서는 이러한 방송의 개입을 프라이버시 침해인지 리얼한 감동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찬반이 갈렸다.
프라이버시 침해라 보는 입장으론 주인공의 오빠에게 가족 문제를 끌어내는 데 굳이 술을 동원하면서까지 하는 건 제작진의 오버이자 가족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박탈하였다고 주장하였고  감동이라 보는 입장의 경우 그렇게 해서라도 가족의 문제를 푸는데 방송이 잘 도와주었으며, 나레이션이 아닌 오빠의 말을 통해 더 진실하게 감동이 느껴졌다고 평했다. 서로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거의 2시간을 밀고 당기며 얘기하다가 절충하지 못한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경험들은 모니터 활동의 주된 목적이 방송을 변화시켜야한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을 설득할만한 우리의 주장이 나약하고 튼실하지 못해 탁상공론에 그치는 게 아닌가 스스로를 반송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방송내용에 따라 모니터링을 세심하게 하나씩 짚어보고 곱씹어야 한다. 모니터 운동의 타겟인 방송을 제대로 설득하려면 우리 안에서 서로를 설득하는 시간은 더디더라도 꼭 필요한 과정임은 분명하다.

운동으로 움직이는, 동(動)
어느 프로든지 장애 가진 이들이 출연하고, 출연하는 장애우가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 일원으로 나오는 방송 만들기. 그래서 더 이상 주장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것이 장애우방송모니터단이 꿈꾸는 방송현실이다.
이를 실혈하니 위해 모니터 운동은 방송제작진과 대립하는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거시적으로 방송시스템에 대한 시선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모니터단 운동이 방송현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기는 해야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스스로 동하여 동지를 만들고 우리로 하나되는 과정, 그것이 동사와 같은 모니터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글 김민경(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간사)
사진제공 장애우방송모니터단


 글 김민경(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장애우방송모니터 간사)
사진제공 장애우방송모니터단

 

작성자김민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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