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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과 차가움은 함께 존재합니다

[이영문의 영화읽기] 에스키모인들의 영화 ‘아타나주아(Atanajuart)’

본문

 
 
이번 설 연휴는 근래 들어 가장 긴 휴가였습니다. 모두들 최소 3일 이상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지요.

하지만 저같이 개인적 사정으로 긴 연휴를 혼자서 보내야 하는 분들에게는 이번 휴가가 한편으로는 같이 있지 못하는 가족들을 생각해야 하는 고통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광화문에 자리 잡은 한 영화관에서만 유일하게 개봉하고 있는 이 영화를 보려가려고 1시간 넘게 버스를 탈 때부터 저는 가족을 볼 수 없는 고통을 예감한지도 모르는 일이었지요. 결론적으로 ‘아타나주아’라는 보기 드문 영화 한편은 설연휴의 그리움을 씻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에스키모 인에 의해, 에스키모 어로 제작된 ‘아타나주아(에스키모 어로 빠른 사나이라는 뜻)’는 기획을 포함한 제작 기간만 무려 6년이 소요된 프로젝트입니다. 시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반지의 제왕’과 ‘실미도’에 유일하게 비길만한 영화지요.

그 자신이 에스키모의 후손이기도 한 ‘자카리아스 크눅’ 감독은 에스키모 관련 단체로부터의 기금과 감독 자신의 사재를 털어 조상인 에스키모 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그는 툰드라 지역의 실제 에스키모 거주 지역에서 텐트를 치고 6개월 동안 생활하며, 가능한 선조들의 그것과 비슷한 상황에 그를 위치시켰습니다. 감독의 이런 고집은 헛되지 않아 ‘아타나주아’는 에스키모인들 고유의 생활 방식과 관습, 의식 등을 제대로 묘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적어도 날고기를 먹고 얼음집 이글루에 사는 알코올 중독자 정도로 인식되는 왜곡된 에스키모 인들에 대한 평가를 바꾼 셈이지요. 그러나 이 영화가 단지 에스키모 인들의 과거 삶을 관찰하기만 하는 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영화 속에는 아타나주아와 그의 형 아막주아 그리고 이들 형제를 질투하는 오키, 사랑하는 아내, 아이들, 부모님 등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미움, 상실에 대한 분노, 질투, 비열한 복수 등 우리가 느끼는 일상생활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가 전개됩니다.

복잡한 다원적 세상의 비열한 숨김이나 가식이 없습니다. 사랑하면 같이 살고 기다리고 죽음을 슬퍼합니다. 미워한다면 화를 내고 복수를 하려고 합니다. 또한 자신의 과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도 합니다. 복수의 날을 피해 빙하지역의 살얼음판 위를 알몸으로 도망치는 아타나주아의 모습은 백야현상과 맞물려 장엄함의 극치를 이룹니다. 더욱이 살인이라는 큰 잘못을 저지른 자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장면들에서 저는 현대인들보다 더 현명하고 성숙한 에스키모 인들의 지혜를 느꼈습니다.

 

총 상영시간이 3시간으로 중간에 휴식 없이 상영되는 이 영화는 현재 90% 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마 전례가 없던 일입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기다리고 예약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모든 면에서 ‘아타나주아’는 과거 어느 영화와는 분명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과거 스펙타클 영화처럼 화려한 의상과 볼거리도 없습니다. 반지의 제왕처럼 광대하고 정교한 촬영기법도 없습니다. 단지 6mm 카메라 하나로 자연의 빛을 이용해 촬영하였습니다. 직접 에스키모 인들의 고유한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직접 살아가며 영화를 만듭니다.

상영시간이 3시간으로 중간에 휴식 없이 상영되는 이 영화는 현재 90% 이상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마 전례가 없던 일입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기다리고 예약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모든 면에서 ‘아타나주아’는 과거 어느 영화와는 분명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과거 스펙타클 영화처럼 화려한 의상과 볼거리도 없습니다. 반지의 제왕처럼 광대하고 정교한 촬영기법도 없습니다. 단지 6mm 카메라 하나로 자연의 빛을 이용해 촬영하였습니다. 직접 에스키모 인들의 고유한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직접 살아가며 영화를 만듭니다.

놀라운 것은 6mm 카메라로 찍은 것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을 만큼의 화질이 보장된 것이지요. 설원을 달리는 아타나주아의 모습도 대역 없이 알몸으로 촬영이 진행되었고 얼음 위에 모닥불을 피워가며 추위를 달랩니다.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편집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지요. 자동차 추적 장면을 촬영하듯이 그저 썰매를 타고 가며 얼음 위를 달리는 아타나주아를 찍습니다.

헐리우드의 눈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허구가 아닌 진실을 담고자 하는 사람들의 뜻이 모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공조명, 화려한 분장, 컴퓨터를 이용한 영상기법, 절묘한 편집, 특수효과 등과 같은 인위적 영화찍기가 이 영화에서는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습니다. 마치 문명 자체를 거부하려는 초자연주의자들의 축제와도 같습니다. 생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모닥불에 손을 쬐어가며 영화는 만들어집니다.

이 영화의 깨달음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자연스러움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나 보는 사람들 모두는 영화가 끝난 뒤 자연을 느끼고 돌아갑니다. 제가 이 영화를 본 날은 영화 10도가 넘어가는 강추위가 휘몰아 들던 밤이었지요. 온 몸이 꽁꽁 얼어붙는 차가움을 느끼면서도 마음은 한 없이 따스해지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툰드라의 얼음 위를 달리는 상상을 하면서 조심스레 얼음판위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영화 속 이글루 안에는 모닥불이 있습니다. 바로 이글루 밖은 영화 30도를 오가는 혹한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글루 안은 늘 따스함이 피어납니다.

사람을 용서하는 일도 이글루 안에서 일어나고 나쁜 귀신을 몰아내는 일도 이글루 안의 모닥불이 해결합니다. 투박하지만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들이 함께 있습니다. 우리가 겪는 많은 일들이 차가움으로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살벌하게 경쟁해야 하고 장애우들이 매일 겪는 편견은 이들의 마음 속 깊이 차가운 상처를 줍니다. 그러나 어려움을 함께 할 때 따스함은 스며들어 옵니다. 아무리 주변의 차가움이 우리를 도려내려고 해도 우리 마음속에 있는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은 도려내지 못합니다. 왜냐면 그것은 자연의 따스함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여럿이 함께 즐거움과 슬픔을 나눌 때 세상은 따뜻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아타나주아’는 단순한 에스키모 인들의 과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바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와 가족들이 살아있고 사랑과 미움이, 복수와 용서가 그리고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합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화려하지만 거짓으로 가득한 헐리우드의 조명을 받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근대 영화사의 획을 긋는 걸작으로 남을 것입니다. 다시 추워지는 2월의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작성자이영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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