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한권-왜 맨날 반말이야 > 문화

"왜 맨날 반말이야?(만화로 보는 장애 차별과 인권)"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겪는 차별들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엮은 책이다. 이 책에 실린 11개의 일화들은 그 내용이 상담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 더욱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그동안 장애운동 현장에서 소리높여 외치고 사회복지 강좌나 교과서에서 귀가 따갑도록 듣고 보았던 "노동권". "이동권", "문화향유권", "정보접근권" 등 추상적인 단어들은 이 책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지내온 삶의 한 단면들이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 규격을 잘 몰라서 일반 주차장 두 개를 합쳐 놓고는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요금을 두 배로 내라는 아파트 수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타던 장애인에게 "앵벌이는 나가!"라고 호통을 치던 역무원, △장애인이 들어와서 손님이 없다고 내쫓는 상점 주인, △사회활동으로 경제적 능력이 있고 질병도 전혀 없는데, 단지 장애1급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한 보험사, △은행에 온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불친절하거나 귀찮다는 듯 쫓아보내는 은행원,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투표를 대신하면서 정치인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시설대표 등 이 책에 소개된 일화들에서 과연 "노동권"이니 "이동권"이니 하는 것을 갖다 붙일 수 있을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어떤 권리에 반하는 특별한 차별이 아니라 "삶 속에 그냥 그렇게 일어나는 일상일 뿐"이라고 이 책은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수많은 장애 종류와 정도만큼이나 장애인은 다양한 사회적인 스펙트럼을 가진다. 그러나 사회는 그들이 하나이길 원한다. 획일화된 능력, 획일화된 나이, 획일화된 性을 원한다. 장애를 가진 상대방의 나이는 알지도 못한 채 반말을 하는 아주머니, 장애인에게 유치원 아이를 대하듯 혀짧은 목소리로 민원업무를 하는 동사무소 직원 아가씨, 남녀화장실 사이에 커다랗게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고 장애를 제3의 性으로 만들어버리는 건물주, 지하철에서 장애인에게 자리양보를 하라고 꾸짖듯이 소리지르다가 "어? 장애인이네?"하고는 사과 한 마디 안하시는 어르신들, 장애인 화장실을 청소용구로 가득 채워놓고 치워줄 것을 요구하는 장애인에게 일반 화장실 가서 볼일 보라는 관리인, 지하철 엘리베이터에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면 "어르신들 많으니까 니가 양보하라"는 어르신 등 아직 우리 사회는 다양한 장애를 다양한 차이로 보지 않고 "장애인"으로 본다.

특히 "인력시장"과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서 보여줬던 "너희들? 그냥 쉬어", "좀더 큰 옷이 필요할 때다"의 마무리는 이 책의 백미가 아닐까 한다. 그동안 너무도 어렵게 생각해야 했던 장애인 노동권과 생활권에 대해 단 한 컷의 그림과 한두 마디의 말이지만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만큼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주고 있다.

이젠 누구도 차별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장애인은 "장애인을 고용한 어느 기업주의 말"처럼 "다 받아주자니 내 자존심이 용납이 안되고, 쫓아내자니 주위의 눈이 귀찮은" 존재일 뿐이다. 차별의 뿌리는 그대로인데, 가지만 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에 우리는 분노하는 것이다.

글 조병찬 zzanynet@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