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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케이즈 지음 / 번역 오비후사 / 출판사  早川書坊 / 1984년에 일본어로 번역, 소개

서른살이 되어서도 유아의 아이큐(IQ)를 가지고 있는 제과점 점원 챠리고돈이 있다.
그에게 어느 날 꿈 같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유명한 대학의 유명한 교수가 아이큐를 높게 해준다는 것. 무작정 그 실험에 응할 것을 신청한 챠리는 흰 쥐인 아르쟈논을 경쟁 상대로 연일 검사를 받는다.  그리고 드디어 수술에 의해서 챠리는 천재가 된다.
이 책은 하루아침에 천재가 된 청년의 이룰 수 없는 특수학교 선생님과의 사랑과 증오, 그리고 기쁨과 고독을 통해 인간의 마음 밑 바닥에 깔린 진실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책의 처음은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문체로 시작된다. 아이큐가 낮은 챠리의 시선으로 자기를 놀리는 사람들과 특수학교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가족을 묘사한다. 그때 챠리의 내면 세계는 단순하지만 따스했다.
그러다가 챠리가 수술을 하고 조금씩 천재로 변하면서 문체 또한 조금씩 어렵게 변해가고, 천재가 되었을 때 문체는 아주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챠리의 내면도 복잡해진다. 높은 성과를 실험을 발표하기 위해서 교수는 챠리에게 많은 책을 읽게 한다.
그러면서 챠리는 기대이상의 실험성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 뿐 아니었다. 많이 알게 될수록 챠리는 인간의 본질과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집착하게 된다. 점원이었던 때와 달리 지금의 챠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낮은 지능이라고 외면했던 가족들과의 관계에 대한 반응들이 조금씩 증오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좋아했던 특수학교 담임선생님과의 사랑이 깊어 가면 갈수록 제과점 점원, 특수학교 학생이던 챠리를 떨치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그런 그가 결정적으로 증오심을 갖게된 이유는 흰쥐 아르쟈논 때문이다. 아르쟈논의 변화는 늘 챠리보다 앞섰다. 그래서 챠리가 천재로서 절정에 달았을 때 아르쟈논은 조금씩 수술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대학교수와 팀들이 흰쥐 아르쟈논의 시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목격한 챠리는 아르쟈논을 위해서 작은 무덤을 만들고 꽃다발을 바친다.
결국 챠리는 자기를 이용해서 엄청난 실험결과를 발표하려는 대학교수의 발표회에 가지 않고, 다시 예전의 챠리로 되돌아간다. 이때 또 한번 이 책의 문체가 점점 초등학교 저학년의 문체로 변하면서 제과점 점원으로 특수학교 학생으로 돌아간 챠리의 내면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1984년 처음으로 번역됐고 다시 문고판으로 개정되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일본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최근에는 드라마로 제작됐다. 특히 사회복지관련 학생들이나 특수교사를 지망하는 학생들로부터는 성서라고 까지 불린다.
다니엘 케이즈는 이 책을 통해, 아니 챠리를 통해, 인간의 가치를 인간 자체에 두지 않고, 지능의 높음에 가치를 두고 변화시키려는 인간들에 대해 ‘행복’이 무엇인지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나는 지금 일을 통해 수많은 장애우들과 만난다.
그리고 나와 다른 감성과 인성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가끔 내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챠리와도 만난다.
“나는 실험하기 이전에도 역시나 인간이었다.”는 챠리의 목소리를…
바로 “피플 퍼스트(People First: 사람이 먼저다)”라는 것을.

글 정희경(정립회관 자립생활센터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