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한권
본문
( 글, 사진 : 사회사진집단 PhotoPeople + 최병선(노들야학 동문교사)/
엮은이 : 장애인이동권연대/ 펴낸 곳 : 박종철출판사/ 가격 : 20,000원)
뭐 그런 식이다. 언제나 사회 속의 ‘타자’로 인식되어 갈 수 있는 길도, 그에 따른 삶도 찾아내기 어려운 나의 삶은, 그렇게 주체로 서지 못하고 남의 손과 의지에 얽혀서 ‘들려’질 수밖에 없다. 내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의존적인 타자로 만들고, 그런 타자들을 위해 세상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철저히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 중 하나가 2001년 오이도 역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이제 이러한 삶을 공유한 이들, 바로 이 땅의 장애인들은 외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더 이상 죽을 수 없다”고.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는 2001년 오이도 역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장애인이동권연대의 투쟁 역사를 담은 책이다. 삶을 구속당한 체 다른 이의 감시와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은 장애인이동권연대로 뭉쳤고, 이를 지지했다.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는 이러한 치열한 저항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긴 설명과 눈물어린 스토리 따위는 없다. 여기에는 그저 강력한 정상에 물든 세상의 주체들과, 그것에 대항하는 비정상의 타자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더 이상 죽지 않고 이동하는 것 그것이다.
이동권연대는 대중교통의 이용, 공공건물의 출입과 같은 지극히 일상적이라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지극히 비일상적인 방법으로 투쟁하고 있다. 그래서 그 싸움은 힘겹고, 절박하고, 그러나 강력하다. 그래서 이들은 목숨을 걸고 지하철을 멈추게 하고, 버스에 올라탄다. 그것은 커다란 정치적 목표나, 야망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일상을 누리는 것. 단지 그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장애인들을 일상에서 철저하게 배제시키고 타자화시키는 그 주체들 중 일부는 이 투쟁을 과격하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한다. 이해는 되는데, 방법이 과격하고, 시민의 발을 묶는 것이기에 인정할 수 없단다. 그러나 시민의 발을 지하 속에, 하늘 위에 만들어 내는 세상의 화려함은 장애인이 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시키는 것인가. 그래서 시민의 발을 묶는 것을 인정할 수 없음인가. 어쨌든 그래서 들려서 연행되고, 손가락질을 받고, 동정 어린 눈빛을 받는 이 투쟁의 기록은 살아있다. 우월 의식과 거만함으로 얼룩진 이들의 권력은 공권력으로 살아서 이 기록에서 장애인들을 잡아간다. 그러나 이에 대항하는 이들은 그 숫자와 몸집의 크기를 넘어서는 정당함에 대한 확신으로 무장해 있다.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는 장애인이동권연대의 투쟁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과, 그 투쟁을 함께 하는 이들의 몇 마디의 목소리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는 이동권연대를 이끄는 박경석 대표가 있고, 이들에게 투쟁의 확신과 열정을 남기고 간 최옥란 열사도, 정태수 열사도 있다. 그리고 그 외 장애인이동권연대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다. 이는 결코 감동적인 것이 아니고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불쌍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들의 삶은 자신 감동적인 타자, 불쌍한 대상으로 치부해 방안에 쳐박았던 그 시선에 대한 저항이다. 그래서 이동권연대의 투쟁 기록에는 오직 정당함만이 녹아있다. 그것은 인간들이 이룩한 헌법에 어긋나지도, 자연이 부여한 자유에 어긋난 것도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삶을 향한 투쟁이며, 정당한 저항일 뿐이다.
(글쓴이의 요구에 의해서 장애인으로 표기합니다.)
글 김원형(서울대 사회학과 3학년, 지체장애1급)
나시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남자. 그는 지금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중인 휠체어 이용자다.
그는 휠체어를 들다가 실수로 떨어뜨리는 것보다 ‘그곳에 계단이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