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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찰스(Ray Charles)의 음악과 인생

우리는 그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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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6월 10일과 11일에 걸쳐 세계 유수의 통신사들과 방송사, 신문, 인터넷 주요 기사에는 “소울 음악의 대부 레이 찰스 6월 10일 오전 11시 35분 캘리포니아주 비벌리힐스에 있는 자택에서 간 질환에 의한 합병증으로 타계. 향년 73세…”라는 내용이 걸렸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음악에 관심이 없다거나 요즘의 세대들이라면 과연 이 사람이 누구길래?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할 만한 정도임에는 분명했다.
하긴 요즘에 “시각장애 가수 중 누구를 아십니까?” 하고 설문을 한다면 대다수가 팝 음악 계열로는 스티비 원더를 꼽을 것이고, 클래식이나 크로스오버 계열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안드레아 보첼리 정도를 떠올릴 테니 ‘레이 찰스’라는 이름은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조금은 잊혀진 스타임이 사실이기도 하다.
미국 LA의 한 감리교회에서 있었던 레이 찰스의 장례식은 그의 아들인 로버트 로빈슨 시니어 목사와 제시 잭슨 목사가 주도한 가운데 평소 고인의 다양한 친분이나 활동 영역을 과시하듯 정치가를 비롯해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을 비롯한 할리웃 스타들, 그리고 레이 찰스와 같은 시각장애를 가진 가수 스티비 원더가 추모곡을 부른데 이어 비비 킹, 글렌 캠블, 윌리 넬슨, 윈튼 마살리스 등이 연이어 연주하거나 노래를 불러 작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블루스, 컨트리, 재즈, 리듬앤블루스 계열의 최고수들이 모두 그를 기리는 노래와 연주를 한 것이다.
제시 잭슨 목사는 추도사를 통해 “어릴 때 시력을 잃은 고인이 천국에서는 눈뜨게 해 주시는 분을 꼭 만날 것이다”라 말했고, 이어 컨트리 음악의 원로인 윌리 넬슨은 “앞을 보지 못하는 레이와의 체스 게임에서 늘 졌다. 그래서 질 때마다 다음에는 불을 켜고 게임을 하자”라고 말했다고 해서 애통함에 빠진 추모 인파들을 잠시 웃음 짓게 만들며 평소 고인의 유머와 낙천성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레이 찰스는 어떤 인물인가? 1930년 9월 23일 미국 조지아 주에서 가난한 부모님 사이에서 레이 찰스 로빈슨을 본명으로 태어난 그는 5살 때부터 시력이 심하게 안 좋아지기 시작해서 7살 되던 해엔 녹내장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고, 15살 땐 부모님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티비 원더, 호세 펠리치아노와 함께 가장 유명한 시각 장애 가수로 기억되기도 하는데, 권투선수 슈거 레이 로빈슨과 구별하기 위해서 성을 버리고 레이 찰스가 됐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 시절>, <줄리아> 등의 인기 가요를 지닌 국내 시각 장애 가수 이용복의 목표이자 모델이기도 했던 스타가 레이 찰스인 것이다.
“소울 음악의 천재(1992년에 모 텔레비전에서 ‘Ray Charles: The Genius Of Soul’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을 정도)”라 불렸던 레이 찰스는 영혼이 깃든 가스펠적인 목소리를 바탕으로 컨템포러리 재즈, 블루스, 컨트리, 팝 등을 섞은 1950년대의 새로운 흑인 음악으로 팝 음악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로 평가받는다. 시력 상실 이후 점자로 악보를 쓰고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학업을 모두 마칠 때쯤엔 피아노는 거의 주무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고 그 외 관악기들을 포함한 여러 악기들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1949년에 첫 음악 녹음을 한 이래로 지금까지 50여 장이 넘는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베스트 앨범이나 기타 편집 앨범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이젠 그의 대표곡들을 열거해 볼 차례인데, 레이 찰스의 특징 중 하나는 남의 곡이나 노래를 다시 살려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리메이크 전문 가수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젠 미국 조지아 주의 공식 주가로 채택되어 있는 <Georgia On My Mind>는 1960년에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곡인데 원래 재즈 뮤지션의 곡이었고, 그의 대표 곡이라 할 수 있는 <I Can"t Stop Loving You>(62년 빌보드 5주간 1위)는 컨트리 스타 돈 깁슨의 곡을 다시 해석해낸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곡은 후에 역시 대형 가수 톰 존스가 리메이크해서 우리에겐 그 곡이 더 알려져 있고, 이런 경우는 한번 더 있는데 1961년에 차트 6위까지 올랐던 <Unchain My Heart>는 허스키 보이스가 멋진 후배 조 카커가 다시 불러 크게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시각 장애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레이 찰스는 “난 매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먹고살기 위해서 노래를 하진 않았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고 말했었다고 한다.
30여 곡 이상을 빌보드 차트에 기록시켰고 지금까지 13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게다가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에게는 최고의 명예라 할 수 있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n" Roll Hall Of Fame)’이 설립된 당시인 1986년에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음악인라는 영예를 갖고 있기도 하다. 지금은 역시 고인이 된 프랭크 시내트라가 “대중음악계의 유일한 천재”라는 찬사를 남겼었고, 역시 음악 내공이나 연륜이 만만치 않은 비틀즈, 제임스 브라운, 아레사 프랭클린 등이 “그의 존재와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마치 범죄를 저지른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든다”고 했을 만큼의 진정한 아티스트인 것이다.

하지만 1965년 보스턴 공항에서 체포되어 마약을 끊게 되기까지 근 20여 년 이상을 악물

 
로 고생했고, 한 때는 방탕한 생활에 빠지기도 했다. 그의 개인적 인생으로는 두 번의 결혼과 모두 7명 이상의 여인들이 그의 주변에 있었는데, 그 사이에 모두 9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를 배려하려는 사람이 당황해질 정도로 낙천적이고 장난 끼도 많았던 그는 영역을 넓혀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었다. 1962년 뮤지컬 코미디물인 “Swingin" Alone”을 시작으로 시각장애 소년이 주인공인 1966년작 “Blues For Lovers” 그리고 Thug란 역할로 007 시리즈 중 “Octopussy”에도 출연했다고 하면 다시 찾아보실 분이 많을 것 같다. 또한 워렌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한 명화 “Love Affair(1994)”에선 다시 가수로 등장했었는데,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우리에겐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레슬리 닐슨의 패러디 코믹 영화 “Spy Hard(1996)”에서는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로 깜짝 등장해 보는 이들을 놀래키는(?!) 그 특유의 낙천성을 과시했었다.
검은 선글래스 밑으로 보이는 천진난만한 미소와 트레이드마크인 나비넥타이와 검정색 양복을 입고 키보드 앞에서 어깨와 다리를 심하게 흔들며 연주하는 레이 찰스만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지난 2003년 LA에서 기록적인 일만 번째 콘서트를 열기도 했던 그는 오는 8월쯤에 쟁쟁한 아티스트들인 노라 존스, 윌리 넬슨, 비비 킹, 제임스 테일러 등과 함께 한 곡들이 실려 있는 신보 [Genius Loves Company]를 발매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서 더욱 많은 팬들과 지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글 성우진(대중음악평론가 겸 공연기획자)

대중음악평론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MBC-FM ‘김완태의 세상을 여는 아침’ 작가로도 활약 중이다. 부산국제락페스티벌, 동두천락페스티벌 등의 프로그래머이자 공연 기획자이기도 했다. 사)라이브음악발전협회 감사와 문화연대 대중음악포럼 운영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이제 <함께걸음>을 통해 매달 그이의 맛깔스런 음악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대하셔도 좋을 듯!

 

작성자성우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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