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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문의 영화읽기] 사랑의 종합선물세트 ‘러브 액츄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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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영종도 국제공항에 간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친구네 가족을 마중나간 것이지요. 밤 9시가 훨씬 넘은 시간임에도 공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오는 사람들은 특성 있는 옷을 입고 표정 또한 제각각이었습니다.

제 옆 중년의 아저씨는 5년 만에 귀국하는 딸을 맞으러 나오셨더군요. 그런데 우스운 일이 생겼습니다. 이 아저씨가 단발의 아가씨를 향해 ‘어이 여기야’라고 소리치셨는데 전혀 응답이 없는 것입니다.

자기 딸이 아님을 확인한 아저씨의 말씀이 걸작이었습니다. ‘어, 내 딸이 아니네?’결국 5분 뒤 이 아저씨는 아빠를 향해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진짜 딸을 안고 집으로 향하셨습니다. 이 광경을 보며 공항은 참 묘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반갑게 맞고 떠나보내는 곳.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만나는 곳. 최소 왕복 60킬로미터를 달려와서 몇 만원의 통행료와 주차료를 지불하며 사람을 기다리는 곳. 간곡히 원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결코 마중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넓고 정확한 항공편 정보가 필요한 복잡한 곳. 그렇습니다. 공항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사랑이 넘쳐납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만이 그들의 사랑을 느끼는 곳이었지요. 저와 집사람도 1년 만에 친구네를 반갑게 맞이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공항이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감정의 미묘함을 느끼며 사랑에 대한 종합세트격인 영화 ‘러브 액츄얼리’가 생각났습니다.

첫 장면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시작해서 다시 공항의 만남을 끝 장면으로 남기는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정의와도 같은 영화입니다. 리차드 커티스는 오랫동안 사랑에 대한 영화만을 위해 각본을 써온 영국영화의 귀재입니다. 첫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는 이전 커티스의 각본으로 유명한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종합한 몇 가지 사랑을 매트릭스로 연결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감독이 바라보는 세상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합니다.   

“사람들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증오와 탐욕으로 가득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한 곳이다. 잊을 수 없고, 후회스럽고, 황홀하며, 자극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때로는 반갑지 않고, 마음을 아프게 하며, 설명할 수도 없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다른 모습이기는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Love actually is all around)”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우리들 곁에 가슴 떨리는 사랑을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과 각기 다른 사랑법이 등장합니다. 몇 가지 사랑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사랑의 자유와 솔직함입니다. 새롭게 다우닝 스트리트에 부임하자마자 자신의 부하직원과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미혼의 영국 수상은 초등학생들의 크리스마스 발표식에 공개적인 구애를 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사랑만이 갖는 중독성입니다. 사랑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남부 프랑스로 떠나는 작가는 포르투갈 출신의 가정부를 만나 어쩔 수 없는 사랑에 다시 빠지는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세 번째는 사랑과 질투입니다.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남편이 부하 여직원의 일시적인 유혹에 넘어가 있음을 알게 되는 중년 부인은 사랑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네 번째는 사랑의 연민입니다. 남편의 제일 친한 친구가 자신에게만 냉정하게 대하는 이유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신부의 애틋한 마음이 그려집니다.

다섯 번째는 사랑의 관심입니다. 도무지 가까이할 수 없는 동급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10대 소년의 첫사랑이 아내를 잃은 새 아빠의 번민과 함께 그려집니다.

여섯 번째는 사랑의 선택입니다. 2년 넘게 짝사랑하는 연인과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즐기려하지만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오빠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희생해야 하는 회사원의 사랑이 그려집니다.

일곱 번째는 사랑의 배려입니다. 인기 절정기에서 한 물간 가수는 다시 돈과 명예를 걸머지지만 자신을 수십 년간 지켜준 작곡자에게 크리스마스 시간을 할애하며 고마움을 전합니다. 

어떤 사랑이든 그 사랑은 대상 모두에게 혼란을 가져다줍니다. 만일 혼란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닌 것이지요. 독일 사회학자인 울리히 백은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지극히 정상적인 혼란이다. 모든 사랑은 두 개의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의 사랑과 너의 사랑. 나의 사랑에 대한 환상과 너의 사랑에 대한 환상이 마법을 일으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사랑에 감사하고 세상에 ‘그 사람’이 있음을 감사한다. 그러다가 그 환상이 감당키 어려워지면 이별하고 이혼하고, 홀로인 자신에 새삼 감사한다.‘친밀함’과 ‘자유’를 동시에 원하는 나는 과연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걸까?”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우연과 필연이 교묘하게 짜여져 있고 사랑의 마법에 걸린 사람들이 늘 그렇듯이 울고 웃고 유쾌하다가도 달콤 쌉싸름한 초코렛처럼 서로 충돌하고, 뒤섞이며 살아갑니다. 장마비가 촉촉이 내리는 인천공항을 뒤로 하며 다시금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해봤습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개그맨 김제동씨의 어록 한 가지를 짚으며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  ‘사랑한다’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미워한다? 싫어한다? 증오한다?
아닙니다. ‘사랑한다’의 반대말은 ‘사랑했었다’입니다. 사랑은 언제나 진행형입니다”

즐거운 여름 보내시고 오늘도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안녕히 계십시오.

작성자이영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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