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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장애,비장애 청소년이 함께 한 숲 생명학교

자연은 자연스런 어울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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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숲 속에서 보기 좋은 어울림이 이루어졌다.
‘청소년 숲 생명학교’라고 불려진 이 행사는 1차가 8월 4일부터 6일까지, 2차가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양평 숲 속에서 열렸다. 무엇보다 이 행사가 뜻깊었던 것은 숲 속 생명과 야생동식물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어울림을 목적으로 오랫동안 준비되어 왔다는 것뿐 아니라, 숲 속에서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서 생명을 느끼도록 기획된 점이었다. 1차 숲 생명학교에서는 지체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함께 하는 자리였고, 2차에서는 시각장애 청소년이 16명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8월 11일 오전 9시, 28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양평으로 향했다. 산음자연휴양림 숲 속 수련관에 도착하자, 이미 한빛맹학교 청소년들은 도착해 있었다. 학교에는 이미 ‘숲 속 생태 사진전’이 준비되어 있었고, 이것은 숲 속 생태학교를 진행하는 최병성 목사가 실제 강원도 서강에서 살면서, 서강에 서식 중인 동식물을 촬영한 사진들을 전시한 것이었다.
첫날 일정은 시각장애우와 비장애 청소년들이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충분히 시간을 고려해, 조별과제와 숲 속 올림픽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 조의 편성은 한빛맹학교 청소년 2명, 비장애 청소년 3~4명씩으로 이뤄졌다. 이 행사를 준비해온 교사들과 주최측의 염려, 즉 “청소년들이 서로의 신체적 조건이 다른 것을 잘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을까?”하는 점은 조 편성 후 1시간을 막 넘길 즈음 서서히 걷혀졌다.
집단적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비장애청소년이 시각장애청소년의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친구를 위해 끊임없이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자리를 이동해야 할 때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서로 손을 잡고 길을 함께 걸었다.
또한 첫날 마지막 프로그램으로는 “함께 배우는 점자” 시간을 두어, 점자를 직접 찍어보기도 했다. 비장애청소년들은 생전 처음 익혀보는 점자공부에 열중했고, 이번에는 시각장애우 청소년들이 그들의 선생님이 되어 점자를 알려주었다. 이 과정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역할이 바뀌어 비장애 청소년들이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점자를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친밀성이 더해졌다. 
“시각장애우인 나로서 당신들 보는 사람들에게 줄 하나의 충고는 이것이다. 당신의 눈을 쓰되 마치 내일 당신이 시각장애우가 된다면 하는 기본으로 쓰시오. 다른 감각기관으로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음악을 들이시오. 새소리를 들으시오.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화음을 들으시오. 이 세계가 당신에게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면에 대하여 감사를 돌리시오.”  -헬렌 켈러-

이튿날 숲 속 체험 프로그램을 하기 전, 한빛맹학교 신나라 학생 외 청소년들이 점자로 된 자료집을 낭독했다. 이후 이어진 ‘온몸으로 숲과 하나되기’ 시간에서는 제 1코스부터 8코스까지 한 조씩 돌며, 오감의 감각 모두를 이용하여 숲을 체험하고, 배웠다. 이 코스들은 ‘숲을 듣기’, ‘감촉으로 느껴 잎사귀 도감 만들기’,‘나무와 하나되기’, ‘식충 식물과 곤충 관찰하기’, ‘ 생태지도 만들기’, ‘새집 짓기’ 등 다양한 행사로 이뤄졌다.
청소년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들이 직접 새집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직접 망치질을 하며, 새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나무에 걸어두고 그 집에 어떤 새들이 와서 살까 기대하는 것.
또 이번 행사를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동안 가까이서 서로 만날 기회를 못 가졌던 장애·비장애 청소년들이 만나서 서로 돕는 경험을 한 것이었다. 전북 익산에서 온 조환용(초5) 군은 하루종일 한빛맹학교 이은복(8세, 초2) 학생의 손을 잡고 다니고, 때로는 식사까지 도와주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조환용 군은 “은복이는 제 도움이 필요해요. 즐거워요”라고 말한다. 또, 부산에서 참가했던 노세정(초6) 학생은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며 “이제 더 이상 장애우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익숙하지 않아 막연한 두려움과 어쩔 줄 모르는 낯섬으로만 다가왔던 장애가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고, 장애 가진 사람들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이렇듯 ‘청소년 숲 생명학교’는 어른들에게도 큰 배움을 남겼다. 요즘 청소년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어울러질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일거에 해소시켰다.
도시라는 환경과는 달리 숲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모두가 자연 속에서 어울릴 수 있다는 것.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무한한 혜택과 사랑을 온 몸과 마음을 열면 체험할 수 있다는 것.
땅속에 사는 생물이든, 새든,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 어떤 생명이든.     

글 윤정은(전 함께걸음 객원사진 기자)
사진 제공 숲 생명학교 최병성 목사

 

작성자윤정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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