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진의 음악여행(3)]사이먼 앤 가펀클 > 문화


[성우진의 음악여행(3)]사이먼 앤 가펀클

험한 대중음악계의 다리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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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라디오 방송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방송사 가리지 않고 만년 신청되는 그룹으로 자리하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듀엣 그룹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사이먼 앤 가펀클(Simon & Garfunkel)’이다. 지금은 너무나 저명해지고 명성이 있는 작곡가이자 솔로 가수로도 성공한 폴 사이먼(Paul Simon)과 종종 영화배우로도 활약하고 있는 아줌마 퍼머 머리 스타일을 한 아트 가펀클(Art Garfunkel)로 이루어진 포크 록 듀오인 사이먼 앤 가펀클의 이 두 사람은 미국의 뉴욕에서 함께 자란 사이라고 전해진다. 처음 음악계에 입문하게 되어서는, 대선배님들인 에벌리 브라더즈(Everly Brothers) 스타일로 노래와 기타 연주를 했다는데, 지난 1957년 후반부터 지금 생각해보면 좀 유치하게도 당시 유행하던 만화 주인공인 ‘톰과 제리(Tom & Jerry)’라는 이름으로 첫 싱글 곡 <Hey Schoolgirl>을 발표해서 차트 50위권 안에 들며 데뷔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랴?!... 그 이후의 싱글 곡들은 모조리 실패하게 됐고, 결국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두 사람은 “고등학교 졸업 후엔 일단 대학에 진학하자…”라고 결정하면서 서로 잠시 떨어져 있게 된다. 이게 사이먼 앤 가펀클로서는 가장 참담했던 시기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에 입학한 아트 가펀클은 수학과 건축을 전공했고, 폴 사이먼은 퀸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지만 역시 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음악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끼를 참지 못하고 가끔씩 연주를 하며 곡 쓰기에 열중했던 폴 사이먼은 제리 랜디스(Jerry Landis)라는 가명을 사용해 몇 장의 싱글을 발표했고, 아트 가펀클 역시 친구 아니랄까봐 아티 가(Artie Garr)라는 이름으로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단다. 도저히 본명으로 활동하기엔 뭔가 쑥스러운 그런 때였나 보다. 그러다가 60년대 초반, 폴 사이먼이 음악출판사에 팔았던 많은 곡들 중 하나가 컬럼비아 레코드사의 프로듀서인 톰 윌슨의 관심을 끌게 되며 새로운 역사가 시작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결국 새로 팀을 이룬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펀클은 레코드사와 계약을 하게 되어 다시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당시 유행하던 포크 록에 빠져 있던 이들의 데뷔 앨범은 1964년 10월에 발매가 된다.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이던가?! 그 데뷔 앨범이 상업적으로 실패하게 되자 그룹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로까지 결과가 번지고 만다. 이러해서 앨범 발매 후 곧 폴 사이먼은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에서 포크 순회공연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위기는 프로듀서였던 톰 윌슨의 작은 아이디어로 인해 완벽한 반전을 이루게 된다. 폴이 영국에 가 있는 동안 데뷔작 속에 들어가 있던 <The Sound Of Silence>를 새롭게 꾸밀 계획을 세운 것이었는데, 통기타 반주로만 이루어졌던 <The Sound Of Silence> 원곡에 전자기타와 베이스, 드럼 사운드를 새로 입힌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영국에 있던 폴 사이먼은 완벽한 포크 록으로 탈바꿈한 이 곡이 미국 차트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사이먼 앤 가펀클의 음악은, 영혼을 울리는 듯한 아름다운 하모니에다 통기타와 전자기타의 절묘한 조화, 거기에 섬세하면서도 동시에 현악 편곡의 세련된 멜로디와, 영문학 교재로까지 사용될 정도로 예리하면서도 정제된 폴 사이먼의 가사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런데, 폴 사이먼이 70년대에 솔로로 크게 성공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은 싱어송라이터로 그의 실력을 무시했지만 사실상 사이먼 앤 가펀클 최고의 작품들은 다 그의 창작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폴 사이먼은 다작(多作) 하는 작곡가는 아니었는데, 이들의 초기 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모두 1962년에서 1965년 사이에 작곡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잘 아는 불세출의 명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는 대단한 사연과 작업 끝에 나온 곡으로 생각하고 그 곡의 탄생 배경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결과는 너무나 허무했다. 폴 사이먼이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떠오른 악상에 의하여 단 10여 분 만에 탄생한 곡이라고 하니 그다지 험하게(?!) 역경을 헤치고 나온 곡은 아닌 것이다. 
 
다시 사이먼 앤 가펀클이 더스틴 호프먼 등이 열연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명화 “졸업”의 사운드트랙을 위해 녹음한 <Mrs. Robinson>은 최고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1968년에 차트 1위를 기록했고 1969년 3월에 있었던 11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는 ‘최고의 영화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최상의 음악 동료로서 10년 이상을 함께 한 폴과 아트의 관계는 점차 약해져 갔는데, 폴 사이먼은 엇비슷한 스타일의 지루한 반복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고 ‘목소리’ 예쁘게 내는 것을 제외하고는 곡 쓰기에 재능이 없는 아트는 폴의 그늘에 가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1968년에 영국의 로열 앨버트 홀과 미국의 할리웃 보울에서 가진 콘서트 이후 이 둘의 공연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게 되었고, 아트는 마이크 니콜스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영화배우의 영역으로까지 들어서게 되어 다른 인생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1969년에 유일하게 발표된 싱글 <The Boxer>는 다시 차트 7위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이들 최고의 성공작이자 팝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반이자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인 [Bridge Over Troubled Waters]로 무려 10주 동안 차트 1위를 차지했고, 타이틀곡을 비롯한 <Cecilia>, <El Condor Pasa> 등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하게 된다.
그 후부터 이들은 1972년에 대통령 후보를 위한 자선 콘서트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다음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1981년 9월 19일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있었던 무료 콘서트였다. 약 50만 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사이먼 앤 가펀클이 들려주는 옛 곡들은 그야말로 큰 감동을 주었고, 결국 이듬해에 이 공연은 두 장의 라이브 앨범으로 나와 큰 히트를 기록하게도 되는 것이다(지금은 DVD로도 출시되어 이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다).
결국, 1990년에는 사이먼 앤 가펀클의 이름이 대중음악계의 최고 영예인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정 되었지만 많은 팬들이 바라던 재결합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폴 사이먼은 자신의 이름으로도 2001년에 다시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는 영광을 누리게도 된다. 이 어찌 가문의 영광이 아니겠는가! 남들은 평생 한번도 기록되기 힘든 것을 10여 년 사이에 두 번이나 차지했으니 말이다. 폴 사이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금 가려진 듯한 인물인 아트 가펀클도 활발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 편이고, 여전히 이들의 음악은 라디오, TV, 영화 등에서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만년 히트 곡으로 기억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아주 반갑게도 얼마 전 이들은 다시 만나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는데, 한시적으로 다시 사이먼 앤 가펀클로 모여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다시금 이들의 화음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조심스레 이들의 내한 공연도 추진되고 있으니 내친김에 이젠 우리나라 팬들 앞에서도 주옥같은 히트 곡들을 불러줄 그 날이 오길 바란다.

 글 성우진(대중음악평론가, 방송작가)

 

작성자성우진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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