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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기]우울한 부천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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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교육실이 많이 생겼다고 하나 서울의 경우일 뿐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장애우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조기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봄은 작년에도 올해에도 늘 새롭게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각종 학교에 입학하는 "입학식"과 "새출발"이라는 의미가 연결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올해의 봄은 적어도 나에게는 더 커다란 새로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후 몇 해째 계속 3월 10일경이면 한해를 함께 보낼 귀여운 아이들과 새로운 만남을 갖고 있다.
 울고불고, 의자 위에 올라서고, 반주자 옆에서 아무렇게나 피아노를 뚱땅거리고, 입학미사 도중에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와 함께 촛불을 후- 불어 꺼버리는 소란스러운 입학식도 벌써 수차례.
 이제는 조금 느긋한 맘으로 "아무리 그래봤자, 졸업식 때는 나란히 의자에 앉아 졸업장을 받게 될 걸" 하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올해의 입학식에는 마음이 조금 달랐다. 부천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직장을 옮기고 교육상담이라는 업무를 맡고 나서부터는 왠지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첫째는 처음 진단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의 나이가 서울의 경우보다 많다는 것이고, 둘째는 조기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아이들이 들어 갈 조기교육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물론 특수학교, 특수학급도 마찬가지이다) 또 셋째는 이 지역에는 부모 모두 맞벌이를 하거나 엄마가 공장에 하청을 받아 집에서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거리가 먼 기관에는 데리고 다니기가 어렵다는 등의 애로사항 때문이다.
 경제력이 있어도 보낼 곳이 없고, 경제력이 낮아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찾아왔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 어깨가 쳐져 돌아가는 부모님들을 볼 때면 마음이 착잡해지곤 한다. 이곳에서 만난 미라는 엄마 아빠가 모두 공장에 다니고 낮에는 노환으로 누워 계시는 할머니와 함께 보낸다. 그 아이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데 너무나 작아서 구부정해 보일 지경이다.
 
10살이지만 취학통지서도 나오지 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누릴 수 있는 교육권"을 모두 상실해 버린 아이였다. 비록 능숙하게 더하기 빼기를 하지는 못하지만 조금 교육을 받으면 읽기, 쓰기, 산수는 지금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아이를 진단한 전문가들이 모여 아무리 의논을 해 봐도 복지관에서 물리치료를 받게 하고, 보장구를 지원해주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게다가 혼자 다닐 수 없으니 봉사자가 연결되길 기다려야 하고‥‥‥
 조기교육실이 많이 생겼다고 하나 서울의 경우일 뿐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장애아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조기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아이에게 맞는 적절한 기관이 어디인지 선택해서 교육받도록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또다시 봄을 맞는다.

글/박희정·부천장애인종합복지관

 

작성자박희정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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