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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영화보기] “마음으로 볼 때 두 눈을 필요치 않아”

시력을 얻었다 다시 실명한 시각장애우의 실화를 담은 <사랑이 머무는 풍경>

본문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을 과연 제대로 복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할 때,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어둠 속에 서성이고 있을 때 어쩌면 우리의 시력이란 것도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게 아닌지...
  이 영화, "사랑이 머무는 풍경"은 이처럼 우리에게 마음으로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우리의 마음은 진실을 볼 수 있고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휴양지에서 안마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우인 버질, 그에게 어느 날 사랑이 찾아온다. 뉴욕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바쁘게 살아가는 에이미가 휴가차 버질이 일하는 휴양지로 온 것이다. 마음까지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버질의 손길에 에이미는 점점 호감을 느끼고 어느새 사랑의 감정을 키우게 된다. 에이미는 말한다. "긴 잠에 빠진 듯한 나를 깨우는 듯한 느낌이야. 세상의 유일한 소리인 듯 하지. 그는 날 감동시켜"라고 버질 또한 에이미의 얼굴을 볼 순 없지만 그녀에게서 나는 시나몬 향기와 다정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이끌려 에이미를 사랑하게 된다.
  이제 둘은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가는 연습을 한다. 에이미는 방안에서 천으로 두 눈을 가리고 걸어본다. 곧 의자에 부딪치지만 말이다. 또한 그의 시력을 찾아 주려 웹싸이트에서 열심히 백내장 수술에 관한 자료를 찾는다.
  버질은 비가 오는 어느 날 에이미에게 소리로 사물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눈을 감고 몸으로 들어봐요. 느껴져요. 가슴에서 아름다워요, 속삭이는 소리예요. 나뭇가지 소리예요. 비가 오면 난 모든 걸 느낄 수 있어요. 방의 크기를 느낄 수도 있어요."라고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진다. 이제 에이미는 미국에서 가장 유능한 안과의사를 찾아내 버질에게 뉴욕에 함께 가 수술 받을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과거 여러 번에 걸친 수술의 실패로 좌절을 경험했던 버질은 에이미의 노력에 오히려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결국 에이미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이 두려워 뉴욕으로 가 수술을 받는다.
  수술 후 버질은 시력을 되찾기는 하지만 눈에서 전달하는 영상을 뇌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적응을 못해 두 사람은 사소한 말다툼을 자주 하게 되고 조금씩 갈등이 빚어진다.
  "내가 맹인일 때 당신을 더 잘 보았던 것 같애. 당신이 낯설게만 보여. 눈의 농간으로 보지 않는 것도 봐야 하고."
  그러나 차츰 자신의 신체에 익숙해지면서 에이미와의 오해도 풀리고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에이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된다. 이제 그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들을 보며 행복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버질은 점차 눈이 이상해지는 것은 느낀다. 의사는 불행히도 다시 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버질은 그가 좋아하는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러가고 그를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발걸음을 도서관으로 옮긴다. 그곳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게 될 사진집을 펼쳐본다. 하늘, 자연, 사람, 아름다운 것, 무서운 것, 잊혀지는 것, 기억하고 싶은 것 등 그는 아주 나중에까지 기억하기 위해 그것들을 마음 속 깊숙히 간직한다.
  드디어 버질의 앞은 컴컴하다. 정전이 된 것처럼 온통 까맣게. 마음의  정리가 끝난 버질은 에이미 곁을 떠난다. 더 이상 어느 누구의 짐이 되고 싶지 않기에 홀로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는 시력을 잃었지만 자신감을 얻는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에이미가 찾아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에이미의 숨결을 느낀 버질,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으로 서로를 감싸안는다.
  이 영화는 실화다. 두 사람은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방의 겉모습이 아닌 상대방의 아픔과 영혼까지도 사랑하는 것임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그는 언제나 우리보다 많은 걸 본다. 왜냐하면 그는 마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제 그에게 두 눈은 필요치 않다.

 

글/  김정희 객원기자

작성자김정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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