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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이희아 양의 어머니 우갑선 씨의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이야기

본문

  이 책의 첫장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독자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희아 양의 어머니 우갑선 씨가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장애를 극복한 천재소녀도, 네 손가락의 유명한 피아니스트도 아닌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우갑선 씨를 따라 14년 전 이희아 양이 태어났을 때로 되돌아가 보자.
  1급 척수장애우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10년이 넘도록 아기가 없던 우씨에게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다. 그러나 손가락이 두 개. 게다가 무릎 밑으로는 막대기처럼 가느다란 다리기와 발가락도 하나씩 밖에 없는 선천성 사지 기형을 가진 1급 장애우였다. 우씨는 처음 희아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 날, 과연 이 아기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한 생각뿐이었다. 차라리 외국으로 입양시키라고 권하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여 보기도 했지만 기도 끝에 응답을 들었다. "생긴 모양이 다르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그 목소리를 들은 후로 우씨는 희아를 어느 누구보다도 밝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키워 나가기 위해 희아에게 먼저 인사를 하도록 가르쳤다. 스스로마음의 문을 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희아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자연히 희아의 성격은 활발해 졌다.
  또한 희아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특별 대우를 받게 하기보다는 어렵고 힘들지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당당하게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손가락이 두 개뿐인 희아에게 보통의 작은 밥그릇을 사용하도록 하고 희아가 사람들의 시선을 견딜 수 있도록 공중 목욕탕에 데리고 갔다. 또한 감싸안아 키우기보다는 회초리를 들어 엄하게 키워 나갔다.
  이렇게 자라난 희아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건 6살 때 연필이라도 쥘 수 있는 손가락 힘을 길러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집 근처 피아노 학원을 찾았을 때 모두가 거절했다. 석 달 가량을 희아를 받아 줄 곳을 찾아다니다 아는 분의 소개로 지금의 피아니스트 희아가 있기까지 열심히 희아를 가르쳐 준 조미경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네 손가락 뿐인 희아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연습시간이 필요했다. 조미경 선생님은 희아를 위해 자는 시간을 줄이며 하루 10시간씩 맹연습을 시켰다. 그러나 처음부터 순탄하게 희아가 피아노를 배운 것은 아니었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지 석 달째 되던 무렵 진도는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손가락이 자유롭지 못해 양손이 다르게 움직이는 어려움에 부딪히니 피아노 치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 때 우씨는 생각했다. "이 아이가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도 계속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포기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굳게 마음을 먹고 희아를 마루바닥에 집어 던져 버렸다. 그렇게 혼이 난 희아는 재빨리 피아노 앞에 앉더니 바로 그 어려운 부분을 제대로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진 연습을 견뎌낸 결과 각종 대회에서 입상을 했다.
  그러나 처음에 대회측에서는 희아의 출전을 거절했었다. 이유는 희아가 연주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조미경 선생님은 그런 대회 주최측과 싸워 결국 희아는 출전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희아는 14살의 밝고 건강한 소녀 자라났다. 천재 소녀도 아니고 불쌍한 아이도 아닌 자기의 꿈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피아노를 치고 있는 평범한 "이희아"로 말이다.
  우갑선 씨는 말한다. 장애우라는 것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는 소리일 뿐이지. 비정상이라는 소리가 아니라고, 인내하며 노력하는 능력이 있는데 무슨 일을 못하겠느냐고, 문제는 그런 능력을 스스로, 또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믿어주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요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열정"을 연습하고 있는 희아에게 어머니 우갑선 씨는 당부한다. "피아니스트가 되어도 좋고, 작곡가가 되어도 좋다. 아니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도 좋다. 다만 네가 어떤 일을 하든 한 번에 끝내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만 하면 된다."
  이 말은 희아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귀기울여 들어봐야 할 대목인 것이다.

 

글/ 김정희 (객원기자)

작성자김정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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