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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즐기는 문화의 거리를 꿈꾸며

[독자와 함께가는 여행 ] 서울 인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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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는 차들이 질주하고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만 크게 울리는 서울의 한복판에, 인사동은 사막의 섬처럼 떠 있다.

물론 인사동에도 평일에는 차가 다니고 서로의 어깨가 부딪칠 만큼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차는 사람들을 앞서 가지 않으며 사람들도 종종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양한 볼거리에 빠져든다. 간혹 호떡을 굽거나 엿을 치는 곳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며 잠시 시간을 잊기도 한다. 이런 인사동 거리의 모습이 도심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너무도 다른지라 간혹 터를 잘못 잡은 것처럼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곳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기억의 테잎을 되감기 위해 너무나 많은 길을 돌아가야 하기에 느긋한 걸음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수 있는 인사동을 가끔 꿈꾸는지 모른다.

화랑, 공방, 찻집이 유난히 많아 눈구경이 즐거운 인사동을 함께걸음 독자인 김경아, 김미현씨 자매와 찾아가 보았다.


<구족화가 꿈꾸는 뇌성마비 장애우 김경아 씨, 다양한 그림 보고 싶어 여행 신청>

경아 씨와 미현 씨를 만나기로 한 곳은 지하철 1호선 종로 3가역. 약속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얼마를 기다렸을까? 자매도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종로에 오기 위해서는 4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에서 갈아타는데 동대문역의 리프트가 작동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아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집에서 조금 일찍 출발했다고 한다. 동대문역은 4호선에서 올라오는 곳에만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고 1호선 쪽에는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는 것은 큰 맘 먹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경아 씨의 설명이다.

경아 씨는 그림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원하는 장애우들로 구성된 ‘화사랑’이라는 모임에서 그림을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뇌성마비복지관에서 동양화를 배우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11월에 있을 전시회 준비에 바쁜 가운데 오늘 여행에 참여했다는 경아 씨는 전시공간이 많은 인사동에서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이야기했다. 함께 온 경아 씨의 언니 미현 씨는 자신도 동생과 함께 그림을 배우려고 시도했었지만 진득하게 앉아 있는 것이 힘들어 도중에 포기했노라며 웃으며 인사를 했다. 탑골공원을 지나면서 그렇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인사동 들머리에 도착했다.

길가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에 향하는 눈길을 애써 거두며 처음 찾아간 곳은 인사동 중앙에 있는 가나아트센터. 인사동을 상징하는 낮고 소박한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생뚱맞게 서 있는 몇몇 건물 중 하나인 현대식 검은 대리석 건물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인 가나아트센터는 1층과 4층에서 다양한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지하와 2·3층에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언젠가도 이곳에 왔다가 1층 출입구에 있는 계단 때문에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경아 씨는 이번에도 주위의 도움을 받고서야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아 씨는 워낙 소품에 관심이 많아 1층에 전시된 수공예품 조각보나 은으로 세공한 악세사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층과 3층에 전시된 그림을 관람할 때, 경아 씨는 특히 100호가 넘는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에 관심을 보였다. 

건물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층별로 관람하기는 편리했지만 장애우나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치된 조작판은 휠체어에 앉아서 조작하기에는 조금 높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볼 것 많은 인사동 거리, 그러나 장애우들이 즐길 수 있는 여건은 턱없이 부족 >

우리 고유의 문화가 살아 있는 거리로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가 인사동이라지만 정작 장애우들이 즐길 수 있는 여건은 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우선 화랑이나 찻집들이 대부분 2층이나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이 들어가기 어려웠고, 내부에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전시공간이 드물어 2층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보지 못하고 1층에 있는 작품을 관람하는 것에 그쳐야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몇 군데의 전시회를 더 둘러볼 때도 그런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다.

“하루동안 유화에서 동양화까지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구요. 전시회 뿐만 아니라 길에서 만난 다양한 볼거리들도 흥미있었어요”라며 여행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이야기한 경아 씨는 장애우가 인사동에 와서 느낄 수 있는 불편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도로는 비교적 포장이 잘 되어 있었지만 종로에서 들어가는 쪽은 인도에 약간의 턱이 있고 도로 중간중간 과속방지 턱이 있어 휠체어를 타고 지나기 불편했어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화장실을 나타내는 표지판에 장애우들이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표시는 되어 있지 않더군요. 인도나 횡단보도 어디에도 점자유도블럭이나 음성유도장치가 없어서 시각장애우들이 불편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음식점이나 찻집들이 많지만 대부분 계단이나 턱이 있어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기가 힘들었어요. 전시회 같은 경우,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통로가 계단뿐이라서 1층에 전시된 작품들밖에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컸어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며 바람을 누구나 나누어 가지듯, 점점 중요한 삶의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문화생활도 장애나 경제적인 형편 등을 이유로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든 이들이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다. 그렇지만 오늘 인사동 순례는 그 당연한 권리가 그다지 존중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 조금은 씁쓸한 하루였다.


글 이수지 기자 (soo3881@naver.com)/사진 이나라 기자


 

 

가는 방법

버   스: 종로를 지나는 버스를 타고 종로 2가에서 내려 탑골공원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오면 된다. 또 8번, 205번, 84번 버스를 타고 종로경찰서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지하철: 1호선 종로 3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를 이용한다.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다.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서 갈 수도 있지만 안국역은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계단이 많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우들의 이용이 힘들다


「독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함께 만들어 갈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당일이나 1박의 여행으로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만들수 있는 기회!

장애우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어떻게 설치되어 있는지 점검하고 편의시설이 미비한 곳을 지적하여 보완을 요구하는 기회도 함께 만들어 갑니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지방에 계신 분들도 물론 환영합니다.

담당 이수지 기자 02)521-5364, soo3881@naver.com


 

작성자이수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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