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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녀


「마녀」(전3권) /

그레고리 매과이어 지음 /

동아일보사 / 각권 300쪽 내외 / 7,500원


회오리바람에 날아온 집, 동쪽에 사는 마녀, 마법의 구두, 노란 벽돌길, 뇌는 없지만 현명하고 똑똑한 허수아비, 심장은 없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양철 나무꾼,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겁 많은 사자. 그리고 애머럴드 성과 대마법사 오즈.


이 정도면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짐작했음직하다.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려고 한다는 것을. 하지만 애석하게도 반만 맞았다. 나머지 반이 틀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제부터 소개할 책 「마녀」(동아일보사, 전3권)의 주인공은 앞에서 언급했던 도로시와 나무꾼, 허수아비와 사자가 아니라 그들에게 살해당한 동쪽과 서쪽의 마녀들이기 때문이다.

대마법사 오즈가 지배하는 먼치킨랜드에 초록색 피부를 가진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이 아이의 이름은 ‘엘파바’. 엘파바의 아버지는 ‘프렉스’. 마법과 미신이 만연한 먼치킨랜드에 일치교의 복음을 전파하는 목사다. 프렉스는 악마의 상징을 가지고 태어난 엘파바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애쓰지만 총명한 엘파바는 아버지의 뜻과는 반대로 마녀의 운명을 선택하게 된다.


엘파바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었다. 그의 이름은 ‘네사로즈’. 언니처럼 초록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날 것을 두려워한 어머니가 서둘러 약을 먹은 탓에 하얀 피부를 가지긴 했지만 두 발이 없는 장애를 안고 태어나게 된다. 네사로즈 역시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으면서 자라나 언니와 마찬가지로 마녀의 길을 걷게 된다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프로필 소개가 있었으니 이제 왜 이 자매가 마녀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할 차례가 아닌가 싶다. 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먼치킨랜드는 사실 대마법사로 알려진 오즈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즈는 자신의 강력하고 신비스러운 권위를 무기로 마녀들과 마법의 힘을 가진 동물들을 억압했고, 엘파바나 네사로즈는 오즈의 독재에 맞서기 위해 비밀 결사에 가담해 격렬한 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니 오즈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는 이 두 자매야말로 가장 악독한 마녀가 아니고 무엇이었겠는가?


이런 대립의 와중에 난데없이 캔사스 외딴 시골집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집과 함께 날아와 서쪽마녀로 불리던 동생 네사로즈를 죽이고 그 신발까지 훔쳐 신고 말았으니 언니인 엘파바에겐 도로시야말로 가장 악랄한 살인자일 수 밖에 없었을 것.

게다가 이 촌스러운 소녀는 독재자 오즈를 대마법사라고 믿는 허수아비와 나무꾼, 사자와 함께 에메랄드 성에 도착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오즈의 말에 속아 결국 동쪽마녀인 엘파바마저 살해하는 가히 엽기적인 일을 벌이고 말았으니 ......

이쯤 되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오즈의 마법사와 도로시의 이야기가 얼마나 편파적으로 조작된 정치적 왜곡인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를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보내고 전혀 다른 시각에서 그 대립양상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새로운 충격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를 교묘하게 패러디해 역설적이고 흥미진진한 환상의 공간 속에 재창조한 이 소설은 1995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문학성과 오락성 두 측면에서 독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있단다. 3권이나 되는 분량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너무나 인간적인 마녀의 매력에 폭 빠지게 될테니까 말이다.


글 이우일 (웹진 ‘부꾸’기자) www.bookoo.co.kr


 

작성자이우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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