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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민의 이야기마당] 행복찾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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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우리 주변에 함께 있지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몇가지 있습니다. 애써 잡으려 하면 할수록 멀어지고, 모른 척 돌아 앉아 있으면 소리없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는 것 같아.......
  누군가는 그것은 ‘신’이라고 부르고, 또 누군가는 ‘죽음’이라 부를 수도 있겠죠.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만큼은 그것은 ‘행복’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사랑’ 이라는 말과 ‘평화’라는 말. ‘건강’이라는 말과 ‘기쁨’이라는 말은 모두 ‘행복’과 동의어처럼 바꾸어 쓴다 해도 어색할 게 없을 같은 표현인지도 모릅니다.
  가끔 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될 때마다, 저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날맡 맞추기 게임으로 수업을 시작하고, 본론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행복’에 대한 테마를 언급합니다. 늘 곁에 함께 하고 있지만, 정작 자기 자신만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그 의미들을 찾는 작업으로, 우리는 하루하루를 너무 숨가쁘게만 살아가는 탓에 , 소중한 의미를 잊어버리고 또한 잃어가면서 무감각의 늪에 빠진 채로 허우적거리기가 일쑤인 것 같습니다. 가족의 생일을 잊어버리고 결혼 기념일도 무심히 지나치면서도 , 근무하는 회사의 창립 기념일은 외우고 있어야 하는 모순 같은 것들, 오늘의 주식 시세는 달달 외우고 있으면서도, 정작 소중했던 옛 친구들의 친구들의 전화번호가 하나씩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 지내는 일도 거기에 해당될 겁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곁에 마음 가까운 사람이 함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혼자 있는 공간이라면 정겨운 음악과 따스한 차 한 잔을 놓아 보세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여러 종류의 질문을 제가 던지고자 합니다.
  벼운 퀴즈 문제를 풀어가듯 함께 걸으며 오늘의 행복 찾기 게임을 시작하기로 해요.
  자, 이젠 준비가 되셨나요?
  첫 번째 질문을 드리죠, 좋아하는 꽃 있으세요?
  있다면 어느 꽃을 좋아하시나요?
  그 중에서 어떤 색이 가장 마음에 드시죠?
  저는 개인적으로 장미를 가장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핑크색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꽃이 무엇인지를 떠올리셨다면, 그리운 사람한테 전화를 걸어 그 꽃을 작은 꽃다발로 선물하는 건 어떨까요.
좋아하는 시가 있으신가요? 청소년 시절, 한창 사춘기 시절에 마음의 병을 앓게 만들었던 시 한 구절이 기억나세요?
  시를 쓰는 사람보다 아름다운 건 시를 읽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분명 여러분의 기억 속에는 즐겨 암송하던 시가 몇 편 있을 거예요.
  오늘 당장 서점에 가서 그 시집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옮겨 적어서 일기장에 담고 책상 앞에 붙이며 보고픈 이들에게 편지를 띄워 보세요.
  시는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 샘물과 같은 것입니다.
  혹시 좋아하는 장소 있으세요? 카페도 좋고 거리고 좋고, 어딘가에 있는 어느 건물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즐겨 찾는 호프집도 좋고, 가슴에 간직하며 설계한 이상적인 집 모양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왜 거기를 좋아하게 됐고 누구 때문에 가까워지게 됐으며, 지금 그 자리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가 궁금하지 않으시나요?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자리를 찾아가 보세요.
  멀리 떨어져 있다면 마음 속으로나마 여행을 떠난다 해도 좋을 겁니다.
  그렇게 가슴으로 그려 보는 장소가 있다는 건, 내가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과 똑같은 얘기입니다.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세요?
  팝송이나 가요도 괜찮고 예전에 즐겨 부르던 민중가요라 해도 괜찮습니다.
  왜 그 노래를 좋아하시나요?

  언제부터 그 노래를 즐겨 불렀고 그 노래를 부르면 떠오르는 얼굴이 누구이며, 처음 그 노래를 사랑하던 시절과 지금의 내 모습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악을 행하지 않습니다.
  집에 그 노래가 없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가까운 음반 매장에 들려서 그 당시의 추억을 되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음악은 언제나 우리에게 한 자락의 값진 휴식처를 제공해 주니까요, 좋아하는 사람 있으세요?
  남녀 간의 사랑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인간적인 관계의 사람만 여기에서 얘기하기로 할게요. 역사 속의 인물도 괜찮고 학창 시절의 은사님도 좋습니다.
  귀감이 되는 종교인이나 문인도 상관없습니다. 존경하는 분이 누구인가를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좋아하는 선배와 후배, 믿음으로 간직된 가까운 동료가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를 생각해 보세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전화 한 통의 목소리는 모르는 채 쌓여가던 서로의 시름을 말게 닦아내 줄 겁니다.
  기억에 남는 시간이 있으세요?
‘서럽고 쓰리던 지난 날들’도 괜찮고, ‘우리들 사랑이 담긴 조그만 집에 옹기종기 모여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라 해도 좋습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은 언제였나요?
  몇 살 때 어느 자리에서 누구와 함께 그 시간이 있었는지를 떠올려 보세요.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정말 많이 있었다는 점도 깨닫게 될 겁니다.
  제일 힘겨웠던 시간은 언제였는지, 가장 보람 있었던 시간은 어느 순간이었는지를 가슴에 담아둔다면, 오늘을 위로받고 지금의 행복을 몇 배로 배가시킬 수 있는 여유를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화제를 끝이 없습니다.
  술을 좋아한다면 무슨 술을 왜 좋아하고, 즐겨먹는 음식은 무엇인데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도 얘기 나눌 수가 있습니다.
  감명 깊었던 소설은 누구의 어느 작품인데, 언제 읽었으며 어떤 영향을 자기 인생에 남겼는지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차는 무슨 차인데, 왜 그 차를 즐기는지도
  얘기하기로 하죠. 아예 선호하는 차에 대한 화제라 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늘 그렇게 모든 걸 망각의 강으로 흘려 보내면서 오늘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재산은 바로 내 마음 안에 이미 간직되고 있었는데도, 다만 자기 자신만이 모르고 있었을 뿐입니다.
  행복찾기 게임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가까운 사람들과 행복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겠죠.
  가진 게 많은 이들이 건네 주는 물질적인 도움도 물론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행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하며, 그것은 누구도 대신 찾아줄 수 없는 혼자만의 작업입니다. 여러분이 태어난 해, 예를 들어 1970년이라 하면 ‘1970’이라고 종이에 적고, 올해까지의 숫자를 밑으로 적으며 내려가 보세요. 몇 년에 내가 초등학교 몇 학년이었고, 1985년에는 내가 무엇을 했으며, 그 사람을 만나게 됐던 것은 몇 년이었고, 가슴 아픈 일이 생겼더 s해는 어느 때였다고 헤아릴 수 있을 겁니다.
  자서전은 유명한 사람만이 화려한 표지와 함께 출간하는 게 아닙니다.
  에세이집은 문단에서 활동하는 문인들만의 소유물도 아닙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고 정리하며 반성과 다짐을 하는 모든 내용들이, 바로 여러분만의 자서전을 만드는 일이고 세상에 둘도 없는 에세이집을 완성하는 길입니다.
  잊어버린 어제를 찾아가는 길- 그것은 마음 아프고 험난한 심적 고통을 안겨 줄지는 모르지만, 잊어버린 채로 그냥 지내기엔 너무 아깝고 소중한 기록들입니다. 행복을 먼저 찾아 보세요.
  아픔은 가만히 있어도 언제든지 떠오르는 법입니다.
  아픈 기억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행복을 찾는 일이야말로, 오늘의 우리가 스스로를 지켜가고 간직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인지도 모릅니다.
  제가 존경하는 어느 소설가 선생님의 수필집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새겨져 있습니다.
  ‘나는 어렵고 힘든 삶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리곤 했다.
  나는 지금 내 전기의 가장 어둔 부분을 쓰고 있다....‘
  저는 그 말의 소중한 값어치를 믿습니다.
  여러분은 이 시간에 여러분 자서전의 몇 페이지를 적고 계시는지요.
  저도 오늘은 모든 것을 잠시 접어두고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글/ 채지민(시대문학 시부 및 자유문학 소설부등단. 제 25회 삼성문학상 수상. 시집(아직도 너를 브르고 있는 것은 1∙2), 장편소설 (그대에게 가는길)(이별하기에 슬픈 시간)(내안의 자유)등이 있음.)

작성자채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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