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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현위의 인생)/ 연극(도덕적 도둑)/ 책이야기(아주 특별한 우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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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

현위의 인생

 

  

  이 영화는 첸 카이거 감독의 초기 작품이다. 그의 작품으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영화로는 패왕별희가 있다. 패왕별희가 중국의 역사를 담아 그들의 삶을 큰 스타일로 표현한 영화라면, 이 영화는 감독이 처음에 자막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어머니에게 바치는, 개인의 인생을 아름답고 순수하게 표현한 영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들은 항상 어린 시절에 숨어 있다. 성장하면서 느껴지는 감성의 많은 부분들은 어린 시절 동화 속에 담겨 있다.
  현의 줄이 천 번이 끊어지면 앞을 볼 수 있다는 스승의 유언에 따라 주인공의 인생은 현과 함께 하게 된다. 그렇게 20여년을 현을 연주하며 그의 연주와 노래는 성자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 현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시각장애우인 그가 1천개의 줄이 끊어지면 앞을 볼 수 있는 비밀이 현 속에 숨겨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현은 곧 인생이며, 인생은 현이었다.
  그가 마지막에 현을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가 아직도 마음 속에서 일렁이고 있다. 옥황상제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두 아들이 실수로 하늘나라에서 지상으로 떨어지게 됐다. 옥황상제는 고민하다가 군사들을 시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의 두 아들을 알아 볼 수 없도록,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을 멀게 했다.
  우리들은 어쩌면 모두가 진실을 보지 못하는, 마음이 눈먼 장애우는 아닐까? 진정 앞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들 삶 속에서 인생의 진실을 깨우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처럼, 영화는 맑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눈을 뜰 수 있다는 기다림의 과정 속에서 그에게 생기는 인생의 기쁨과 절망, 그리고 깨달음과 과정이 촉촉이 마음에 스며들고 공감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그는 여전히 앞을 볼 수 없지만, 그의 마음의 눈이 열리는 순간, 들려오는 그의 노래와 현의 소리는 영화속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 밖에 있는 나의 마음도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우리들은 앞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앞을 보고 살아가고 있을까? 나의 마음 속에 천번째 현의 줄이 끊어지며, 마음의 눈이 열리는 순간은 언제일까? 부족한 자신을 안타까워하며 영화를 보게 된다. 그래, 우리들의 인생은 현 위에 있는 것이다.


 

글/ 이동선 (서울 인강학교 교사)

 

 

  연극

  도덕적 도둑

 

  

  한편의 연극을 보고 난 뒤 이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때가 있다. 왜냐하면 연극은 우리 삶의 반영이고 인간의 모든 인생체험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연극은 인간이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대중문화임에 틀림없지만 주위를 살펴보면 이런 무화적 혜택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 중 하나가 대사를 잘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우들이다. 그런데 얼마 전 대학로에서 공연된 한 편의 수화연극이 ‘이러한 불현함은 해소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텔레비전을 보고 싶어도, 한국 영화를 보고 싶어도 이해가 힘들어 볼 수 없었다. 또한 무언극이 아닌 일반 연극은 더욱 관람하기 힘들었다.” 공연을 계획한 하이텔 연극동 회원이자 수화동 대표시삽인 이헌국 씨의 말이다. 그는 대중문화에 소외된 청각장애우도 대중문화를 누릴 수 있게끔 수화연극을 만들어 볼 생각을 하면서 1993년부터 하이텔 연극동호회에서 활동했다. 하이텔 연극동호회(대표시삽조일상)는 1991년 창설된 이래 지금은 순수하게 연극을 취미로 삼고 있는 회원과 전문적으로 연극작업을 하고 있는 현역 연극인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울,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수화동호회는 정식동호회로 인정받은지 아직 1년도 안됐지만 통신인들에게 수화 및 청각언어장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수화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던 중 이번 작품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사실 수화연극이 공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한결같이 ‘장애’와 관련된 주제들이고 그 내용도 어둡고 무거운 것들이어서 오히려 일반인들이 편견을 갖게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수화연극이라도 가볍고 즐거운 주제로 만들어 청각장애우만이 보는 연극이 아닌 일반인과 장애우가 함께 볼 수 있도록 계획한 것이다.
  <도덕적 도둑>은 그러한 공연 목적과 너무도 잘 부합된다. 유쾌한 풍자로 잘 알려진 다리오 포의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도덕적 도둑’은 어느 까탈스러운 아내를 둔 어리숙한 도둑이 물건을 훔치러 침입한 집에서 펼쳐지는 해프닝을 통해 인간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통쾌한 웃음으로 담아내고 있다.
  극이 진행되어 갈수록 상황은 여러 가지 오해로 인하여 복잡하게 얽혀가기만 한다. 연극은 도덕적 도둑이 부인과 함께 집 밖으로 나가자 불륜관계의 두 연인이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수화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두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고 배우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공연 내내 끊이지 않았던 ‘박장대소’라는 결실을 맺었음에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그 관객들의 미소의 의미가 장애를 극복하고 함께 공유하는 것이어서 더욱 신명나는 것이었다.

 

글/ 최준길 객원기자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제목대로 소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에 나오는 형 종식이는 동생 종민이에게 아주 특별해 보인다. 아니 너무 특이해서 그런 형이 있다는 것이 친구들한테 창피해 죽을 지경이다.
  부모님이 맡아서 길러주시던 친척분이 돌아가셨다며 어느날 데려온 친형, 그 사실만도 놀라운데 그 형이란 사람이, 말할 때마다 자꾸 얼굴이 일그러지고 걷지도 못해 바퀴의자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장애우다.
  갑자기 나타난 형에게만 관심을 쏟는 듯한 부모님이 서운하고 친구들에게 형의 존재가 알려지는게 창피하고 싫은 종민이, 사려도 깊고 컴퓨터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는 형의 장점들은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출까지 감행하고...
  그러나 형과 외출을 하고 대화를 하면서 서서히 형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 종민이는 형의 휠체어가 비탈길에서 굴러 크게 다칠 위험에 처하게 되자 자신의 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 동생의 계쇡되는 희생이 염려돼 시설로 들어가길 원하는 종식이, 그러나 종민이는 이제 형이랑 절대로 떨어져서 살지 않으리라 약속한다. 종식이도 조금 더 자유로운 한 손으로 컴퓨터를 칠 수 있는 자유키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된다.
  이 책에는 종민이가 처음 만나게 된 형을 통해 장애우주차공간 문제나 사람들의 무례한 눈길 등 장애우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시선들에 맞서나가는 과정도 여러 가지 상황도 잘 그려져 있다.
  이 동화는 <절름발이소년과 악동 삼총사>와 <네 손가락의 즉흥 환상곡> 등 장애를 주제로 한 일련의 동화를 쓴 작가 고정욱 씨의 세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컴퓨터통신으로 만난 세사사람의 장애우들을 모델로 해서 종식이를 그리게 됐다고 한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유키프로그램을 개발한 안종혁 씨, 대기업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그래머 최지영 씨, 컴퓨터를 조립해 파는 김범준 씨가 그들이다.
  모두 뇌성마비장애우들이지만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이들을 더 이상 특별하게 보지 않는 세상, 장애를 특별한 것으로 여기는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과 달리 백지상태의 어린아이들에게 장애우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곱게 그리고 싶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들이 성장해서 만들어가는 세상이 왔을 때 이 책 제목도 다시 쓰이게 될 것이다. 그냥<우리 형>이라고. <고정욱 저 /대교출판/5천5백원>

 

글/ 함께걸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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