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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의 시원한, 그리고 안전한 목욕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의 즐거운 우리 목욕실

본문

  여름에는 대충 집에서 찬물로 해도 가능했지만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좀 곤란 한 것이 바로 목욕이다. 물론 각 가정의 목욕탕의 구조나 난방 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따뜻한 공기 속에서 뜨거운 온탕에 푹 빠져들 수 있는 즐거움 때문에 겨울만큼은 굳이 대중목욕탕을 찾게 되곤 한다.

  그런데 장애우들의 경우 목욕탕에 가는 일은 참으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남들과 다른 몸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이 다 드러내야 하는 상황인지라 많은 장애우들은 쏟아지는 눈길을 감당할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에 간다고 고백하곤 한다.

  특히나 보조기가 있어야 걸을 수 있는 사람의 경우 다른 사람들의 짓궂은 눈길 속에 목욕탕 바닥을 기어가기 싫어 아예 평생 목욕탕에 발걸음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목욕용 휠체어가 준비된다거나 짚고 걸을 수 있는 핸드레일이 준비된다면 그들도 대중탕에서의 목욕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개관한 서울 강북과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의 경우 목욕을 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을 애초 설계 때부터 마련했다.

  이 가운데 강북 장애인종합복지관 (02-989-4215~8)은 ‘즐거운 우리 목욕실’이라는 이름의 목욕탕 시설을 운영 중이다. 복지관 공간 활용 여건상 남녀가 번갈아 사용해야하는 공동  욕실이긴 하지만 내부 구조는 남녀 공용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별다를 것이 없긴하다.

  기본적으로 탈의실과 욕실이 있고, 부대시설로 체력단련실도 있어 목욕을 전후해 간단한 운동도 할 수 있다. 탈의실의 경우 일반 목욕탕과 같이 개인 사물함과 앉아서 쉴 수 있는 평상, 저울 등이 있다. 다만 다르다면 큼지막한 거울 앞에 있는 드라이나 로션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뿐이다. 거기서 이미용서비스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내부 욕실로 향하는 출입문은 중간 턱이 없이 매우 완만한 경사가 져 있는데 휠체어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기도 흘러내려가도록 되어있다. 그리고 중증장애아나 거동이 매우 불편한 노인들이 누운 상태로 다른 사람이 목욕시킬 수 있도록 커다란 목욕판이 준비돼 있다. 두세 개 이으면 몇 명이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이들 보다 장애가 가벼운 사람들은 대중 목욕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커다란 침대모양의 목욕대에 누워 목욕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있는 목욕대는 일반용 보다 훨씬 넓은 것이 특징인데 장애가 있어 몸이 부자연스러운 상황에서는 몸의 방향을 돌릴 때 보다 많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냉탕과 온탕에는 잡고 걸어갈 수 있도록 핸드레일이 설치돼 있다. 더욱 심한 중증 장애우는 수치료용 욕탕에 몸을 푹 담글 수도 있다.

  사실 특별한 시설은 이것이 전부다. 그러나 많은 중증 장애우들이 이곳을 정말 마음놓고 찾을 수 있는 것은 이런 하드웨어적인 시설물 때문만은 아니다. 늘 도움의 손길을 준비하고 있는 자원활동자와 사회복지사의 정성스런 마음과 같은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복지관측도 일단은 그러한 점을 더 유의해서 봐달라고 부탁한다. 인근 지역에 사는 장애우에게 차량도 제공되고 목욕실에 도착되면 옷을 벗고 목욕을 한 후 다시 몸은 말려 옷을 입기까지 자원활동자가 정성껏 함께 한다. 여기에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거나 스킨 로션 바르기, 귀 면봉질 같은 서비스와 이미용서비스도 받을 수 있으니 일석 삼조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장애우는 대중탕에 가서 남들처럼 돈을 주도 때를 밀어달라고 했는데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며 고마움을 털어놓았고 어떤 할머니는 이렇게 기분좋게 목욕을 한 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현재 남자는 55명, 여자는 40여명이 등록돼 있는데 보일러 용량상 대략 하루에 20명 정도가 적당한 것이 사실이다. 화 금은 여성이 월 목은 남자가 이용하고 수요일은 수치료실로 이용되며, 이용시간은 1시반에서 4시반까지.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중증장애우나 노인의 경우 보호자 1인도 무료로 목욕을 할 수 있다.

  방이종합사회복지관에도 남녀 장애우가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목욕탕 시설이 마련돼 있는데 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10시에서 4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도 내년 2월부터 남여 주 1회씩 목욕탕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증장애우나 거동이 몹시 불편한 노인이 아니라면 사회통합 차원에서 장애우들도 자유롭게 일반 대중탕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장애우들의 의견이다. 그럴 때 가능한 수준에서 장애우를 위해 핸드레일을 곳곳에 설치해 놓은 목욕탕 운영자측의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것 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장애우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작성자한혜영 기자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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