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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예술가들이 안내하는 색다른 미술세계, <한낮의 별>

[문화마당] 세계인권선언 50주년 기념 제3회 인권영화제 ‘야만을 넘어 인권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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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인권영화제는 3회를 맞이하였다. 특히 세계 인권선언 제정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시기에 맞춰 열리는 인권영화제는 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실천을 자극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인권영화제가 갖는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그 첫째는 표현의 자유의 실현을 위한 투쟁이다. 표현의 자유보장이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추구하는 본질적인 권리의 내용이다. 다양한 의견과 표현에 대한 불관용과 억압은 항상 인권 보장의 적신호였다.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주장’되고 ‘전달’되는 사회를 이루고 싶은 것이 인권영화제의 소망이다. 그래서 인권영화제는 소수민족과 인종, 여성, 노숙자, 동성애자 등 소수자의 인권을 얘기하는 영화들을 찾아왔다.

  그러나 1회 영화제를 관람했던 분들이 장애우 인권에 관한 영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셨을 때 우리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인권영화제의 상영관은 숨차게 올라야 하는 언덕배기나 차가운 콘크리트 계단 위에 있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장애우에 대한 편견에 치우치지 않은 영화를 찾아내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고, 누구나 편히 올 수 있는 상영관을 얻는 것은 인권영화제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경찰이 와서 막지만 않으면 다행인 것이 인권영화제의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이기에 더욱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억압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표현의 수단을 보장받고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리라. 장애우가 자신들의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장애우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장애우가 비장애우와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가 많아지고, 장애우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일은 인권영화제의 소망이자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둘째로 인권영화제는 인권교육을 실천하는 장이 되기를 추구한다. 억압과 강제의 정체를 알아내고, 편견과 선입견의 안개를 걷어내고, 권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떻게 보장돼야 하는 것인지를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 제 62조는 “인격의 완전한 발전과 인권 및 기본적 자유의 존중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인권교육은 그 자체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권에 대해 배울 수 있는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단 한 편뿐이지만 이번 인권영화제에서 소개되는 장애우 관련 영화가 비장애우들의 편견을 걷어낼 수 있는 매개가 되었으면 한다.

  셋째로, 인권영화제는 상업주의의 편식에 치우친 한국 영상 문화에 새로운 도전과 자극이 되고 싶다. 세계 곳곳의 인권문제를 발굴하여 그 현장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인권영화의 발굴과 소개가 미약하나마 새로운 측면의 영상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인권영화제는 장애우 여러분께 15개국에서 온 35편의 작품 모두를 권하고 싶지만, 여기서는 그 중 한 작품인 ‘한낮의 별’을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한낮의 별’은 93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로 정신장애우인 7명의 예술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8달 동안 이들의 작업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붙잡는다. 7명의 예술가가 창조해낸 선, 색채, 조각 등을 통해 인간이 갖는 두려움, 기쁨, 좌절감 등 온갖 감정이 표출된다. 영화는 이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유쾌하고도 익살스런 유머와 생활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애우들이 작품에 몰두하는 눈엔 빈틈이 없다. 화폭에 칠해지는 보라색, 하얀색 물감들에 세상이 녹아난다. 작품을 완성하고 ‘창조’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에선 세상을 얻은 듯한 기분을 엿볼 수 있다. 틈틈이 어울려 장난을 치고 친구를 놀리고 말리고 하는 모습에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들이 창조해낸 다양한 색깔과 그림들은 우리를 훌륭한 미술관으로 안내해준다. 멋진 인생과 예술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한낮의 별’이다.


글/ 류은숙 (인권운동사랑방 인권교육실장)

작성자류은숙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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