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택의 사진이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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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7월 주한미군이 설치해 놓은 고압선에 감전돼 전치4도의 중화상을 입었던 전동록 씨. “팔과 다리의 괴사 문제는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료진의 말에 잠시나마 희망을 가져보았지만 결국 썩어 들어간 팔 다리를 잘라내고야 말았습니다.
독한 항생제 탓에 귀까지 멀어버린 전동록 씨에게 누군가 속삭이는 내일의 희망노래는 더 들리지 않았습니다. 주한미군당국은 보상금 60만원을 던져놓으며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고, 우리 정부는 수수방관에 묵묵부답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전동록 씨는 살고자 했습니다. 끝까지 살고자 했습니다.
2002년 6월,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에 들떠 있을 그 무렵, 전동록 씨는 한 많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행여나 나라의 큰 잔치에 잿밥을 뿌릴까 저어한 공권력은 그의 거리장례까지 막고 나섰습니다.
그런 그에게 조국을 말할 수 있을까요? 피로 맺은 우방, 혈맹... 미국의 전쟁에 조국의 이름을 걸고, 평화의 이름을 걸고 우리도 나서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사고가 나던 2001년 7월, 그의 막내 아들은 군복무를 겨우 며칠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조국을 위해 3년 청춘을 불살랐던 아들입니다. 그 아들이 지켰던 조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더 이상 조국을, 혈맹을, 평화를 위한 전쟁을 말하지 마세요. 그 어떤 전쟁도 짐승의 전쟁이 아닌 적 있던가요? 그 짐승의 폭력이 전동록 씨를 장애우로 만들고, 결국 싸늘한 시신만을 남겼으니까요.
작성자노순택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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