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한 달 후
노순택의 사진이 사람에게 (스물아홉번째)
본문
오십년 전의 '진짜 대추리'를 찾고 싶은 그 분들의 눈물겨운 소망이 우리 사회에서 '불온한 꿈'일 수밖에 없는 사정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렸지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꿈을 담은 소박한 팻말을 K-6 미군기지 앞에 세워둔 것에 대해서도요.
그런데,
한 달 전과 한 달 후가 다릅니다. 지난 호를 가지고 계신다면 펼쳐놓고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지난 7월 10일 대추리에는 1만 명이 넘는 시민학생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자꾸 덩치를 키워가는 미군기지 때문에 농민들의 땅을 더 이상 빼앗길 수는 없다는 의지로 한 목소리를 외쳤습니다. "이 땅은 농민의 땅, 미군기지 확장 반대한다!"
1만 명의 시민학생들을 막기 위해 동원된 무장병력은 몇 명일까요? 자그마치 아흔아홉개 중대 1만 명 가량의 진압경찰이 대추리로 날아들었습니다. 무장한 진압경찰이 대추리로 향하는 큰 길목을 막아섰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먼 길을 돌아돌아 대추리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흙덩이가 날아들고, 진압봉이 휘둘리고, 대나무 방망이가 솟구치고, 방패의 날이 곤두섰습니다. 미군기지 철조망으로 향하려는 시민학생과 막아서는 젊은 경찰 사이에 피가 튀었습니다. 누구도 원치 않는 피였습니다.
뜨거운 하루가 가고, 그렇게 하루가 가고,
농민들이 미군기지 앞에 섰을 때, 누가 그들을 맞이했을까요?
찢겨나간 꿈이었습니다. 경찰병력이 주둔하고 있던 그 자리.
그럴 필요가 있었던 것일까요? 늙은 농부의 소박한 꿈을 그렇게 갈기갈기 찢을 필요가 있었던 것일까요? 농민들은 겨우겨우 접착테이프를 찾아 꿈을 이어 붙였습니다. 더 이상은 내줄 수 없다는 오기까지 생겼습니다.
한 달 전과 한 달 후가 이렇게 다릅니다.
꿈을 담았던 팻말은 찢겼습니다. 허나 찢긴 건 팻말일 뿐, 꿈이 단단해졌습니다.
노순택 (사진가) http://nohst.simspace.com
작성자노순택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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