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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다는 것 그리고 시작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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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지민  
‘terminal’이란 단어는 ‘맨 끝’, ‘종점’, ‘종착역’처럼, 마지막 도착점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버스터미널’이나 ‘공항터미널’과 같이, 도착함을 끝으로 그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죠.

하지만 그 단어는 ‘시작점’, ‘출발점’이라는 정반대의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겠죠. 도착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세상과 마주치는 첫 걸음을 누구나 똑같이 내딛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낙엽 되어 뒹굴 때, 앙상한 나무의 쓸쓸함만 가지고 노래하기엔 너무 이른 법입니다. 잠시의 차가운 계절이 지나가면, 헐벗었던 모든 가지에서 어김없이 새 생명의 싹들이 움트기 시작하니까요.

저는 집을 나설 때마다, 생활 주변의 화단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참 신기하다는 실감을 얻게 됩니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는데도, 화단 전체의 색감이 연두색과 알록달록 화려함으로 조금씩 뒤바뀌는 건 정말 신비로운 일이더군요.

지난 1998년 어느 날, 저는 아주 우연한 만남을 통해 <함께걸음>이라는 곳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 인연이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지면에 글과 사진을 연재로 올리면서, 제 삶의 한 부분으로 이 곳이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죠. 그 <함께걸음>이 인터넷을 통해서, 일년 내내 열려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공간의 출발선 안에 저의 흔적을 다시 이렇게 남겨놓고 있습니다.

네, 이건 인연이 맞습니다. 스쳐 지나갈 일상이었다면 그만이었을 텐데, 잠시 떨어져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잊혀질 관계가 아니었다는 반증이겠죠. ‘인연’이라는 게 분명한 건 제가 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는 세 가지 단어, 즉 ‘자유’와 ‘생(生)’ 그리고 ‘인연’ 모두가 이 공간 안에 가득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다시 태어나고, 다시 시작하려는 모든 ‘인연’들에게 진심의 박수를 보냅니다. 탄생의 진통을 스스로 감수하고 인내하려는 모든 분들께, 살아있는 ‘생’의 느낌을 가득 안겨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그 종착역이자 출발점이 될 ‘terminal’은, 바로 우리 모두의 ‘자유’로운 날갯짓이란 확신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맞잡은 손길로 함께 내딛는 그 걸음 하나하나에, 제가 올릴 글과 사진 들이 쉼터가 되고 위안으로 간직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만큼 진지하고 진솔하게 저의 흔적을 수놓겠다며, 스스로의 다짐을 이 공간 안에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수십 회로 끝날지, 아니면 수천 번으로도 모자랄 긴 여행길이 될지 모르는 첫 출발점 앞에 지금 서 있습니다. 저는 <함께걸음>의 문턱이 다 닳아서, 닳아 없어진 그 문턱자리가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과 호흡으로 보석처럼 반짝거릴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을 살아가고 싶네요.

이 공간은 ‘자유’와 살아있다는 ‘생’의 느낌 그리고 따스한 ‘인연’으로 가득 채워지고 넘칠 거라 굳게 믿습니다. 오늘은 그 여정의 첫 번째 날이 되겠죠. 오랜만의 재회와 새로운 첫 만남을 마주하면서,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반갑다는 인사를 다시 한번 올립니다.
작성자채지민 (칼럼니스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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