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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은 ‘짬뽕’이랍니다

[서기자의 변죽 때리는 소리] 쿤타앤 뉴올리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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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타 :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형이 CD 두장을 내밀었어요.

하나는 너바나(90년대 초 ‘Smells Like Teen Spirit’ 곡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은 그런지 록 밴드. 리더 커트 코베인이 94년 자살하면서 해체됨), 또 하나는 스눕 독(93년 ‘Doggystyle’ 앨범으로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상급 힙합 래퍼)이었죠.
둘 다 좋았지만, 사실 전 록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죽이잖아요. 중학교 땐 헤비메탈에 빠졌어요.

어느날 오지 오스본(기괴한 무대 퍼포먼스로 유명한 록 가수)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아, 글쎄 공연 도중 비둘기 머리를 씹고 한 게 다 ‘쇼’였다는 거예요. 짜고 하는 프로레슬링처럼. 어린 마음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요.

그때 형이 투팍(96년 총을 맞고 25살 나이에 요절한 전설적 래퍼)을 들려줬어요. 힙합으로 마음이 확 기울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친구 2명과 함께 ‘집시의 탬버린’이라는 힙합 팀을 만들었어요.

졸업한 뒤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도 하고. 재작년에 앨범 내려고 했는데, 참나, 기획사가 망했어요. 그땐 하루하루가 참 간당간당했어요. 완전 ‘동춘서커스단’이었다니까요. 히히.

뉴올리언스 : 어릴 때 꿈은 축구선수였어요. 나중엔 만화가로 바뀌었고요. 중1 때 워크맨 카세트가 생겼어요.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녹음해서 들었는데, 이 음악이란 게 묘하더라고요. 스포츠나 만화는 눈에 보이잖아요. 그런데 음악은 눈에 안보이면서도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를 잡거든요.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이현도, 서태지, 신승훈, 이승환, 토이, 패닉, 전람회 등 가요를 좋아했어요. 중2 때 데모 테이프를 한번 만들어봤어요. 키보드로 멜로디를 연주하고, 더블데크 카세트를 이용해 경음악을 짜깁기해 넣기도 하고. 그 위에 노래를 했더니 영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랩을 해봤더니 좀 낫더라고요. 10곡씩 들어있는 테이프를 3개나 만들었어요.

이걸 친구들에게 팔았는데, 당시 반장이 한 말이 기억에 남아요. “한국 대중음악을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사는 거다. 음악 열심히 해라.” 2003년 친구랑 ‘치킨 숩’이라는 힙합 팀을 만들고 자비로 앨범을 500장 찍었는데, 운 좋게 다 팔았죠.

그리곤 군대에 갔어요. 강원도 화천 전방이라 라디오도 못듣게 했죠. 머릿속으로만 음악을 떠올리곤 했는데, 어느날은 진짜 음악이 귀에 들리더라고요. 아, 이러다 머리가 이상해지는 거 아닌가 싶어 상병 때 몰래 MP3 플레이어를 가지고 들어갔어요. 걸리면 영창행이겠지만. 다행히 제대할 때까지 안 걸렸어요. 하하

 
 
쿤 : 집시의 탬버린 시절이었죠. 멤버였던 친구가 밥 말리(레게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가수. 대표곡은 ‘No Woman No Cry’) 음악을 들려주더라고요. 아, 이런 목소리, 이런 음악도 있구나, 싶었죠.

얼마 뒤 와이클리프 장(‘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리메이크곡으로 유명한 푸지스 출신 뮤지션. 레게와 힙합을 접목하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색깔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함)을 듣곤 완전히 빠졌어요.

레게 창법을 흉내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전까진 랩만 했거든요. 전 레게가 좋아요. 레게 머리도 너무 좋아해서 5년째 이 스타일이죠. 히히.

뉴 : 치킨 숩 시절 쿤타의 노래를 우연히 들었어요. 좋더라고요. 제대한 뒤 만나 같이 작업해보자, 그랬죠. ‘쿤타 앤 뉴올리언스’ 팀이 만들어졌어요. 저는 프로듀서를, 쿤타는 보컬을 맡았어요.

우리 음악은요, 어느 한 갈래로 묶기 힘들어요. 힙합, 레게, R&B, 솔, 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마구 뒤섞었죠. ‘하이브리드’ 음악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재즈의 발상지 ‘뉴올리언스’에서 이름을 따온 것도 우리나라에 없던 새로운 음악을 하겠다는 뜻에서죠.

쿤 : 전 그냥 부르기 편하라고 ‘쿤타’라 이름 붙였어요. 아무 뜻도 없어요. 사람들은 뭐든지 꼭 거창한 의미를 붙이려는 하는데, 전 그게 싫어요. 먹고 싶으면 먹고, 놀고 싶으면 놀고, 이런 거에 꼭 의미를 붙여야 하나요?

뉴 : 우린 이렇게 서로 많이 달라요. 애초에 공동작업도 한번으로 끝내려 했는데, 반응이 좋아 계속하기로 계획을 바꿨어요. 2집도 낼 거고요, 여건이 된다면 3집 때는 쿤타 1장, 뉴올리언스 1장, 이렇게 더블 CD를 낼 생각도 있어요.

쿤 :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뉴올리언스의 득남도 있어요. 하하하.

뉴 : 아니에요. 차가운 음반시장이 풀리기 전에는 애 못 낳아요.

쿤 : 그럼, 영원히 애 못 가지는 거 아냐?

뉴 : 외국에라도 나가야 하나? 우리나라에서 음악 하는 거, 너무 힘들어요.


(쿤타앤뉴올리언스의 노래가 듣고 싶으시면 오른쪽 플레이 버튼을 눌러주세요)

작성자서정민 (한겨레 신문사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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