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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편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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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민


신체적인 힘겨움 때문에 고생하다가, 하늘의 초대를 일찍 받은 친구 하나가 있습니다. 평생 의지했던 전동휠체어가 저 하늘에서는 필요 없을 테니까, 지금은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잘 지내고 있겠지요. 사진 찍기를 좋아했으니까, 이젠 직접 두 손으로 카메라를 들며 멋진 영상을 남기고 있을 겁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세상의 이중적인 잣대는 사소한 부분에서도 발견되곤 하지요. 눈이 잘 안 보여서 안경을 쓰는 건 ‘패션’이라는 멋내기의 일부가 되고, 귀가 잘 안 들려서 보청기를 사용하는 건 장애라고 합니다. 뼈가 부러진 다리에 깁스를 한 모습은 그냥 지나치는데, 근육을 다쳐서 다리 사용이 불편해지는 건 장애라고 되돌아보곤 하니까요.

시민단체 운동가였던 그 친구의 1주기 행사가 열리던 날은 봄비 내린 몹시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지요. 그가 그토록 치열하게 살려고 했던 인생과, 그를 바라보던 세상과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사진에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행사장 주변을 돌아보며, 그의 삶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이미지를 찾아보았지요.

그는 모두가 함께 하는 밝은 세상을 위해 나아갔는데, 그의 등 뒤에선 그를 향해 커다란 ‘X’ 표시로 거부의사를 건넸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사장 뒤편의 철근 구조물을 이용해서 촬영했는데, 촬영 이미지를 눈으로 확인하고 난 뒤부터는 마음이 영 무겁기만 하더군요. 사진을 통해서 비판하려던 건 세상의 편견에 대한 ‘X’였는데, 마치 제 마음속을 들킨 것 같은 형상이라서 기분이 편치 않았습니다.

제가 셔터를 누른 결과물 때문에, 저 자신이 까발려지는 실감 같다고나 할까요? 글쎄요. 열린 세상을 위한다던 저의 자세에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방어벽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만의 고백과 독백을 반복하게 만드는 결과물이기에, 저한테는 오랫동안 고민하게 될 1장의 사진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


추신) 어느 분의 1주기였는지를 짐작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겠죠? 네, 이현준 열사님의 1주기 행사가 열렸던 광화문 어느 공간이었습니다. 2006년 3월의 어느 날……. 그날은 마음이 정말 추웠던 하루였다고 가슴 깊숙이 새겨져 있습니다.

작성자채지민(칼럼니스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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