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환상의 차이
본문
그런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복권의 1등 당첨확률이 8백만분의 1이랍니다. 우리가 가위바위보에서 이길 확률이 2분의 1인데, 8백만분의 1이라는 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지닌 걸까요? 매주 1게임(1천원)씩 계속한다는 가정 하에 잠시 계산기로 두드려 보니까, 156,636년에 1번씩 당첨될 확률이라고 나오네요.
저의 주변에는 그 복권에 완전히 몰입하는 후배 하나가 있습니다. 그 후배는 매번 확신에 가득 찬 번호 조합을 40개 이상 정해서 구입합니다. 그리고 단번에 인생이 뒤바뀔 거라는 자신감을 빼놓지 않고 얘기합니다. 그의 눈빛에는 당첨 이후의 삶이 바로 몇 시간 후의 일인 양 꿈틀거리며 설계되고 있더군요.
‘중독’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 싶은 실감이 절로 떠오르곤 합니다. 그에게는 이번 주에 ‘된다’ ‘안 된다’의 이분법만 존재하니까요. 그 게임을 40개 넘게 구입해서 8백만분의 1이란 가능성을 2십만분의 1로 줄였다 해도, 그의 눈에는 ‘2십만분의 1’이 아닌 ‘된다’ ‘안 된다’의 50% 확률만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저 혼자만의 제안입니다만, 1등 당첨금으로 1천만 원 내외의 상한선이 정해진다면 훨씬 멋진 풍류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행운아들이 전국에서 매주 1천 명 가량 탄생하는 국민 모두의 축제가 된다면 정말 즐거움이 넘칠 것 같은데, 그건 제도상으로 힘든 모양이지요?
어떤 분야든 간에 1등을 하면, 모두의 축하를 받는 게 당연한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축하는커녕,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잠적부터 해야 한다는 건 진정한 ‘인생역전’이 아니겠지요. 지나온 삶의 소중한 관계들을 단번에 포기하며 살아야 하는 인생이 진정 행복할 건지……, 그건 빈 여백으로 남겨놓고 바라봐야 할 일 같네요.
작성자채지민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