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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인권영화제, 그러나 2%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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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1회 인권영화제가 서울 종로구 아트 시네마에서 개최됐다 ⓒ전진호 기자  
봄의 정기가 물씬 피어오르는 5월은 그야말로 크고 작은 영화제의 시즌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심의에 걸려 ‘관람불가 판정’받은 양질의 작품을 숨어서 관람하거나 시네마테크에 모여 조악한 화질로 보던 이들에게는 영화제는 놓칠 수 없는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나 거대 자본을 등 뒤에 엎은 소수의 한국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한 데 식상한 영화팬들이라면 다양한 주제로 펼쳐지는 영화제는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 중 지난 18~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인권영화제의 의미는 남다르다.
표현의 자유쟁취, 영상을 통한 인권의식과 인권교육의 확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1996년도부터 시작한 인권영화제는 운영방식부터 독특하다.

다른 영화제가 기업 등의 후원과 입장 수익권으로 운영되는 데 비해 “‘인권’을 배우고 감상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 누구에게나 무료로 열린 상영공간”이라는 원칙 속에 문화공공성의 의미를 온몸으로 실천하며 폭을 넓혀온 점에 대해서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올해의 인권영화제 역시 청각장애인(그림의 떡), 한센인(동백 아가씨), 이주 노동자(고스트) 등 다양한 계층의 소수자와 반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지만 큰 울림을 담은 26편의 작품들이 상영됐다.
하지만 다양한 이들에게 차별 없이 관람할 수 있게 하겠다는 주최 측의 의도가 2% 아쉬웠던 건 어쩔 수 없다.

무료로 상영했기에 관람료 때문에 극장나들이가 부담스러웠던 이들에게는 즐거운 한때가 될 수 있었겠지만 장애인들, 특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는 인권영화제 참가역시 녹녹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지체장애인이 극장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양해 부탁한다”는 주최 측의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을 찾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어느 정도 고려하고 찾긴 했을 테지만, ‘조금만 신경썼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어디로 가야 극장으로 갈 수 있는지 힘들었다.
입구가 여러 곳이었지만 안내문이나 자원활동가들이 보이지 않아 어디로 들어가야 아트시네마로 갈 수 있는지 헤매야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난관은 건물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계단.
건물에 들어가려면 이 계단을 넘어야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할 수가 있는데 경사로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전동휠체어의 경우 진입자체가 힘들어보였다.

 
▲ 극장 상영관 앞에 설치된 임시 경사로. 이곳역시 너무 가팔라 뒤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올라가기 힘들었다. 또 안전을 위해 바닥에 설치해놓은 고무패드는 재질이 너무 미끄러워 내려갈 때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었다 ⓒ전진호 기자  
이동권이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은 모습은 극장내부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지은 극장내부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나무로 만든 임시 경사로를 극장 출입문과 화장실 등에 설치했다.
하지만 만들어만 놓았을 뿐, 경사로가 너무 가팔라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오르내리기 힘들었다.

특히 극장입구로 들어가는 경사로 바닥에는 나무위에 고무 패드를 깔아놨는데, 이 역시 가파른데다 바닥이 미끄러워 자원 활동가 없이 혼자 오르내리다가는 자칫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보였다.

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게 신경써준 자원 활동가들에게 고맙긴 했지만, 이동약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사전에 받았더라면 조금 덜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정부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로 치러지고 있는 장애인영화제의 개막식과 개막영화상영당시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 대한 고려하지 않고 진행돼 더 큰 비난을 받았던 점, ‘국제영화제’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이동․관람권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대형 영화제들과 비교해본다면 많은 신경을 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발자국 더 성숙해나가는 인권영화제를 위해 장소선정 후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에게 접근권과 관련한 제언을 듣는 등의 방법으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

아무쪼록 내년에는 더 좋은 작품들, 다양한 계층의 이들이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인권영화제가 담은 뜻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내는 영화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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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실 앞에 설치된 간이 경사로. 경사로 각도가 너무 높아 위험했으며, 올라가더라도 또 계단이 있어 결국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용변을 볼 수 없었다 ⓒ전진호 기자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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