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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통 큰 여자예요~!”

2007 빅우먼 패션쇼 무대 위에 당당히 선 신미옥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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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 빅우먼 패션쇼 현장.  
 
8일 저녁 7시에 동대문 서울패션아트홀에서 ‘2007 빅우먼 패션쇼’가 열렸다.
'통 큰 엄마와 언니, 그리고 명랑한 딸들'이라는 모토로 열린 이날 패션쇼는 ‘날씬하고 섹시한’ 몸매의 모델이 아니라 보통의 여성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끼를 가지고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사회가 강요하는 몸의 틀을 벗고 자유롭게 어울린 이 무대에 난데없이 ‘날씬한’ 몸매의 여성이 등장해 관객들에게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왜일까?

유일한 장애여성으로 무대에 선 신미옥(36, 뇌성마비 1급) 씨. ‘통 큰’ 여성들 사이에 선 신미옥 씨는 왜소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행사장을 사로잡았다. 사회가 강요하는 몸의 틀을 또 다른 측면에서 깨려고 무대로 나선 신미옥 씨를 <함께걸음>이 만났다.

 
▲ 2007 빅우먼 패션쇼 모델 신미옥 씨.  
- ‘빅우먼’이라고 하면 덩치가 큰 여자를 생각하기 쉽다. 어떻게 빅우먼 패션쇼에 출연하게 됐나.

빅우먼 패션쇼는 체격인 큰 비장애인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마련된 패션쇼였다. 그러나 몸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피해를 받기는 장애여성도 마찬가지다. 장애여성의 몸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고 싶어서 도전했다.

그리고 내가 참여하면 빅우먼 패션쇼 기획사나 옷 만드는 업체 역시 장애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몸은 왜소하지만 마음만은 통 큰 여성이다.

-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재미있거나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면?

오디션 보던 날이 기억에 남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갔는데, 낯선 길에 장애인 편의시설도 없어서 무척 고생했다. 그 때문에 힘이 빠져 걱정을 했는데, 오디션을 막상 보려니 갑자기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못 부르는 노래도 자신 있게 불러서 박수를 받았다.

처음으로 비장애인과의 경쟁에서 선발돼 무대에 섰다는 점에서  제 자신이 대견했고 내가 가진 용기를 새삼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패션쇼 준비 중에는 교회 화장실에서 넘어져 발목에 금이 가 깁스를 하는 사고를 당했다.
주변 사람들의 격려로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었지만, 뼈 금이 간 상태라 오래 앉아있으면 발이 붓고 아파서 패션쇼 준비 중에 고생을 좀 했다.

- 예전에도 패션쇼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패션쇼였나?

미모 덕에 모델을 좀 했다. (웃음). 장애인 인식개선 관련 사진 모델도 해봤고 장애인 결혼 인식개선 웨딩 패션쇼, 새로 나온 전동휠체어 광고 잡지 모델도 해봤다.

웨딩 패션쇼를 할 때는 장애인 패션쇼라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옷에 대한 배려가 있었고, 휠체어도 잊지 않고 예쁘게 꾸며줬는데 빅우먼 패션쇼는 ‘장애’가 기본 내용이 아니라 그런 측면에 대한 세세한 배려는 없었다.

하지만 옷만큼은 디자인도 다양하고 화려해서 예뻤다. 휠체어는 지인이 “화려한 옷에 철제 휠체어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대신 보기 좋게 꾸며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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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은?

제발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했다. 멋지게 워킹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다리를 다친 이후로 활동은 물론 운동도 못해서인지 팔에 힘이 없었는데, 그 때문인지 패션쇼 도중 휠체어 조이스틱을 잘못 조정해 무대에서 떨어질 뻔 했었다. 다리만 안 다쳤어도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무대에 선다는 것, 특히 ‘패션쇼’라는 게 자신의 몸에 대해 또다시 생각해보게 했을 것 같다.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장애가 있는 여성은 대부분 자기 몸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한다. 나 역시 내 몸 중에 옆으로 많이 틀어진 오른쪽 발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꺼려했다. 이번에는 특히 그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한 상태로 많은 사람들 앞에 보여야만 해서 그 다리가 노출되는 짧은 원피스 의상을 입을 때마다 속상했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른 순간 사람들이 내 다리나 내 장애를 보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나’라는 사람을 바라보며 박수를 쳤다. 그 덕에 사람들 앞에서 나 자신을 당당하게 보일 수 있었다.
결국 몸에 대한 컴플렉스는 나 스스로 몸에 대해 갖고 있는 쓸데없는 편견이었다.

- 일반 옷가게에서 옷을 구입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옷을 어떻게 구입하나.

대부분의 옷이 소위 ‘표준체형’에 맞춰 나오기 때문에 장애가 있으면 옷을 입고 벗을 때 많이 불편하다. 그래서 예쁜 옷보다는 입기 편한 옷으로 주로 입게 된다.

전동휄체어를 이용하기 전에는 어머니가 사다주신 옷이나 동생들 옷 중에 입기 편한 옷을 골라 입었는데, 이제는 직접 옷가게에 가서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고려해 마음에 드는 걸 산다.

아무래도 목이 좁은 옷은 입고 벗기가 불편하기 때문에 목이 넓은 옷을 사는데, 몸이 왜소한 편이라 목이 넓으면서 작은 옷은 찾기가 어렵다. 또 목이 넓을 경우 자칫 속옷이 노출될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목이 넓은 민소매 티나 살짝 보여도 예쁜 끈나시 티를 안에 입고 겉에 지퍼나 단추가 달린 밝은색 자켓 또는 가디건을 겹쳐 입는다.

- 신미옥 씨가 생각하는 ‘빅우먼’이란?

사람들은 ‘빅우먼’이라고 하면 흔히 체격이 큰 여성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나는 ‘빅우먼’이란 세상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통 큰 여성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비록 몸은 장애로 인해 왜소할지라도 움츠려들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사람들 앞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여성이 바로 빅우먼이 아닐까.

- 패션쇼가 끝났다. 현재 느낌은 어떤가.

전동휄체어를 이용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웠다. 30대 후반에 들어선 요즘에야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사람들 앞에 나설수록 점점 당당해지고 자신감을 찾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가장 뿌듯하다.

장애인들이 계속 사회에 나와야 사회에서 장애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될 것이고 그래야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를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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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은영 기자  blank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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