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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대상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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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옛)서대문형무소 내부의 한 부분을 기록한 이미지 ⓒ 채지민 칼럼리스트  
카메라 관련 동호인들이 모여 활동하는 어느 인터넷 공간에 이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저의 거주지와 그리 멀지 않은데도, ‘다음 기회에 가야지.’ 하며 입버릇처럼 미뤄두던 곳의 풍경이기도 하죠. 바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옛)서대문형무소 내부의 한 부분을 기록한 이미지입니다.

이 사진과 함께 개인적인 글을 적고 난 후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느 한 분이 이런 글을 올리셨더군요. 1시간도 지나기 전에 자진해서 삭제하시던데, 그 분이 남겼다가 지워버린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사진을 알 만한 사람인 척하더니만, 이렇게 수직구도가 삐딱한 촬영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거 참 이해가 안 되네…….’

특정한 사진을 올렸을 때 좋다는 평가를 듣게 되면 물론 마음 가득 고맙고, ‘일침’을 전하는 분들의 의견도 저는 늘 진지하게 새겨듣곤 합니다. 그런데 ‘수직구도가 삐딱하다.’며 비아냥대던 그 어느 분의 평가만큼은 반론을 제기하고 싶더군요. 왜냐하면 그 분이 더 큰 대상을 살피지 못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철문이 왼쪽으로 조금 기울어지게 촬영된 건 맞습니다. 가장 기본적 사항인 ‘수직과 수평의 구도 맞추기’마저 무시하고 삐딱하게 기록했다면, 정말로 저의 촬영법에 문제 있음이 확실하겠죠. 그런데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기울어진 건 카메라가 아닌 철문 자체라는 사실이 밝혀지니까요. 다시 말해서, 이 사진의 수평구도는 건물의 가로선과 정확히 맞췄고, 왼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인 철문을 ‘있는 그대로’ 촬영했다는 겁니다.

눈앞의 모습만 보고 셔터를 누르다 보면, 사진 구도가 어색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더 크고 중심이 되는 대상에 틀을 맞춰야 전체적인 균형이 갖춰지는 법이죠. 철문은 건물의 일부분일 뿐이니까요. 똑바르게 존재해야 할 것은 바로 건물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에 기준이 될 대상을 먼저 살피는 습관은 사진 촬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본이 됩니다.

사진만의 경우는 물론 아니겠죠. 더 큰 것을 보지 못하고, 보다 작은 일부분에 집착하는 이들을 우리는 자주 목격하곤 합니다. 제3자의 시선에는 훤히 보이는데도, 정작 본인들은 그런 사실 조차 모른다며 엉뚱한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죠. 국민들의 눈에는 그 내막과 진실이 손바닥처럼 읽혀지는데도, 절대로 그게 아니라는 공무원과 정치인 들의 가면놀음을 일상처럼 바라봅니다. 한순간의 인기를 영원한 것으로 믿으며, 섣부른 샴페인을 터뜨리고 환호하다가 스스로 몰락하는 이들을,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생생하게 목격한 바 있습니다.

더 큰 대상을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은 눈앞의 ‘지금 현재’에만 관심이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더 멀리 있는 대상을 보지 못하기에,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무언가’에 몰두하는 것이지요. 진지하게 내일을 설계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만 안주하는 것도 마찬가지 습성입니다. 마라톤에서 1등 하겠다고, 출발하자마자 100미터 달리기처럼 전력을 다해 뛰는 사람의 결말은 무엇일까요? 더 큰 것을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의 결론은 항상 똑같습니다. 그건 자기 자신의 내면도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현실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작성자채지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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