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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오쿠광~"

전국장애인활동가대회 예정지, 제주도 동서부 관광지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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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제주도가 ‘자연환경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미 석굴암,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정, 종묘, 창덕궁 등은 이미 문화유산으로 등재 돼 있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정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처음이라 그 기쁨은 더하다.

텔레비전 광고로 국내에 큰 유명세를 타고 있는 베트남 하롱베이 역시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전에는 연 23만6천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수준이었으나 2005년 등재 후 150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중인 제주도에는 큰 성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쉬운 건 하롱베이와 별 차이 없는 수준의 제주도 장애인 편의시설이다.
새로 생긴 관광지는「교통약자 편의증진법」에 의해 기본적인 장애인 화장실 정도를 갖췄으나 정작 중요한 관광지 탐방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오는 8월 27~29일까지 제주도 로얄호텔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활동가 대회를 맞아 제주도의 동, 서쪽에 위치한 가볼만한 관광지를 장애인 편의시설을 살펴보며 둘러봤다.


제주도가 섬이라고 해서 ‘하루 동안 부지런히 여행코스를 돌아보면 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양한 볼거리를 품고 있는 제주도를 제대로 느끼려면 제주공항을 기준으로 ▲동부권 ▲서부권 ▲마라도 ▲한라산 코스 등으로 나눠서 돌아보는 게 포인트다.

◆동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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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도봉에서 바라본 풍경 ⓒ전진호 기자  

우도: 제주도 내에서도 가장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코스다.
대표적인 관광지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우도 아닐까.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해서 임름 붙여진 우도는 제주도 중 가장 많은 관광객과 도민들이 찾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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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호해수욕장 ⓒ전진호 기자  

산호해수욕장: 가장 먼저 찾아가볼만한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산호해수욕장을 꼽을 수 있다.
세계에서 세 곳,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산호 모래사장으로 희고 깨끗한 모래사장이 환상적이다.

※ 물이 잔잔하고 모래사장이 고와 휠체어 장애인이 진입해 물놀이를 즐기는데 어려움이 없다. 다만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 않고, 모래사장으로 내려오는 데 돌계단이 있어 활동보조가 필요하다.

우도봉: 이곳 역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132미터의 완만한 봉우리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섬을 둘러싼 기암절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우도봉 정상에 우도등대공원이 생겨 등대 미니어처를 비롯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 우도등대공원 아래까지는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있어 휠체어 장애인도 활동보조인이 있으면 충분히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도등대공원으로 올라가는 곳은 가파른 계단만 있어 접근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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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섭지코지 위에 있는 올인 박물관 전경 ⓒ전진호 기자  
섭지코지: ‘좁은 땅’을 뜻하는 섭지코지는 인기 드라마 <올인>으로 큰 유명세를 치른 곳이다.
길 오른쪽으로 펼쳐진 바다풍경은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하고 멋있다.

능선정상에는 <올인>에 등장했던 교회가 박물관으로 변신해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교회를 배경으로 드넓은 초원 위에서 한적하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속 주인공이 부럽지 않다.

※ 주차장 입구에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주차장서부터 교회가 있는 곳까지는 휠체어 장애인도 활동보조인이 있으면 충분히 오를 수 있으나 능선 너머 꼭대기에 위치한 등대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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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림 전경 ⓒ전진호 기자  

비자림
: 비자나무의 세계 최대 군락지라고 알려져 있는 비자림. 산책로를 들어서면 다른 삼림욕장과 ‘질적 차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아름답고 상쾌하다.

본초서적에 따르면 비자는 눈을 맑게 하고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으며 요통, 탈모 기생충 예방과 고혈압 예방치료에 좋다고.

산책로 바닥의 붉은색 돌은 ‘송이’라 불리는 제주도 화산석인데 제주도 외로는 반출할 수 없다.

※ 비자림 내에는 자연훼손을 이유로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에 매표소 입구에 위치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들어가야 한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완비돼 있음.
비탈이 거의 없고 원형으로 구성돼 있어 휠체어 장애인도 편안하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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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로공원의 모습 ⓒ전진호 기자  

김녕 미로공원
: 이 곳 역시 텔레비전이나 광고에 자주 소개되며 알려진 곳이다.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키 큰 나무 사이로 샛길을 만들어 방향감각을 잃게 하는 관엽식물 미로공원이다.

언뜻 보기엔 쉽게 미로를 탈출할 수 있을 듯 보이지만 입구에서 나눠준 미로지도를 보면서 돌아도 출구를 찾기 힘들다.

친구들끼리 편을 먹고 좌우측으로 나눠져 ‘먼저 미로탈출하기’ 게임을 해도 즐거울 듯.

※매표소 앞에 장애인 화장실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바닥이 평평해 휠체어 장애인도 미로 찾는 데 어려움이 없으나 미로 중간에 위치한 구름다리와 마지막 코스에 위치한 종치는 곳은 경사로 없이 계단만 있어 접근하기 어렵다.

◆ 서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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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풍경 ⓒ전진호 기자  

협재해수욕장: 12번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한림공원 앞바다가 바로 협재해수욕장이다.

조개껍질이 많이 섞인 은모래가 펼쳐지는 드넓은 백사장과 경사가 완만한 바닷물로 이뤄져 장애가 있는 이들도 손쉽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주차장에서 모래사장까지 턱이 없어서 휠체어 장애인도 쉽게 진입할 수 있다.

※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설치돼 있으며 샤워장에도 경사로가 설치 돼 있다. 다만 그늘이 없어서 파라솔(하루 3만원)을 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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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공원 입구 ⓒ전진호 기자  

한림공원: 협재해수욕장을 나와 반대편을 돌아보면 울창한 수풀림이 보이는 데 이곳이 바로 한림공원이다.
아열대식물원을 비롯해 분재원, 용암굴, 민속마을 등 제주의 관광지를 테마별로 한 곳에 모아 놓은 종합 관광지.

※ 입구를 비롯해 내부 곳곳에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 돼 있다. 다만 협재굴을 비롯한 동굴 안은 계단으로 이뤄져 있어 휠체어 장애인은 관람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제주도를 돌다보면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이 남긴 여행기를 보면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여행하는 데 편리했다”는 글을 목격할 수 있다.

많은 장애인들이 불편한 여행지에서 안 좋은 추억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할 수 있다. 
편의시설 부족 때문에 즐거움을 지레 포기한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야 할 지 모른다.

그보다는 "마땅히 갖춰야 할 편의시설이 왜 없냐"고 당차게 항의하고 결과물을 요구하자. 이런 항의와 요구가 쌓여야 세상은 바뀐다. 

아무쪼록 3회 전국장애인활동가대회가 제주도 내 부족한 장애인 편의시설 완비를 요청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계기가 되길, 이런 노력들이 진정한 장애인 활동가 대회의 참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성자전진호 기자  01627296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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