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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그게 여행에서 문제가 되나요?”

따가운 햇살과 바다냄새, 그리고 항상 휴일 같은 느낌의 섬 사이판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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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판에서 한 컷  

“도대체, 시각장애가 있다는 말만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6번쯤 거절을 당하고 난 다음엔 장애가 있다는 얘길 안했어요. 그냥 전화로 모든 계약을 마쳤죠.”

여행을 워낙 좋아해서 자주 여행을 간다는 조현대(42, 시각장애1급) 씨. 국내여행은 여러 차례 했지만 해외여행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여행을 가려고 했다가 여러 번 거부당했다. 결국 그는 장애가 있다는 걸 숨긴 채 2005년 8월 사이판 여행을 감행했다.

“일단 계약은 했는데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꿈까지 꿨다니까요. 제가 이용할 항공사엔 미리 전화해서 장애를 알리고 친구에겐 핸드폰 해외로밍을 해 갈 테니 가끔씩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까지 해뒀죠.”

그런데 막상 도착한 사이판에선 장애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가이드에게는 만나자마자 자신의 장애와 관련된 사항을 알렸고, 결과적으론 가이드가 밥 먹을 때와 숙소를 잡고 방 구조를 설명하는 정도의 신경만 더 쓰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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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대 씨는 국내 여행도 자주 다닌다. 사진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레져버디에 참여한 모습. (사진제공: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거기서도 장애가 있는 사람이 혼자 여행을 왔다는 것에 놀라워했지만 제 장애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장애로 인한 문제는 장애 자체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사회가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의 문제라는 걸 다시 확인했죠.”

그는 원주민 정글 투어도 하고 일제강점기에 사이판까지 끌려가 죽어야 했던 사람들의 슬픔이 서린 유적지에도 갔다. 그에게 사이판은 따가운 햇살과 바다냄새, 그리고 항상 휴일 같은 느낌으로 기억에 남았다.

“전 볼 수 없더라도 제가 다녀온 발자취를 남겨야 주변 사람과도 제 여행을 공유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최근엔 카메라도 구입했어요. 앞으론 여행을 다녀오면 싸이월드에 사진도 올릴 거예요.”

그의 사진엔 어떤 장면들이 어떤 사연과 함께 담길까. 마치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처럼 또 한명의 장애인 트레블로거의 탄생이 기대된다.

작성자조은영 기자  blank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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