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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장애인들에게 한국을 이야기해주세요!

여행가 스콧 레인스가 한국 장애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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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 여행가 스콧 레인스 씨.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시작하는 일’ 자체가 가장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그냥 무턱대고 해버리는 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을 때가 있습니다.

 30년 전 척수장애인이 되었을 때 여행은 제게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암이 발병했고, 제가 원하던 직업 스키 강사가 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제 몸에 사지마비가 왔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입원한 지 4개월 후 퇴원하였을 때 친구들은 제게 ‘여행할 수 있는’ 용기를 줬습니다.
함께 음악회를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친구들은 시작이 어려운 법이니 일단 움직여보라고 설득했지요.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두려워 움직이지 않고 숨는 것보다 제 존재를 무시당하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러운 일이 될 거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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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콧 레인스는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시민연대 배융호 공동대표와 서울 고궁과 인사동 일대를 답사했다.  
 

올해 저의 첫 한국방문에서 저는 제 존재를 무시당하지 않았습니다. 7개의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고, 여러 놀라운 장애인 모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저의 한국 방문은 2007년 9월에 있을 세계장애인대회 참석자(DPI)들이 부추긴 결과였지요.

이번 방문에서 저는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세계 유명 여행지처럼 한국도 세계적인 여행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적인 인터넷 연결망과 첨단산업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러나 무엇보다 ‘일단 해보자!’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 여러분! 움직일 준비가 되셨나요?


한국을 세계적인 장애인 여행지로!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여러분들이 만난 적 없는 한 친구가 보낸 우편엽서를 통해 듣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여행을 원하는 한국 친구들에게 몇 가지 도움을 주기 위해서지요.

한국은 세계장애인대회, 08년 중국 북경올림픽(중국으로 몰리는 세계인들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겠죠.), 북한을 통한 관광 개방을 기회 삼아 여행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는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는 지난 한국방문에서 인사동의 매혹적인 골동품 거리와 경복궁의 휠체어를 덜컹거리게 하는 조약돌 길, 주마간산으로 돌아 본 정부기관이 모인 떠들썩한 섬 여의도 등을 돌아다니며 서울을 탐험했습니다.

 휴전선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북한을 바라보며 휠체어 편의시설이 갖춰진 열차로 북한을 여행하는 꿈도 꾸었습니다.

해변과 새로운 친구들, 좋은 음식들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가기도 했습니다. 부산 시장님과 전염성 강한 유머가 있는 스님의 환영을 받으며 남해를 방문하기도 하였지요.
젊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던 대회조직위원과 통역자들도 저의 여행을 보조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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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와 문화, 자연 경관은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더욱 새롭게 재창조하고 도약하게 하는 것은 역시 한국 사람들이었습니다.
국제 장애인공동체를 풍부하게 만들고 한국의 장애인공동체를 성장시킬 사람은 여러분들입니다. 한국을 세계적인 장애인 여행지로 만들어 보십시오.

누군가는 “한국은 고립된 반도라서 아무도 목적지로 하지는 않아, 어디로인가 가는 중에 잠시 들릴 뿐이지.”라고 문제 제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2005년 5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렸던 ‘제1회 국제 장애인여행권대회’ 발제연설 내용을 반론으로 들지요. 당시 제가 발제 연설을 했는데, 저는 섬 또한 장애인공동체의 완전한 사회참여가 가능하도록 보편적 디자인과 다른 전략들을 사용하여 지역개발을 이룬다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여행지로 각광받을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섬은 노령인구와 장애인 여행권 시장을 위한 완벽한 시험장입니다. 한국 또한 지리적 협소함과 독립적인 상황이 세계적인 인터넷 시설을 갖추게 했고, 이것이 장애인 여행과 여가에 있어서도 국제적인 성공사례로 기록될 수 있는 지리적 요소를 갖추게 하였습니다.

무작정 움직여 보자!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 한국의 장애인들이 해야 할 일은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무조건 떠나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여러분들이 발견한 것들을 모으고, 조직화하고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른 친구들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여러분들이 다니면서 느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국을 여행하기 쉬운 환경으로 만드는 지속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전략적으로 돈을 끌어들여 마련된 재원을 바탕으로 여행의 동기부여를 더욱 강하게 합시다.

물론 이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장애와 관련된 분야의 일에서 쉬운 일은 없지요. 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하나하나 이뤄 나가다보면 어느덧 마음 속에 기쁨이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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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종 레포츠를 즐기는 세계 장애인들.  
 
이 글을 읽은 독자들 모두가 앞으로 9개월 이내에 한국의 흥미로운 여행지에 적어도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들의 여행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혼자서 여행을 하든, 친구 한둘과 함께 여행을 하든 말입니다.

그렇지만 계획부터 귀가까지 여행의 전 과정을 문서화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빼먹지 말아주십시오.
여행과 숙박의 어려움과 용이함 등을 기록하세요.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들, 새롭게 발견하게 된 것들을 사진과 비디오로 찍어 봅시다.

장애인 여행자에게 그 여행지는 어떤 어려움과 즐거움을 주는지, 어려움을 해결하고 즐거움을 더욱 보강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여행일지를 기록하고 그에 대해 깊이있게 고민하고, 동반 친구가 있다면 친구와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이러한 지역적인 접촉은 귀가한 이후에도 계속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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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펑크 스타일의 장애인만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외국의 어느 주차구간. 누군가의 낙서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렇게 작성한 여행일지를 세계 장애인 여행친구들과 나누고 싶다면 저에게 메일을 보내주세요.
저는 여러분들의 소중한 경험담을 저의 홈페이지(www.RollingRains.com)에 꼭 소개하고 싶습니다.

자 이제 구구절절한 저의 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한국을 장애인들이 여행하기 좋은 곳을 만들고 싶지 않으십니까? 세계의 장애인들과 한국에서 만나고 그들과 즐거운 소통을 나누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떠나십시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여러분들의 움직임입니다.

<사진출처 : www.flickr.com/groups/rollingrains>

※ 스콧 레인스(Scott Rains) 박사는 ‘더 롤링 래인스 리포트(The Rolling Rains Report on disability, tourism, and development)’에 글을 쓰고 장애인 관련 여행, 산업 등을 소개하는 여행산업자문역이다. 2004년도에 산타 크루즈 문화연구센터 상임연구원으로 지명되었으며, ‘장애연구 리뷰(The Review of Disability Studies)’ 객원편집자이고 여행프로그램 영역에서 IPTV와 신설방송의 선임상담역을 맡고 있다. 또한 인터넷기술과 하층지역사회의 융합을 촉진하는 캘리포니아 지역사회기술재단의 ‘제로 디바이드(Zero Divide)’연구원이다. 레인스 박사는 활발하게 여행과 강의를 하고 있다. 연락처는 srains@oco.net 이다.

여러분은 장애인여행시장의 규모를 아십니까?

미국의 성인 장애인과 활동 제약이 있는 성인들이 여행에 소비하는 금액은 연간 미화 136억 달러(한화 약 14조7천억 원)에 달한다. 2002년에 이들은 3천2백만 번의 여행을 하고, 숙박비에 42억 달러, 항공권구입에 33억 달러, 식사에 27억 달러, 물건구입과 교통비 등에 34억 달러를 소비했다.

2천1백만 명의 장애인, 활동 제약 성인 인구 중 69%가 과거 2년간 1번 이상 여행을 했다. 이 여행은 업무상 출장 2백9십만 번, 관광여행 2천만 번, 관광을 겸한 업무상 출장여행 4백4십만 번을 포함한다. 과거 2년 동안 2백만 명의 장애성인이나 활동제약인 성인들 중에서 7%는 미대륙 밖에서 일인당 1600불을 소비했다(한화 약 150만 원). 이중 20%는 과거 2년간 최소한 6회 이상 여행을 했다.

오픈 도어스 조직(Open Doors Organization)의 연구에 의하면 2003년도 장애인과 활동제약인구가 식당에서 소비한 금액이 350억불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연구에 의하면 이들 중 75%가 최소한 주 1회 이상 외식을 한다고 한다. 미국노동성에 의하면 장애인과 활동제약인구는 1천7백5십억 불에 달하는 구매․소비 능력을 가진 집단으로 대규모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고용주포럼은 영국의 성인 장애인과 활동제약 성인의 수가 1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캐나다의회위원회는 2001년도에 캐나다의 장애인과 활동제약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의 가처분소득은 250억 캐나다달러(한화 약 22조7천5백억 원)에 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 근거 : Rosangela Berman Bieler 작성(The Inter-American Institute on Disability and Inclusive Development 소속). Open Doors Organization 자료.

작성자글 스콧 레인스/번역 유영욱/정리 소연 기자  cool_w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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