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만을 부각하는 ‘슈퍼맨처럼’ > 문화


장애만을 부각하는 ‘슈퍼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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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무대- 슈퍼맨처럼 ※사진제공 :극단 학전

1990년대 초반 그 당시에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에 개방과 개혁의 바람에 거세게 몰아쳤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과 속속 외교관계를 맺었었고 헝가리와도 외교를 트게 되어 헝가리 대사가 서울에 부임을 하게 되었다.그런데 헝가리 대사가 부임 직전 평양에 10년 동안이나 대사로 근무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이 사실을 안 기자들이 입국장으로 몰려들었다. 이어 동유럽의 작고 가난한 공산국가의 대사 부임 기자회견에 수많은 기자들의 취재 열기에 휩싸인 채 열렸다.

그때 기자들이 한결같이 질문한 내용은 "북한 사람들과 남한 사람들이 어떤 점이 다른가"였고 모두들 헝가리 대사의 입에서 “북한 사람들은  같은 민족이지만 남한 사람들에 비해서 다른 점이 이토록 많다”라는 답변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사는 짧은 한 마디로 회견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남북한 사람들은 다른 점 보다는 같은 점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대사의 답변은 간단했지만 더 이상 이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는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분단이 50년이나 됐으니 남북한 사람들이 이질적인 면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 되지만 외국 사람이 보기에는 공통점이 훨씬 더 많아 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남북한이 한민족이라는 것을 강조 하면서도 모든 언론에서는 차이점에 대해서만 집중 부각을 해오지 않았던가!."북한 공산당은 온몸에 털이 수북한 붉은 늑대 같이 사악하다","공산당의 폭정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항상 굶주리는 생활을 한다,"50년 동안 언어가 뜻이 달라진 게 많아 의사소통이 안 된다",북한의 명절은 남한과 다르다",등 우리는 어려서 부터 방송과 신문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북한 사람들과 차이점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배워왔다. 그 결과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 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물어 보면 "못사는 곳","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이질적인 언어",등 우리와의 차이점만을 먼저 거론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장애인 모습은 어떠할까!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자면 북한 사람들을 소개 할 때처럼 차이점에 대해서만 집중 부각한다고 하겠다. 방송 영화 신문을 비롯한 미디어매체에서 장애인을 다루는 가장 큰 목적은 사회에서 잘못되어 있는 장애인 인식 개선을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모든 미디어들은 장애인의 다양한 삶의 모습 중 오로지 장애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조명해오고 있다.  장애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불편을 겪는지, 가족들이 장애인을 돕느라 어떠한 고생을 하는지, 힘든 장애인을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보여주며 우리사회는 장애인들을 위해 제도적으로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이런 우리의 미디어 환경에서 지난 7월말 극단 학전에서는 장애아동을 주연으로 한 뮤지컬"슈퍼맨처럼"(이하 슈퍼맨)을 무대에 올렸다. 슈퍼맨은  근래 들어 프로연극단체는 최초로 장애인을 주연으로 한 연극이라고 한다. 아직 까지도 연극계에서 장애인이라는 소재는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인식 되어져 있기에 대부분의 연극단체에서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극단 “학전”에서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공연을 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어린이 관객을 위한 아동극인데도 단순한 웃음을 위한 극이 아니라 상당한 고민을 수반해야 하는 내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 측이 밝히는 슈퍼맨의 기획 의도는 "장애는 차별적인 요소가 아니라 서로간의 ‘차이와 다양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장애는 동정과 격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아울러 살아가야 하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나누고자 한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한마디로 줄인다면 사회의 비뚤어진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기획의도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슈퍼맨은 이러한 기획의도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을까.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으로 들어가 보자.
 
7년 전 사고로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장애인이 된 동규(초등학교 5학년)는 엄마와 한살 어린 여동생과 살고 있다 .동규는 장애 때문에 밖에 나가 놀지 못하고 집안에서 혼자 슈퍼맨 흉내 놀이를 하거나 책읽기와 혼자서만 외롭게 논다고 애기하고, 엄마는 집안일과 직업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장애인인 아들을 돌보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여동생은 다른 아이들처럼 밖에서 마음껏 뛰어 놀지 못하고 오빠가 벗어 놓은 오줌 빨래 널기, 오빠 소변통 비우기 등 장애인 오빠 옆에서 각종 심부름을 하느라 힘들다며 투정부리는 일상을 살고 있다고 소개한다. 남매는 그러다 우연히 집근처 공터에서 동규와 나이가 같은 승원을 알게 된다. 승원이는 처음에는 동규의 장애를 이해 못하지만 동규의 집에 놀러가 동규가 사용하는 각종 장애보조기구를 접해 보게 되면서 점차 동규의 장애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은 동네에서 같이 놀기도 하고 축구경기도 함께 보러 가면서 동규의 장애로 인해 갖가지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슈퍼맨’은 기획의도인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장애 때문에 많은 어려움 속에 사는 동규지만 밝은 아이로 그리려 노력하고 있고. 엄마나 동생의 고된 일상의 모습을 통해 장애아동이 있는 가족들이 어떠한 어려움 속에 살아가는지를 세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동규의 친구인 비장애 아동 승원이가 동규가 사용하는 휠체어를 비롯한 장애 보조기를 하나하나 경험해 보는 모습을 통해 어린이 관객들에게 대리체험과 장애아동의 삶을 이해시켜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덧붙여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살고 비장애인은 비장애인끼리 사는 것이 모두에게 행복한 삶이다”라는 비뚤어진 장애인 인식을 가진 장학사를 등장시켜 우리의 잘못된 장애인 교육 관행을 꼬집어주고 있으며, 축구경기를 보기위해 장애인좌석을 구입한 동규일행이 사람이 많다며 다친다고 입장을 거부하는 직원의 태도를 지적함으로써 우리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에 잘못 되 있는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슈퍼맨’은 이처럼 장애인을 평소에 접해보기 힘든 어린이 관객들에게 장애아동과 가족 친구의 일상생활 모습을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슈퍼맨’에서 보여주는 장애인의 모습은 우리사회가 북한사람들을 대하는 자세와 정확히 일치한다. 즉 차이점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우리사회가 수 십 년 동안 북한 사람들과 남한 사람들의 차이점에 대해서만 언론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집요하리만치 몰두한 결과 우리는 북한 사람들을 한 동포로 여기면서도 정작 북한 사람하면 차이점이 먼저 떠오르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지금 우리사회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북한의 실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게 되었고 북한 사람들을 동정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인식은 갖게 되었지만, 우리 옆에 같이 살 이웃으로 살아가기에는 꺼림직한 존재로 만들고 만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사회의 방송 신문 영화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들은 잘못된 장애인 인식을 바로 잡겠다며 비장애인들은 느끼기 힘든 장애에 대해서만 온통 초점을 맞추어 장애로 인해 불편한 점, 어려운 점만을 집중 부각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들 갖게 되지만 나의 이웃이나 동료로 까지 두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미디어에서는 장애여부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껴는 삶의 다양한 면을 철저 하리 만치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어울려 할 존재라기보다는 도와줘야 할 부담스러운 대상으로만 각인되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미디어환경에서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은 차이와 다양성을 보여줘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일조 하겠다며 나섰지만 슈퍼맨 역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동규의 장애에만 집중되어 있다. 동규 엄마와 여동생이 동규의 장애 때문에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보내고, 겨우 사귄 친구와 나누는 애기는 장애에 관련된 것 밖에 없으며, 놀이도 동규의 장애보조기구를 신어 보는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덧붙여서 나오는 내용도 장애인교육정책,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것뿐이다.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를 빼면 어디에도 11세 또래들이 공감할 내용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그래서 어린이 관객들은 동규의 장애를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할 대상으로는 인식 할지언정 같이 웃고 떠들며 놀 친구로는 여기기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보면서 장애인을 차별하고 미워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A관객, “.아이들도 장애인들이 많이 불편하고 힘들겠구나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습니다”-B관객,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장애인과 같은 아이들을 놀리지 말고 혼자서 못하는 일은 나라도 도와줘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C관객.

게시판에 드러난 이러한 관객의 반응은 ‘슈퍼맨’이 기존의 미디어에서 장애인을 묘사하는 관행을 ‘슈퍼맨’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마치 장애인에게는 장애의 불편이 삶의 전부이며 건강한 비장애인들이 불쌍한 장애인을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제작진들의 발상은 ‘슈퍼맨’을 본 관객의 느낌에서도 그대로 전가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슈퍼맨’의 기획 의도는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장애인 인식 전환으로 설정했지만,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장애인은 이해하고 도와줘야 할 존재”라는 기존의 왜곡된 장애인 인식만을 강화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작성자심승보(장애우문화센터 방송모니터단)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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