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강사의 자격은 누가 부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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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강사의 자격은 누가 부여하는가
몇 해 전부터 장애인 인권교육 섭외를 하는 곳에서 꼭 요구하는 서류가 있다. 이른바 ‘인권강사 자격증’이다. 특히 2019년 5월 29일부터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5조의 2(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따라 모든 사업주 및 근로자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연 1회, 1시간 이상 실시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과 미 실시에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명시함으로써 이런 자격증 요구는 당연시 되었다. 인권교육의 전문적 정체성을 보장하고 무분별하고 부실하게 상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권교육 강사의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정책에 반영되었다.
장애인 관련 인권교육은 여성 인권교육과 더불어 법정의무교육으로 강제화했기 때문에 여타 다른 인권교육과는 상대적으로 소위 안정적이고 수익성 있는 ‘강의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기존 대중 강의 활동을 하던 경력자들이 대거 인권교육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준 높은 강의 기술을 앞세워 학교나 기업에 장애인 인권교육을 적극 홍보했으나 정작 그 강사들의 인권 감수성이나 장애 감수성 등은 검증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관련 강의의 낮은 수익성과 강의 점유를 올리기 위하여 과태료를 근거로 무료 강의 진행을 강요하면서 특정 보험과 상품을 홍보 판매하는 경우가 크게 문제가 되었다. 예산과 시간, 인력의 부족을 이유로 일부 기관들이 단순 자료를 들고 내부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고발과 감시와 같은 인권교육의 본질적 목적을 훼손하고 의도하지 않게 은폐와 방조를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잘못된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교육의 사례들이 아예 공식 누리집에 공개되어 있다.
이에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과 같은 장애인 인권교육은 점차 아예 법적으로 그 내용과 강사 자격을 엄격히 하기 시작했다. 물론 사업주는 내부 직원으로 관련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꼼수 조항이 있긴 하지만 상시근로자 수 3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에는 반드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인권강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자로 규정했다. 이 관련 법 조항이 나오기 전까지 관련 조항은 2007년 10월 30일 국무 회의를 통과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교육에 관한 법률이었다. 이 법안의 통과 이전에는 주로 인권운동사랑방과 같은 민간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인권교육이 시작되었고 이후 인권교육단체 ‘들’과 같은 전문 기관들이 인권 운동 단체에서 별도로 독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권 강사진 무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장애인 분야 인권교육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제안과 장애인 교육권 연대의 참여로 2008년부터 장애인인권교육네트워크가 구성되어 각종 워크숍을 열면서 일정 수준이 훈련된 강사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장애인 학생의 재학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에서 ‘의무교육’으로서 진행하는 장애인 인권교육 법적 근거는 『장애인 등 특수교육법 21조 (통합교육)』,『초·중등 교육법 제59조 (통합교육)』,『장애인복지법 제25조 (사회적 인식개선)』, 『동법 시행령 제16조(장애 인식개선 교육) 장애인복지법』,『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장애인 등 특수교육법에 의거 매년 교육부 특수교육 운영 지침을 보면 매년 2회 4시간 이상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인권 교육 의무기관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 공공기관, 특수법인,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대학교(대학원 포함), 특수학교, 각종 학교로 확대되었고 교육 내용, 교육 방법과 교육 실시 후 결과를 상급 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특수교육연차보고서,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 보고서 반영) 2019년에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2021.6.4. 시행)을 통해, 장애인식개선교육기관 지정·위탁, 전문강사제 도입, 점검 결과의 각종 평가 반영 등에 따라 더욱 관련 자격증 여부가 중요해졌다. 2019년 일부 개정된 평생교육법 제19조의 3에도 장애인 평생교육 종사자의 장애인 인권교육을 의무화했다.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는 ‘인권강사’인가
국가인권위원회 위촉 인권 강사 양성 과정 수료와 고용노동부의 장애인고용공단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강사 과정과 보건복지부 한국장애인개발원 사회적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 과정 수료에 따른 자격증 획득이 직업으로 강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해졌다. 표현에도 드러나듯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과정만을 통과한 강사들을 과연 ‘인권 강사’로 동등하게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많은 토론을 필요로 한다. 법령에서 의무를 부과한 교육 내용을 살펴보면 인식개선만으로 현실적인 차별과 혐오를 제거하겠는가? 그리고 다른 인권 문제를 교차하고 있는 성소수자, 외국 이주 장애인, 장애 여성, 장애인 난민과 같은 문제는 과연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완전히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명칭만으로 장애인 인권교육이란 용어는 지금 장애인 등 특수교육법에 밖에 없다. 추가로 장애인복지법에 ‘2023년 서울시 장애인복지관 평가지표’ 기준으로 이용자 인권교육이 가능한 강사 기준 중에는 사회복지과 교수도 가능한 것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졸업생들을 복지관에 취업시켜야 하는 대학 교수가 이해관계를 떠나 견고하게 인권의 원칙과 실천을 강의해서 장애인 당사자가 있는 현장을 인권의 현장으로 바꾸고 설득할 수 있는지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물론 매년 반복적으로 진행해서 몸에 각인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뿌리 깊은 장애인 차별과 혐오, 불안 불신을 극복한다는 법정의무교육의 취지에서 볼 때 문화예술과 같은 다소 말랑말랑하고 다양한 교육 콘텐츠와 시험에 통과한 강사들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감성과 사랑과 배려만으로 장애인의 통합교육과 고용과 탈시설과 완전한 이동과 참여를 보장할지는 이제껏 역사와 사건들을 보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터진 국립 대학교 교원의 수업 중 안내견 거부 사건과 장애인학생지원센터의 소극적 대처 사건은 지식의 전당이자 강사와 같은 학문 후속세대를 전문적으로 기르는 책임성 무거운 국립 대학조차 장애인 인권교육은 어찌 진행되었고 그 효과성은 무엇인가 되물어 볼 수밖에 없다.
자격증과 시험이 만드는 천장
심한 장애인 당사자들은 과연 강사가 될 수 있을까?
강의 자료를 잘 만들고 강의 내용을 깔끔히 전달하고 청중들과 소통을 잘하는 강사만이 강의를 참여한 사람들을 인권적인 사람으로 설득하고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인가? 인권 강의의 목적이 더욱 소외되고 더욱 배제되는 소수자로서의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이 사회에 잘 들리게 하는 것일 텐데 글을 모르고 자료를 만들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도 인권 강사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애인 인권 관련 법과 이론을 외우고 시험을 잘 보고 장애인 강사들의 공연을 보고 감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 실질적인 장애인 인권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단 1분이라도 당사자의 존재만으로, 목소리만으로도, 눈빛만으로도 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예산과 지원과 집행이 가능한 교육과 강의가 늘 가능해야 하는 것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 인식개선이 되면 성인권도 군인권도, 난민인권도 덧붙여 개선될 수 있어야 한다. 인권 강의도 항상 기득권과 그 폐쇄성을 성찰하고 검열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인 나도 그렇다.
작성자글.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활동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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