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와 희화에서, 평범으로 > 칼럼


배제와 희화에서, 평범으로

문화체육 / 장애코드로 문화읽기

본문

배제되거나 희화화의 대상이거나
예능에서 ‘다름’, 특히 장애라는 범주는 여전히 풍자와 희화의 경계 어딘가에 머물며, 논란의 가능성을 내포한 영역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이유로 아예 배제되거나, 정면으로 드러내기를 주저하는 정서 역시 함께 존재한다. 과거 코미디언 심형래가 재연한 드라마 <여로>의 ‘영구’, <유머1번지>에서 선보인 ‘맹구’, 그리고 <맨발의 기봉이>에서 ‘기봉이’ 등은 어눌한 말투와 상황 인지의 미숙을 과장된 행동으로 반복하며 웃음을 만들어냈다. 또 예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고요 속의 외침’ 같은 게임 역시 ‘들을 수 없음’이라는 설정을 활용해 유사한 방식의 웃음을 유도해왔다.
 
이처럼 장애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장애를 연상시키는 특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고, 지금도 여전히 하나의 웃음 코드로 자리하고 있다. 제작진은 풍자라고 말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다름’을 ‘모자람’으로 전제한 채, 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선 시청자와 관객이 안도하며 터뜨리는 웃음으로, 희화화, 대상화의 전형이었다. 그 웃음이 향하는 방향이나, 그로 인해 상처 입을 존재에 대한 고민 없이 만들어낸 웃음을, 과연 웃음에 사회성을 담은 ‘풍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웃음을 둘러싼 감수성의 변화
장애에 대한 비인권적인 웃음 코드에 제동을 건 것은 바로 장애당사자들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장애 인권에 대한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고, 관련 논의 역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미디어에서 단순한 재현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주체이자 소비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게 되면서, 미디어 주권 운동으로까지 이어졌던 것.
 
이 흐름 속에서 장애를 흉내 내거나 과장하는 희화화, 즉 ‘웃음의 대상’으로 소비해온 예능의 재현 방식은 비판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2018년 <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으로 하나의 분기점을 맞게 되는데, 한 배우가 과거 자신이 연기했던 장애 캐릭터의 말투와 행동을 재연한 장면에 대해, 장애 계에서 희화화의 문제를 제기했고, 여론이 호응하면서 해당 장면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의’ 의결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 사안으로 그동안 창작자 중심으로 강조되어 온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웃음을 이유로 모든 표현이 정당화될 수 없음이 대중적으로 공유되기 시작한다. 이후 장애 재현을 둘러싼 감수성과 기준이 사회적으로 일부 재조정 된 것과도 관계된다.
 
물론 지금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특성을 모방해 웃음의 소재로 삼거나 비하용어의 남발 등, 예능에서의 장애 재현을 둘러싼 ‘미묘함과 애매함’의 희화화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나, 예전처럼 ‘영구’와 ‘맹구’, 그리고 ‘기봉이’의 그때 그 장면들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겼던 무비판적 정서 역시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설사 일부의 변화일지라도 결국 그 힘으로 대중의 인식을 진화시켜왔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영희 역으로 캐리커쳐작가로 유명했던 장애당사자배우 서은혜씨가 캐스팅 되고 배역도 잘 소화해 화제가 되었다. 서은혜작가가 결혼하고, 지난해 SBS 간판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에 남편 조영남 바리스타와 동반 출연해 신혼생활을 공개했다.
 
그동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장애로 인한 다름과 ‘불쌍하고 어둡다’는 선입견에 의해, 웃음을 주어야 하는 예능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등장 자체를 배제시켜 왔다. 이러한 차별적 관행을 깨고, 장애를 가진 연예인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장애 당사자 게스트의 출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다가, 해당 방송이 그날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한다. 물론 프로그램 자체의 인기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토크 예능의 특성상 게스트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시청률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서은혜작가를 향한 대중의 관심과 호응은 물론, 대중의 진화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다름을 지닌 인물이 화제의 중심에 서고 팬덤이 형성되며 노출이 확대되는 현상을 두고 ‘이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관심과 가시화는 장애라는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장시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특별한 존재가 아닌 우리 사회의 구성원, 평범한 이웃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하고, 일터에서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며, 아이를 낳을지를 고민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청춘’으로서 말이다.
 
▲'내 마음이 몽글몽글 몽글상담소 스틸컷'(출처 SBS)
 
보통의 청춘으로 함께 하고 있다
SBS가 본격적으로 발달장애 청년들의 연애 리얼리티 예능 <내 마음이 몽글몽글 - 몽글 상담소>(이하 ‘몽글 상담소’)를 제작·편성했다는 소식 자체만으로도 반가웠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과 사랑이 대중의 달라진 감수성과 기호 속에서 관심과 공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은 반가움이 더 컸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됐다. 발달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와 대중의 시선을 미뤄 볼 때, 과연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평범하고 동등한 시선에서 담길 수 있을까. 시청자들은 이를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순수한 존재’로,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로 대상화되지는 않을까 하는 등의, 그동안 장애 재현의 전례들로 미뤄 짐작된 우려들이었다. 첫 방송을 보면서, 이런 우려들은 거둬졌고 기대감으로 벅찼다.
 
그동안 호주의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이나 뉴질랜드의 <다운 포 러브>를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을까 부러웠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된 이다. 또한 해외콘텐츠에서 낯설면서도 부럽던 그것,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일하고 싶고 사랑하고 연애하고 싶다고 외치는 것,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하며, 연애하고, 사랑하는 이야기가 평범한 청춘 서사로 자연스럽게 그려진 그 장면 장면들이, <몽글 상담소>에서도 그대로 재연되는 것이다.
 
‘하면 안 된다’는 시선이나 말들 속에서 접었고,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마음들을,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삶이라고 대중문화 속에서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뭉클하고 벅찬 변화다.
 
<몽글 상담소>가 해외 콘텐츠보다 좋았던 점은 부모나 주변인, 관찰자의 개입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집중하며, 억지로 꾸며내거나 극적으로 포장하지 않음으로써 그 자체로 인정과 지지의 시선을 드러낸다. 물론 비장애인의 연애 관찰 예능과는 달리 부모나 가족이 등장해 성장 과정이나 장애 특성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을 보호와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불편함도 있었지만, 더 깊이 와 닿았던 것은 당사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경험들이었다. 학창 시절 따돌림을 겪었던 이야기, 수 감각이나 방향 감각의 어려움, 의사소통의 어려움,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긴장해 서툰 모습을 보이는 순간들에서 자연스레 이해하고 공감하며 알아졌다.
 
무엇보다 이 콘텐츠가 사랑과 연애, 관계를 다루는 관찰 예능이라는 본질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그랬기에 출연자들은 단순히 ‘장애를 가진’에서 머무르지 않고, 누구나 그렇듯 어떤 부분에서는 서툴고 어려움을 겪지만, 각자의 속도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평범한 청춘으로 다가온다. 일하고, 사랑하고, 관계를 맺으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마지막 회 엔딩 자막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보통의 청춘'으로 말이다.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스틸컷 (출처 SBS)
 
<동상이몽2> 서은혜, 조영남 부부 편과 <몽글 상담소> 모두 대중의 반응은 물론 시청률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로 화제가 되었다. 이들 콘텐츠는 시청률 1%를 넘기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예능에서 ‘1%대 시청률’은 단순히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가 과잉된 시청환경에서 ‘무엇이 선택되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 시대’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크다. 더군다나 <몽글 상담소> 출연자들은 유명인이 아니었는데도, 이정도의 화제와 시청률을 이끌어냈다는 것은 문화연구가 ‘스튜어트 홀’에 영향을 받은 ‘Media studies’ 연구에서 ‘대중의 장애수용 4단계’ 중 3단계, ‘다르지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동하는 흐름으로도 읽힐 수 있겠다. 물론 이런 해석에는 계층과 상황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전제를 포함하지만.
 
이러한 흐름과 시도들은 어느 순간, 어떤 일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장애를 둘러싼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시간, 다양한 영역에서 이어져 온 움직임, 그중에서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의 ‘언론 및 방송모니터단’이 중심이 된 ’장애인권 관점의 미디어 주권운동’ 등 문화 예술의 장애차별철폐를 외쳐온 현실의 축적이, 대중매체에서 ‘평범한 청춘’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가능성을 열었으며, 비록 더디더라도, 그 시간은 방향을 만들고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P.S.
방송을 보면서 언어장애나 의사소통의 어려움, 거동이 불편해 늘 발언 기회를 갖지 못하고, 바깥활동이 쉽지 않은 친구들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해외 콘텐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삶의 여러 순간에서 장애를 배제하는 명분이자 논리와도 닿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는 환영하고,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가랑비에 젖듯, 중증장애인의 일과 사랑, 연애와 결혼이 ‘가능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삶의 권리로 바라보게 될 것이고, 결국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물론,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열게 될 것이다.
 
이 글은 2026년 4, 22. ‘웹진 이음’에 게재된 칼럼 ‘더디고 느려도, 조금씩 앞으로’에서 일부내용을 발췌, 예능의 흐름 중 하나로 인용했습니다.
 
작성자글. 백수정 대중문화비평 활동가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