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평범으로 읽는 교육, 그 절실함에 대하여
장애코드로 문화읽기 / 영화 <원더>, <안녕, 내 뻐끔거리는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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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안녕, 내 뻐끔거리는 단어들>, <원더> 포스터
어릴 때 놀이터나 길을 거닐 때면 동물원에 원숭이 보듯 뚫어져라 쳐다보는 또래 아이들의 시선이 두렵고 무서웠다. 그런 아이들을 아무 설명도 사과도 없이 낚아채듯 데려가는 부모들의 모습은 괴물 같았고, 쯧쯧쯧 혀를 차며 지나가는 어르신들은 이해 불가였다. 그때마다 엄마는 그들을 매섭게 흘겨보시거나 내 귀를 막아주셨고 나는 재빨리 엄마 뒤에 숨어버렸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이런 시선들이 향하던 곳이 바로 내가 가진 장애, 남들과 다른 모습과 행동이었음을 알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아니 그 이전부터 이미 내 장애는 내게 무엇이며, 내가 생각하는 내 장애와 타인이 생각하는 내 장애가 왜,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서 저들이 저런 시선으로 나를 볼까? 이 시선의 정체는 무엇일까? 라는 물음이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것 같다. 영화 <안녕 뻐끔거리는 단어들>의 ‘멜로디’를 보면서, 그 시절 내가 떠올랐고, 영화 <원더>의 ‘어기’가 겹쳤다.
혐오와 불평등, 불합리의 차별을 감내하는 아이들
<안녕 뻐끔거리는 단어들>의 ‘멜로디’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언어와 신체활동에 장애가 있다. 중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멜로디는 7년을 같은 교실, 그것도 유치부와 초등부를 통합한 특수반에서 같은 선생님에게 알파벳만 반복해 배우고 있다. 지금 멜로디는 그 어느 시기보다도 또래 친구를 좋아하고 그들과의 관계 맺기가 중요한 시기다. 무엇보다도 멜로디의 학습 능력이나 무엇을 원하고 하고 싶은지는 전혀 관심이 없는 학교와 교사, 오로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 의사전달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분리시키는 교육행정이 멜로디로부터 배울 권리와 또래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빼앗아 버렸다.
멜로디는 한번 본 단어들은 모두 기억해 어휘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아이다. 이런 학생에게 알파벳만 가르친다. 자기 수준에 맞지도 않는 수업을 들으며, 친구도 없는 교실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자. 학교 가는 매일 매일이 얼마나 지옥이었을까? 때리고 폭언을 퍼붓는 것만이 폭력이고 학대가 아니다. 다름을 이유로, 또 장애를 이유로 방임하고 방치되는 것은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죽이고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욕망을 겪어버리는, 학교가 하는 최고로 가혹한 폭력이고 학대다. 그래도 감내하며 버티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교육의 기회도 친구를 사귈 희망도 품을 수 없어서다.
<원더>의 ‘어기’ 역시 남들과 다른 외모로 늘 조롱과 혐오의 시선 속에서 살아간다. 닿기라도 하면 전염될까 봐 피하고 도망가는 사람들, 어기를 보면 소리 지르고 울어버리는 아이들이 두려워 외출할 때면 우주인 헬멧을 꼭 챙기고, 학교가 아닌 집에서 엄마와 홈스쿨링을 한다. 중학생이 되는 ‘어기’는 엄마와 공부하는 것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한계도 느낀다. 학교에 가고 싶지만, 아이들이 두렵고 무서워 용기가 나질 않는다. 어기의 마음을 알지만 엄마와 아빠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어렵게 학교 이야기를 꺼낸다, 어기가 “어른들은 감정을 숨기고 표정을 조절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숨기질 못해 두렵다”며 울먹인다. 그 두려움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두려운지 내 경험에서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래도 어떡하겠는가. 이런 세상인걸. 내성이 생기고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부딪쳐보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의 설득에 일단 용기를 내보기로 하지만, 그 마음이 어떨지.
이처럼 아이들이 감내하기엔 버거운 일상이지만, 책 읽기를 좋아하는 멜로디는 홀로 책 속에서 세상을 배우고 지식을 채울 줄 아는 여문 아이다. 통합교육을 연구하는 캐서린의 제안으로 우여곡절 끝에 멜로디가 정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교실에 들어서는 멜로디를 바라보는 교사와 아이들 눈빛에서 오만과 편견, 혐오가 역력했다. 마치 ‘우리 구역에 네가 왜 들어와’라는 듯 쏘아보고, 수업을 방해하는 민폐, 불청객 취급에, 전염되는 것인 양 휠체어가 자신의 몸 어딘가에 닿을까 전전긍긍한다. 더 충격이었던 것은 멜로디가 자장면 먹는 모습을 힐끔힐끔 보며 자기들끼리 웃고 징그럽다고 대놓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 순간 그들이 악마로 보였다.
어기 역시 학교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수군수군 힐끔힐끔거리는 아이들의 시선에 위축된다. 각오는 했지만 직접 겪으니 훨씬 두렵고 무섭다. 학교 견학 프로그램에서 만난 줄리안은 어기의 외모를 조롱하고 혐오의 말들을 쏟아내며 노골적으로 괴롭힌다. 어기와 접촉하면 전염된다는 소문을 퍼트려 아이들이 어기 곁에 다가가지 못하게 하고, 어기가 듣고 있는 것을 알면서 일부러 어기와 가장 친한 잭 윌을 자극해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기의 얼굴을 그린 그림에 ‘OUT'이라고 쓴 쪽지,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에서 어기만 지워서 책상 위에 두거나 사물함에 넣어둔다. 이것을 본 어기는 상처 받고 아파한다. 그 순간 아이들이 왜 저렇게까지 잔인하게 굴까? 분노가 치밀었다.
멜로디와 어기는 핼러윈을 가장 좋아한다. 어기는 그 이유를 힐끔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어디서든 환영받을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다름이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세상은 왜 이렇게 잔인하고 가혹한가. 이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매일 매일을 죄인처럼 숨어 살고 기죽어 살고 지옥에서 살게 하는 것일까?
‘다름이 존재하는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외침에 귀 기울여야
두 영화 속 아이들을 보면서 인간이 인간에게 저런 눈빛으로 저런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또 저 아이들이 가진 오만과 편견, 혐오, 당당함은 어디서 왔을까?
인류사를 보면 다름에 대한 박해와 탄압은 그 자체가 역사라 할 만큼 거의 모든 역사의 기저가 된다.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장애를 가진 사람은 괴물이나 천민 취급을 받았고,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나면 악마의 소행이라며 저주 프레임을 씌워 대부분 버려지거나 죽임을 당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지나가면 조리돌림, 돌팔매질을 당했고, 죄인으로 여겨 은둔생활을 했다고 한다.
20세기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대표적인 유대인 학살로 기록되지만, 집시, 동성애자, 장애인 등과 같은 다른 성향, 다른 외모, 다른 정체성을 가진 소수들도 무차별적으로 학살을 당했다. 그래서 최악의 다름, 소수성에 대한 박해와 탄압의 학살로도 기록된다.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우생학과 사회진화론에 의해 열등한 존재로 규정, 학살의 명분이 되었다 한다. 악마의 저주, 열등한 존재 등 온갖 부정적인 프레임으로 장애인을 의식화시킨 뿌리는 이렇게 유구한 역사와 함께 깊고 넓고, 단단하게 세상에 박혀 오늘날까지도 징그럽게 그 생명력을 발현한다.
아이들의 눈빛에 저토록 경멸과 무시가 담기고, 온갖 혐오와 조롱의 말들을 친구에게 쏟아내는 악마성은 이 유구한 역사 의식화의 발현이며 죄의식마저도 상쇄시켜 버렸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 옳은 것이냐는 물음에는 선뜻 “Yes"라고 대답할 수 없는 것 또한 인간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를 깨우는 교육과 훈련, 연습이 절실하다. 그래야 아이들이 평등하게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사랑하고, 그래야 죄인처럼 기죽고 숨기며 지옥에서 살게 하는 것을 멈출 것이다.
자신들은 ‘다름이 존재하지만 평범한 아이’라고 외치는 멜로디와 어기. 멜로디에게는 이 외침에 귀 기울이고 인정하는 아빠와 옆집 할머니, 연구원 캐서린이 있고, 어기에게는 가족과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잭 윌의 엄마가 있다. 멜로디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과 정규반 담임은 우리가 현실에서 흔히 만나는 편견이 가득한 차별주의자들이었고, 어기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과 담임은 친절한 포용주의자들이었다. 마치 교육문제의 솔루션 프로그램에서 ‘Before & After'를 보는 듯해 흥미롭다. 이를 통해 다름을 평범으로 읽는 학교와 사회, 부모와 교사, 이웃들이 그저, 그냥, 멜로디, 어기로써 평범한 일상을 누리도록 받쳐주는 지지대라는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게 되는 두 영화.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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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멜로디 역의 'Phoebe Rae Taylor'는 실제로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배우다. 멜로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키스신을 아주 잘 연기하고 싶다는 당찬 꿈이 꼭 이루어질 것이다. 연기를 너무 잘해 이 배우의 팬이 되었다. 파이팅!
● 영화 <원더>에서 어기와 가장 친한 잭 윌의 엄마와 어기를 괴롭히는 줄리안의 부모를 보면서 아이의 거울은 부모라는 말을 실감할 것이다
● 약은 약사에게, 부모 상담은 이사진의 아는 사람이 많은 교장에게.
작성자글. 백수정 대중문화비평 활동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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