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와 스마트폰 앱, 더 쉬워질 수는 없을까? > 현재 칼럼


키오스크와 스마트폰 앱, 더 쉬워질 수는 없을까?

발달장애인의 키오스크, 스마트폰 이용 경험에 대한 생각

본문

↑ 쉬운 배달앱 사용법 (배달의민족, 소소한소통)
 
‘쉬운 정보로 만나는 세상’은 발달장애인 등 문해 약자를 위한 코너입니다. 삶의 크고 작은 결정을 할 때, 쉬운 정보가 있다면 내가 원하는 선택,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정보로 만나는 세상’을 통해 함께걸음 독자가 세상을 조금 더 알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가꿔나가기를 바랍니다.
 
키오스크, 스마트폰 앱 등 사람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일상을 누리도록 만들어진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들이 모든 사람의 일상을 편안하게 할까요? 주변의 발달장애인분들을 살펴보면 일상을 편리하게 돕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에 오히려 더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른 경험이나 속도 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조금 더 편안하고 쉬운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키오스크, 더 쉬워질 수는 없을까?
얼마 전 발달장애인 세 분과 함께 키오스크를 이용했습니다. 햄버거 가게, 카페, 영화관 3곳에 함께 갔죠. 함께 햄버거와 커피를 주문하고, 영화표도 예매해 보면서 키오스크의 불편함, 어려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키오스크 이용 경험은 어떤가요?
 
예전에 비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가게가 많아졌음을 느낍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람보다 기계를 더 자주 마주하게 되면서 ‘키오스크를 어떻게 하면 잘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만난 발달장애인 분들도 그랬습니다. 키오스크가 어려워서 피하고 싶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키오스크는 이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배워서 잘 쓰고 싶다.”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여러 번 사용하고 연습하면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저는 키오스크가 더 쉬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키오스크에는 다양한 메뉴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메뉴 중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전체 메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지요. 여러 메뉴를 눌러가며, 어떤 것을 선택할지 살펴보면 좋겠지만 뒤에서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천천히, 편안히 모든 메뉴를 살펴보기 힘듭니다. 또한 메뉴는 영어 등 생소한 표현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어떤 의미인지, 음식이라면 그 음식의 재료가 무엇인지, 어떤 맛을 예상할 수 있을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결제 방식은 키오스크마다 모두 달라 카드를 꽂는 곳은 어딘지 쉽게 찾기 어렵고, 매장마다 있는 포인트의 종류나 적립 방식도 다양해서 결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합니다.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중에 첫 화면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어요. 어렵게 선택한 메뉴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다시 한번 선택해야 하는 과정이 다시 또 반복 되기도 하지요.
 
키오스크의 메뉴가 조금 더 간단해지고, 글자가 조금 더 눈에 잘 보이고, 속도가 조금 더 느려지고, 여러 키오스크가 조금 더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진다면 많은 발달장애인이 지금 보다 키오스크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다양한 사람의 속도를 존중해 서로가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려 준다면, 키오스크 이용은 지금 보다 훨씬 쉬워질 거라 생각됩니다.
 
나도 배달시켜 먹고 싶어요
코로나19가 심각했던 때, 많은 발달장애인분들이 소소한소통에 “배달앱 사용법을 쉽게 알려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외출도 어렵고, 함께 모여 식사하는 인원이 제한되어있으니 배달시켜 먹을 일이 종종 있었던 것이지요. 배달앱을 처음 쓰는 사람들은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하고, 원하는 메뉴를 장바구니에 담은 후 결제하는 등 단계마다 어려움을 겪습니다. 처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여러번 사용해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워낙 다양한 가게가 여러 가지 메뉴를 판매하고 있고, 메뉴에 딸린 옵션 선택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이죠. 결제 방식도 여러 가지, 배달 음식을 받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어 이해후 선택, 결정해야 하는 것도 많습니다.
 
소소한소통은 배달앱 사용자 수가 많은 <배달의민족>을 선택해 앱 다운로드부터 회원가입, 메뉴 선택, 결제까지 쉽게 알려주는 ‘쉬운배달앱 사용 설명서’를 제작했습니다. 사용 설명서를 천천히 따라 하다 보면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하는 자료였어요. 많은 발달장애인 분들이 사용 설명서를 사용해 원하는 메뉴를 직접 선택, 배달을 시킬수 있었습니다. 물론, 쉽게 설명한 자료이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렵기도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한 사용자가 있는데요. 지원주택에서 일하는 코디네이터 한 분이 연락을 주셨죠. “한 분이 계속 실패를 거듭하다, 포기하지 않고 결국에는 원하는 음식을 직접 주문하는 데 성공하셨어요. 자신이 직접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매우 행복해하셨습니다.”라는 내용이었지요.
 
앱 사용이 어려운 것은 배달앱뿐만이 아닐거예요. 은행, SNS, 쇼핑 등 스마트폰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의 앱이 지금보다 더 쉬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용자의 잘못이 아닙니다.모든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앱을 만드는 사람들이 조금 더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해야 해요.
 
지도앱 사용, 나만 어려운 거야?
발달장애인분들과 약속하면 많은 분들이 약속한 시간 보다 훨씬 더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한 적이 많았습니다. 조금 덥거나 추운 날이면 날씨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죠. 왜 이렇게 일찍 도착하는 걸까 궁금했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가 일하는 소소한소통 직원들은 발달장애인분들이 지도앱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 분들과 함께 지도앱을 사용해 목적지를 찾아가는 활동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3명의 발달장애인은 모두 지도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고, 지도앱이 알려주는 길을 알아보기 어려워 앱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있는 위치가 지도앱에서 어디인지, 내가 보고 있는 건물이 지도앱의 어디에 있는지 한 눈에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지요.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일이 어려우니 출발 시간을 여유 있게 두었고, 그래서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죠.
 
학교·직장에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려면 어딘가로 이동하는 일이 생깁니다. 새로운 곳에 가는 일은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어떤 교통편을 이용하느냐에따라 걸리는 시간도 달라집니다. 모든 사람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지도 앱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앱 사용이 익숙한 사람에 게만 편한 서비스가 되고 있습니다. 소소한 소통은 발달장애인분들이 지도앱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해하기 쉬운 지도앱 사용 설명서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일상은 새로운 기술로 가득 차있습니다. 기술이 우리 일상을 편리하게 바꿔주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새로운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키오스크와 스마트폰 앱, 모든 사람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더 쉬워질 수는 없을까요?
 
소감
두 달에 한 번, <함께걸음>의 발달장애인 독자들을 떠올리며 꼭 필요한 정보를 쉽게 알려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소식을 알려드리면 좋을까, 지금 이 글이 충분히 쉬울까 고민하던 시간이 저에게는 독자를 만나는 것처럼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의미 있었던 시간인만큼, 독자분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작성자글.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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