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를 넘어 두려움을 설렘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장애청년의 목소리
본문
“Usus est magister optimus.”
이 말이 제 삶을 움직이는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애로 인해 두려움을 느낀 순간도 많았지만, 단순한 배움을 넘어 직접 경험하며 도전해 왔습니다. 좌절을 기회로 삼고, 한계를 새로운 발판으로 만들면서 두려움을 설렘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왔습니다. 이 글을 통해 그 과정을 나누고자 합니다.
경험에서 시작된 배움의 여정
대학교 시절, 사회복지 실습을 하면서 처음으로 현장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밑반찬을 배달하고, 후원 물품을 전달하는 작은 일이었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청각장애가 있는 중·고등학생과 멘토링을 하면서, 제가 준비한 방식이 그들의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법을 몰라 막막했고, 무력감도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청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부모님과 학생들과 함께 상담을 하던 날,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같은 장애를 가진 선배의 조언이 정말 큰 위로가 됐어요.”
그 한마디가 제 마음을 깊이 울렸습니다. 제가 겪은 경험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순간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꿈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두려움을 기회로 바꾸다 : 실무에서 배운 교훈들
첫 직장에서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행정 업무, 국고보조사업 관리, 실습기관 등록 심사…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특히 전화 상담이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청각장애가 있는 저에게 전화 상담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듣지 못해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자책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회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민원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며 실수를 줄여 나갔고, 주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상담 속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팀원들과 협업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실수도 줄고, 자신감도 회복되었습니다.
행정 문서 작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용어와 형식이 어려웠지만, 상사들의 피드백을 받아 가며 점점 익숙해졌습니다. 특히 근로환경 실태조사 프로젝트에서는 설문지 개발부터 결과 분석까지 주도하면서, 막막했던 과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는 깨달았습니다. 장애는 극복해야 할 한계가 아니라,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특성이라는 것을.
리더로서의 도전과 성장 : 장애청년드림팀 해외연수
장애청년드림팀 리더로 12명의 팀원과 함께 유럽 연수를 떠난 것은 제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었습니다. 저희 팀의 주제는 “포괄적 디지털 접근권”이었습니다. 유럽의 디지털 접근성 정책과 기술을 배우고, 이를 한국에 적용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팀원들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팀원을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통역이 필요한 순간에는 팀원 간 역할을 분담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웠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벨기에의 AnySurfer 기관을 방문한 경험은 잊을 수 없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웹사이트와 문서 접근성을 개선하는 기술적 방법을 배우면서, 디지털 접근성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하게 정보를 누릴 권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 현지 연수 미팅 장면(왼쪽). 스위스 제네바에서 ITU 국제기관 미팅 후 찍은 사진(오른쪽)
이 연수는 단순한 배움을 넘어 저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리더십이란 강한 사람이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임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계를 넘어서 함께 나아가는 사회를 위해
제가 걸어온 길은 혼자만의 여정이 아니었습니다. 저를 이끌어 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두려움을 설렘으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확신합니다. 누구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앞으로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 사무차장으로서, 같은 길을 걸어갈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도전을 멈추지 마세요.”
도전 속에서 우리는 설렘을 발견하고, 불가능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갑니다. 장애는 결코 한계를 규정짓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 나아갈 때, 세상은 더욱 따뜻하고 희망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용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서지웅 장애인권대학생·청년네트워크 사무차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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